"선수들에 대한 확고한 믿음, 12년만의 통합챔프 비결"
세상에 팽배한 고정관념을 깨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없다. 누군가가 용감하게 나서 이에 맞서 싸우고 성과까지 만들어내야만 한다. 최근 국내 스포츠계에 뿌리 깊은 고정관념 하나가 깨졌다.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에서 박미희 감독이 흥국생명을 이끌고 통합우승을 달성하며 프로스포츠 최초로 정상에 오른 여성 감독이 된 것이다. ‘많은 인원을 통솔하면서 장기 레이스를 펼쳐야 하는 프로스포츠에서 여성 감독은 한계가 있다’는 통설을 보기 좋게 깼다.
자신은 있었다. 여성 감독만의 확실한 장점이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남성 감독들과는 달리 나는 선배로서 선수들에게 터놓고 다가갈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선수들의 삶과 생각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면서 “감독이 된 이후에도 내가 걸어온 선수로서의 경험을 전수해 주려고 최대한 노력했다”고 자신의 지도철학을 설명했다.
그러나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시작한 감독생활도 시행착오는 찾아왔다. 그는 “선수들은 감독과 일대일의 관계를 맺지만 나는 선수단 16명과 16대1의 관계를 맺으니까 그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맞춰 주는 건 힘들더라. 가끔 오해도 생겼고 그만큼 상처도 받았다”면서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감독으로서의 나와 선수들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여기에 지난 시즌 김해란, 올 시즌 김세영 등 베테랑들이 합류하며 박 감독의 어깨도 매우 가벼워졌다. “어디까지나 나는 감독이라 팀 분위기를 이끄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감독이 할 일과 고참선수들이 할 일이 따로 있더라”라면서 “그래서 선수들을 믿고 맡겼고, 그만큼 팀이 강해졌다”고 밝혔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나선 올 시즌 흥국생명은 한층 더 강해졌다. 2년 전 정규시즌 우승 뒤 지난해에 정규리그 최하위로까지 추락했지만 불과 한 시즌 만에 전열을 재정비해 다시 정규리그 1위로 복귀했다. 여기에 챔프전에서 한국도로공사를 꺾고 팀에 12년 만의 통합우승 영광을 안겼다. 그는 “2년 동안 많은 것을 겪으며 나도, 선수들도 함께 성장했다. 덕분에 영광스러운 통합우승을 해낼 수 있었다”고 밝게 웃었다.
더욱 뿌듯한 일은 박 감독의 활약 속에 여성 감독에 대한 스포츠계 인식이 급속히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대신 책임감은 더 커졌다. 그는 “최근 지도자를 희망한다고 내게 털어놓는 후배들이 배구뿐 아니라 다른 종목에서도 많이 늘었다”면서 “나이가 적지 않아 얼마나 감독생활을 더 할지 모르겠지만, 남은 기간도 그들에게 길잡이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박 감독 이전 배구계 최초 여성 감독으로 길을 닦은 조혜정 전 감독에 대한 존경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첫 길을 걸어가신 것만으로도 조 선배는 엄청난 일을 하신 거다. 그분의 도전이 있었기에 나도 조금 더 편하게 여성 감독의 길을 걸어갈 수 있었다. 내 우승과 함께 조혜정 선배의 노력도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살 한국 여성이 '세계 최연소 억만장자'에 올랐다
- 박명수 “주는대로 받아! 빨리 꺼져”…치킨집 알바생 대학 가라고 밀어준 사연 감동
- 선우은숙·유영재 초고속 혼인신고 이유?…재혼 전까지 양다리 의혹 “속옷까지 챙겨주던 사실
- 속옷조차 가리기 어렵다… 美여자 육상팀 의상 논란
- 나체로 발견된 피투성이 20대 여성…범인은 9년 전에도 성범죄, 전자발찌 부착은 피해
- 국밥집서 계속 힐끗거리던 女손님, 자리서 ‘벌떡’…무슨 일이
- 여친 성폭행 막던 남친 ‘11살 지능’ 영구장애…가해男 “징역 50년 과해”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
- 예비신랑과 성관계 2번 만에 성병 감염…“지금도 손이 떨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