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178cm, 점프하면 3m.. 백어택 여왕, 이재영

이순흥 기자 2019. 4. 5. 03: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압도적 점프로 폭발적 공격력.. 데뷔 5년 만에 여자배구 평정
흥국생명 이재영(23)은 선명여고 3학년이던 2014년 프로 배구에 데뷔했다. 그로부터 5년. 그는 그동안 정규리그 MVP(최우수선수) 2회, 챔피언결정전 MVP 1회를 수상하며 한국 여자 배구의 간판스타로 성장했다. 이재영의 키는 배구 선수치곤 크지 않은 178㎝. 하지만 압도적 점프로 상대 블로킹을 아래에 두고 강스파이크를 터뜨리는 모습은 '3m 거인'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 2일 이재영을 만나 그 비결을 들어봤다. 폭발적인 공격력엔 그만한 땀이 배어 있었다.

◇용수철 탄력이 만든 백어택

이재영의 백어택(후위 공격)은 리그 최고 수준이다. 2018~2019 정규리그 후위 공격 성공률(34.85%)은 전체 5위였고, 국내 선수 중엔 1위였다. 후위 공격은 네트(높이 2.24m)에서 3m 떨어진 어택 라인 뒤에서 점프해 공격하는 것을 말한다. 이재영이 작은 신장에도 백어택에 능한 건 엄청난 탄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이재영의 서전트 점프(제자리에서 뛰어오를 때 높이)는 6개 구단 국내 선수 중 둘째일 정도로 높다.

흥국생명 이재영이 지난달 2018~2019 시즌 프로배구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에서 강력한 서브를 넣는 모습. 배구 선수로선 단신(178㎝)인 이재영은 특유의 탄력을 앞세워 데뷔 5년 만에 V리그를 정복했다. 그는 정규 시즌과 챔피언전 모두 만장일치 MVP로 뽑혔다. /사진=한국배구연맹, 그래픽=양인성
이재영은 중학교 시절부터 점프력을 키우기 위해 줄넘기를 달고 살았다. 어느 순간 '3중 뛰기'를 연달아 수십 번 할 정도로 익숙해졌다. 최근엔 줄넘기 대신 점프력 향상 기구의 도움을 받는다. 허리·손목 등에 끈을 묶은 채로 점프해 중력(重力)을 이겨내는 것인데, 다리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뛰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고 한다. 이재영은 "어릴 땐 '키가 5㎝만 더 크면 좋았을 텐데…'란 생각을 자주 했다"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나만의 방법을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시즌부턴 코어 근육, 하체 근력을 기르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 강도를 높였다. 많은 개수를 하기보단 한두 번을 들어도 무거운 중량을 택했다.

이재영의 왼발 엄지발톱은 몇 년째 새까맣다. 공을 때리려고 도약할 때 왼발 끝에 체중이 실리면서 생긴 멍 자국이다. 그는 "나뿐만 아니라 수없이 점프하는 공격수에게 멍이나 발바닥에 박인 굳은살은 숙명"이라고 했다.

◇다이어트가 필요 없는 몸



이재영의 체지방률은 10.4%(지난달 1일 기준)다. 체지방률 15% 이상인 대부분의 동료 선수보다 '근육질 몸매'인 셈이다. 온라인엔 이재영이 경기 중 유니폼으로 얼굴 땀을 닦을 때 드러난 복근 사진이 떠돈다. 그는 "이번 시즌 내내 체중 63㎏을 유지했다. 기초대사량이 높은 편이라 제대로 챙겨 먹지 않으면 하루에도 1㎏씩 줄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힘의 원천은 밥심이다. 이재영은 지난 시즌 중 하루 세 끼는 물론 매일같이 야식을 즐겼다고 한다. 메뉴는 닭볶음탕, 곱창 등 주로 한식이었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다른 선수보다 근육량이 많은 이재영은 기본적으로 소모하는 에너지가 많아 그만큼 먹는 것에 신경을 썼다"고 했다.

◇아픈 만큼 성숙해졌다

2016~2017 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 최하위(6위)에 머물렀다. 허리 부상 등으로 제 컨디션이 아니었던 이재영에게도 최악의 시즌이었다. 그는 "2016~2017 시즌 MVP를 받고 나태해졌다. '이만큼 했으면 됐지'란 생각에 솔직히 배구에 소홀했다"고 털어놨다. 바닥을 찍은 이재영에겐 전에 없던 간절함이 생겼다.

그는 스스로 '외국인 선수'를 자처하며 팀 공수의 중심이 됐다. 실제로 지난 정규리그 이재영의 공격 점유율은 33.81%로, 외국인 선수 톰시아(폴란드·31.99%)보다 높았다. 한국도로공사와의 챔피언결정전 땐 세터에게 '나한테 줘!'라고 끊임없이 말하며 스파이크를 때릴 만큼 투지를 불태웠다. 이재영은 "어떤 위치에 있든 항상 꾸준히 준비해야 한다는 게 지난 시즌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이라며 "난 지금도 완벽하지 않다. 매년 성장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