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준의 超야구수다] LG의 악몽, 천적을 만들면 안되는 이유

조회수 2018. 7. 23. 10:3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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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을 향해 가는 모든 팀이 가장 경계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안 좋은 의미에서의 ‘천적이 만들어지는 것’ 이다.  시즌중 흐름을 타야할 때, 또는 버텨야 할 때 천적을 만나 발목을 잡히기 때문이다.

2018시즌 LG의 천적은 바로 한 지붕 라이벌 팀인 두산이다. 이제 시즌 상대전적 0승 8패가 됐다. 이는 시즌 초반부터 100% 전력이 아니었음에도 기대 이상 잘하고 있는 LG가 그 이상을 넘어서지 못하고 중위권에 발이 묶여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LG는 후반기 시작과 함께 넥센에게 3연승하며, 지금보다 한 계단 더 올라갈 수 있는 좋은 흐름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주말 3연전 상대는 1위팀 두산. LG 류중일 감독은 팀에서 가장 강한 투수 소사와 윌슨을 첫 경기와 마지막 경기 선발로 미리 맞춰 두었다. 기회와 위기 사이에서 상위권 도전을 위한 승부수였다.

이에 맞서는 두산은 넉넉하게 1위를 달리고 있기는 하지만 후반기 첫 경기에서 승률 9할대였던 선발 후랭코프가 롯데(2⅓이닝 7실점)에게 일격을 당했다. 전반기 마지막 등판인 kt전(2⅔이닝 7실점)에 이어 2연패였고 모두 초반 크게 무너졌다. 아무리 앞서 있다고 해도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그러나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두산이다. 선수들 스스로 마음을 다잡고 다시 팀으로 뭉쳤다. 첫 경기를 내줬지만 롯데와의 주중 3연전의 결과는 두산의 위닝시리즈. 이것이 바로 두산이 흔들림 없이 강한 이유 중 하나다. 안 좋은 시작을 오히려 약으로 만들었다.

그런 두산에게 LG전은 늘 순위 이상의 의미가 있다. 두산 김태형 감독도 LG 3연전 첫 경기와 마지막 경기에 안정적인 이용찬과 후랭코프로 맞춰 준비했다. LG와의 승부에 집중하겠다는 의지였다.


주말 3연전 첫 경기, 선발 소사가 7회초 마운드에 오르지 못한 LG, 악몽이 시작된다.

LG는 3연전 첫 경기 첫 타자와의 승부에서부터 전조가 좋지 않았다. 1회초 두산의 선두타자 허경민은 11구까지 가는 끈질김을 보인 끝에 우전안타를 치고 나간다. 돌아보니 이 장면이 의미하는 바가 매우 컸다.

경기의 전개 양상이 달라졌고 결국 LG는 소사가 6회까지 던지고 내려간 이후 동점과 역전을 허용하며 연장 12회 끝에 첫 경기를 아쉽게 두산에게 내주고 만다. 그리고 첫 경기 패배의 후유증은 3연전 내내 LG의 발목을 잡고 놓지 않았다.

1번 타자 허경민의 집중력과 끈질김은 리그 최고의 이닝이터 LG 소사의 조금 이른 강판을 예고했고 결국 그대로 됐다. 이는 두산에게는 승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LG에게는 절대 위기로 돌아왔다. 올 시즌 소사가 등판한 19경기 중, 그가 7회 마운드에 오르지 못한 것은 총 네 번. LG는 그 네 경기를 모두 패했기 때문이다.

결국 소사는 6회(104구)를 던지고 두산의 중심타선으로 시작되는 7회초, 마운드를 고우석에게 넘긴다. 고우석은 2사까지는 잘 잡았지만 두산 4번타자 김재환을 넘지 못했다. 여기서 아쉬웠던 점은 접전의 경기 후반에 ‘2사 이후 홈런’을 허용하는 배터리의 미스였다. ‘소사가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다면’ 하고 자꾸 뒤돌아보게 되는 장면이 된다.



벤치의 힘, 3연전의 흐름을 바꾼 두산 김태형 감독의 승부사 기질

승부에 있어 기선제압을 중요시하고 먼저 승부를 거는 두산 김태형 감독의 승부사 기질도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3연전 내내 두산이 쫓기는 LG의 분위기를 더욱 압박하며 흐름의 주도권을 갖도록 했다.

3연전의 첫 경기에 믿고 내보낸 두산 선발 이용찬의 상태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의 상태가 나빠지기 시작한 것은 1회 LG 좌타자들과의 승부에서 밀리면서부터다. 1회말 경기의 첫 좌타자였던 2번 이천웅과 3번 박용택에게 결정구로 모두 몸쪽 속구를 던졌지만 연속 2루타를 허용하며 크게 흔들렸다.

이후 힘이 잔뜩 들어간 이용찬은 특유의 장점인 뛰어난 원점 능력, 즉 바깥쪽 낮은 속구가 높아지고 안으로 몰리면서 적극적인 LG 타자들을 이겨내지 못했다(9피안타 1피홈런). 가장 자신있는 공이 맞아나가면서 힘든 상황이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이 흔들리던 선발 이용찬을 내리고 첫 번째 승부수였던 김강률을 올린 것은 4-1, 3점차로 리드가 벌어진 4회말 1사 12루 4번 김현수 타석(이용찬 투구수는 98구였다.)이었다. 아마 이용찬이 좌타자 승부가 더이상 어렵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마운드에 오른 김강율은 김현수를 2루수 땅볼 병살타로 잡아냈고 감독의 의도대로 LG 선발 소사에게 끌려가던 흐름이 바뀌게 되는 하나의 전환점이 된다.

두산 김태형 감독의 승부수는 계속 빛을 발했다. 1번 이형종부터 시작하는 LG의 8회말 공격에서는 마무리 역할을 하는 함덕주를 바로 올렸다. 흐름 상 최소한 9회까지 2이닝 이상의 투구가 필요했다. 3연전 첫 경기 2이닝 이상의 투구는 남은 두 경기를 운영하는데 부담감이 크지만 첫 판의 무게에 승부를 걸었다.

두산 함덕주는 2이닝(무실점 5탈삼진)을 완벽하게 막아냈다. 연장 승부에 들어가서는 박치국과 후반기 들어 투구리듬을 되찾아 호투 중인 이영하를 투입하며 12회 연장전의 승리를 가져갔다.

쫓기고 궁지에 몰린 LG를 더욱 조여가는 김태형 감독의 승부수에 LG는 3연전 내 옴짝달싹하지 못했고 모처럼 잡은 기회도 이어가지 못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의 빠른 승부수에 LG의 흐름이 사전에 끊어져 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수비는 상대와 상관없는 팀 내 문제다. 만회의 기회를 스스로 차버린 LG의 아쉬운 수비.

시범경기 막바지에 LG 류중일 감독이 크게 흔들렸던 적이 있다. 홀로 시즌을 준비하던 오지환이 팀에 복귀하면서 안정적으로 잘 흘러가던 팀 분위기와 흐름이 한번 요동을 쳤다. 새로운 전력이 들어오고 나가면서 반드시 겪게 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지만 팀도 선수도 꽤 오랜 기간 힘든 시간을 지냈던 기억이 있다. 이번 3연전을 지켜보며 LG에게 그 악몽 같은 시간이 다시 되풀이되는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었다.

전반기 막바지 허벅지 햄스트링 부상에서 복귀한 외국인 선수 가르시아의 복귀 후 흐름이 좋지 않다. 후반기 시작과 함께 3연승하며 좋은 출발을 한 LG에게는 너무 아쉬운 부분이지만 첫 경기와 두 번째 경기 3루수 가르시아의 아쉬운 수비가 나오면서 팀을 위기에 빠뜨렸기 때문이다. 특히 첫 경기 12회초에 보여준 플레이는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첫 경기 12회초 두산이 만들어낸 마지막 찬스 무사 1,2루. 타석의 오재원은 번트를 시도했지만 주자를 보내겠다는 의도가 확실하지 않았다. 어중간한 의도의 기습번트는 대개 선행주자의 진루 실패로 이어진다. 결국 오재원의 번트는 3루수 가르시아의 머리 위로 뜨는 평범한 플라이 타구가 되어버렸고, 이는 그 상황에서 타자가 해서는 안 되는 치명적인 실수였다. 

그런데 LG 가르시아가 잡지 않았다. 상대의 치명적인 실수가 덮어졌고 두산이 다시 잡은 기회를 놓칠리가 없었다. 이것이 첫 경기의 승패를 가르는 포인트가 됐고 3연전 흐름이 두산에게 넘어가고 말았다.  경기 초반 메이저급 호수비를 선보이기도 했지만 시즌 전부터 거론된 가르시아의 수비문제는 다시 한번 벤치를 불안하게 했다.



안 좋은 의미의 천적을 만들지 마라. 상대는 끝날 때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두 번째 경기, LG는 5회 종료 때까지 7점차 리드를 지키고 있었다. 모처럼 두산전에 투타의 합이 잘 맞아 떨어졌다. 거의 2주 만에 다시 선발 등판한 김대현이 1실점으로 잘 막고 있었고 4번 김현수가 옛 친정팀을 상대로 공격과 수비에서 맹활약한 덕분에 최근 부진한 두산 장원준에 지난 상대 경기처럼 끌려가지 않고 일찍 무너뜨릴 수 있었다.

6회초 두산 김재환과 오재원의 백투백 1점 홈런이 나오며 다섯점차로 좁혀지기는 했지만 다섯점차 리드는 끝까지 지켜질 것처럼 보였다. 두산 벤치가 이미 다음 경기를 대비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7회초 두산은 무려 8득점에 성공, 경기를 역전시킨다. 최근 부진했던 2번 최주환의 안타로 이닝을 시작해 다시 최주환의 쐐기 2점 홈런으로 맹폭의 마무리를 지었다.

첫 경기에서도 그랬지만 6회와 7회에 경기 흐름을 확실하게 막아내거나 바꿀만한 투수가 LG에게는 없었다. 게다가 두 번째 경기부터는 첫 경기 12회 연장 승부의 후유증이 나타났다. 김지용, 신정락 등 대부분 불펜 투수들이 지쳤고 구위 또한 좋은 상태가 아니었다. 선발이 내려간 경기 중반 이후 LG 불펜진이 실점한 점수는 세 경기 전체 28점 중 무려 20점이나 된다.

LG의 불펜진이 지쳤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긴 하지만 마지막까지 더욱 숨통을 조여온 것은 두산 타자들의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기세와 집중력이었다. 한번 틈을 보이면 상대는 아무리 밀리는 상황에서도 쉽게 포기하지 않고 물러서지 않는다. 안 좋은 의미의 천적을 만들면 안 되는 첫번째 이유다.



안 좋은 의미의 천적을 만들지 마라.  늘 승부에서 한발이 늦거나 모자란다.

천적을 만들면 안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접전은 물론이고 큰 점수차로 이기고 있어도 끝나는 순간까지 절대 안심할 수 없다는데 있다. 끝날때까지 늘 쫓기는 분위기에서 경기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경기상황을 읽고 판단하는 시야가 좁아지게 된다.

또한 상대적으로 바닥까지 떨어진 자신감은 모든 움직임에 주저함을 주거나 경직되게 만든다. 그 때문에 늘 승부에서 상대보다 한발이 늦거나 모자란다.

마지막 경기 7회초 2사 23루에 나온 대타 박건우의 타구는 평상시 LG 이형종이라면 충분히 잡을수 있는 타구였지만 결국 한 발이 모자랐고 역전 2타점 3루타를 허용한다. 좋은 플레이를 하려면 한 발 더 앞서 생각하고 미리 움직여야 하지만, 상대의 기세와 쫓기는 분위기에 눌려 실수를 반복하고 그 압박감에 본연의 모습까지 잃어버리게 되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쯤되면 아무리 벗어나려고 노력해도 움직이면 움직이는 대로 더욱 목을 죄어져 온다. 그래서 좋지 않은 의미의 천적은 처음부터 만들어지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이번 3연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1위팀 두산의 집중력은 정말 대단했다. 그야말로 미라클 두산이었다. 반면 LG는 다시 한번 천적 두산의 기세에 눌려 큰 위기에 빠지고 만다. 하지만 아직 양 팀 간에 8경기가 남아있다. 반전의 여지가 아직 충분히 남아있다는 얘기다.

LG는 이번 두산 3연전을 통해 다시 한번 투수력을 포함한 팀 수비력의 중요성을 깨달았을 것이다.  최종 결과는 3연승과 3연패로 차이가 크게 갈렸지만 그 차이가 벌어진 것은 결국 한 끗 차이의 수비에서  시작됐다는 것도 알 것이다. 

두산을 상대로 '천적의 꼬리표'를 달고 있는 한 2018시즌 LG는 더이상 두산과 라이벌이 될 수 없다. 짧은 시간 안에 쉽지는 않겠지만 두산과 다시 만날 때는 그 한 끗의 차이를 어떻게든 메워내야 한다. 상대의 기세와 쫓기는 분위기에 눌려 자신의  운명이 좌지우지 되어서는 절대 천적과의 악연을 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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