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잊지 못할 추억"..박상현의 생애 첫 디오픈 출전기 (③·끝)

임정우 입력 2018. 7.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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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코스, 이제 눈에 들어오기 시작..자신감 '업'
디오픈 무대 서게 도움 준 가족, 동아제약 감사
제147회 디오픈 챔피언십 개막을 앞두고 박상현과 타이거 우즈가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박상현)
[이데일리 스타in 임정우 기자] 박상현의 생애 첫 디오픈 출전기 (끝)

프로 데뷔 12년차이자 한국과 일본에서 통산 8승을 올린 박상현(35)이 생애 첫 메이저 대회 데뷔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 무대는 바로 19일(한국시간)부터 나흘간 스코틀랜드 앵커스의 커누스티 골프 링크스에서 열리는 제147회 디오픈 챔피언십(총상금 1080만 달러). 박상현은 한국남자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와 아시안투어가 공동 개최한 한국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디 오픈 출전권을 획득했다. 지금부터 박상현이 스코틀랜드 현지에서 전해오는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대회 개막을 하루 앞두고 마지막 연습 라운드를 하기 위해 숙소를 나왔다. 기다리고 있는 차를 타고 코스로 이동했다. 오늘 이상할 정도로 아침부터 기분이 좋았다. 왠지 타이거 우즈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하지만 이번에도 로커에서 우즈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로커 안에 준비된 음식을 간단히 챙겨 먹고 늘 하던 대로 연습 라운드 준비에 들어갔다. 대회 개막을 하루 앞둬서 그런지 대부분의 선수가 분주해 보였다.

선수들을 위해 로커 안에 비치된 음료수와 음식. (사진=박상현)
커누스티 골프 링크스에서 치르는 세 번째 라운드였지만 여전히 떨렸다. 하지만 샷과 코스를 점검할 수 있는 시간이 오늘밖에 없기 때문에 연습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다행인 점은 코스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코스가 까다로운 것은 변함없었다. 특히 항아리 벙커와 그린 주변 짧은 잔디에서 하는 어프로치 감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연습 라운드를 마치고 마지막 점검을 위해 연습장으로 향했다. 디오픈 연습장은 메이저대회답게 시설도 남달랐다. 각 브랜드 별로 연습 공을 비치해놓는 것은 물론이고 모든 타석에 거리·구질 분석기가 설치되어 있어서 샷에 대한 분석을 바로 할 수 있었다.

내가 연습한 자리는 더스틴 존슨과 저스틴 토머스 주변이었다. 이때 나는 존슨과 토머스의 데이터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드라이버 샷의 경우 캐리가 30야드 이상, 런까지 포함하면 50야드 이상이 차이가 났다. 아이언에서도 두 클럽 이상 차이가 날 정도로 존슨과 토머스의 거리는 대단했다. 나름 한국과 아시아에서는 톱랭커라고 생각했는데…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또 한 가지 놀라운 점은 멀리 보내면서 정확하게 다양한 샷을 구사한다는 것이다. 신기할 정도로 여러 가지 샷을 자유롭게 구사했다. 공을 가지고 논다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로 자기가 생각한 대로 공을 보냈다. 확실히 세계적인 선수들의 수준은 한 단계 높았다.

거리·구질 분석기가 설치되어 있는 연습장. (사진=박상현)
엄청난 충격을 받고 클럽하우스로 돌아가는 길. 이번에는 우즈가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었다. 사실 처음에는 우즈랑 비슷한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점점 가까워지면서 진짜 우즈라는 것을 알게 됐고 용기를 내서 말을 걸었다. 우즈의 시대를 살아온 나로서는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우즈와 가벼운 인사를 나눈 뒤 사진까지 함께 찍었다. 내가 우즈와 사진을 찍다니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이처럼 스코틀랜드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한 일들이 계속해서 펼쳐지고 있다. 디오픈 출전을 위해 집에서 출발한 그 순간부터 1라운드를 앞둔 지금까지의 기억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디오픈 무대에 서기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언제 어디서나 힘을 주는 가족은 물론 골프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을 해주신 동아제약 강정석 회장님. 이외에도 너무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신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이제 잠시 디오픈에 집중하려고 한다. 이번 대회에서 어떤 성적을 낼지 모르겠지만 모든 것을 쏟아붓고 올 생각이다. 최선을 다한다면 분명히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 디오픈이란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메이저대회에서 ‘Sang Hyun Park’의 이름을 알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그리고 모든 에너지를 쏟아낸 뒤 웃으며 디오픈의 뒷얘기를 다시 들려드릴 수 있도록 후회없는 경기를 펼치겠다.

-제147회 디오픈 챔피언십이 열리는 스코틀랜드에서-

임정우 (happy2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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