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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준의 超야구수다] 한화 지성준, 내가 바로 샘슨의 전담포수다

조회수 2018. 7. 18. 07: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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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스타 휴식기가 끝나고 후반기가 시작됐다. 이미 대부분의 팀들이 전체 시즌에 60% 이상을 소화했지만 그럼에도 ‘새로운 시작’은 늘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52승 37패 승패 마진 +15, 단독 2위로 전반기를 성공적으로 마친 한화에게도 후반기 새롭게 내딛는 첫 발은 중요했다.

한화의 후반기 첫 주 6연전은 모두 원정경기였고 그 첫 상대는 kt 위즈였다. 한화 한용덕 감독은 외국인 에이스 투수 샘슨으로 후반기를 시작했다. 팀으로서는 당연한 결정이었으나 그 결과를 기다리는 속사정에는 쉽지 않은 고민이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한화 샘슨은 전반기 마지막 등판이었던 넥센전에서 3.1이닝 6안타 3홈런 4볼넷 9실점으로 크게 무너졌다. 새로운 경기에서 빨리 좋은 투구로 다시 신뢰를 회복해야만 했다. 게다가 한화는 현재 샘슨의 출산휴가와 새로운 외국인 투수 헤일의 영입과정 등이 겹치면서 선발 로테이션의 빈자리를 신진급 선수로 대체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물론 전반기 후반에 윤규진, 김재영, 김민우 등 국내 선발투수들이 좋은 투구를 보여줬지만 확신하기에는 아직 불안감이 남아있다. 에이스인 샘슨의 경기 결과에 따라 부담감은 연쇄적으로 커질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샘슨의 후반기 첫 등판경기에는 '다시 시작'이라는 의미 그 이상이 담겨져 있다고 봤다. 그만큼 중요하고 어려운 경기였다.

올 시즌 한화가 초강세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 팀이 어려울 때마다 나타나는 히어로들이 있다.

우려했던 대로 선발 샘슨은 지난 경기 부진의 후유증(?) 때문인지 경기 초반 좋지 않았다. 특히 승부구인 너클커브가 말을 듣지 않았다. 경기의 첫 이닝인 1회말에 6명의 타자를 상대하는 동안 풀카운트 승부가 네 번 나왔을 정도로 타자와의 승부가 길어졌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샘슨을 살려낸 것은 다름 아닌 올 시즌 샘슨의 전담 포수인 지성준이었다. 그는 공격에서도 5회초 1-0 리드 상황에 선두타자로 나와서 도망가는 1점 홈런으로 상대 선발투수인 피어밴드를 무너뜨리는 기폭제 역할을 해냈다. 그러나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포수의 본업인 수비에서 순리대로 침착하게 경기와 투수를 이끌어 갔다는 점이다. 1점차 박빙 리드의 흐름 속에서 흔들리던 샘슨이 역전을 허용하지 않도록 버팀목 역할을 잘해 냈다.


포수 지성준의 침착한 운영이 돋보인 것은 1회말 볼넷 3개로 만들어 준 2사 만루 상황에서 kt의 6번 황재균을 중비(몸쪽 속구)로 처리하면서 위기를 넘긴 다음 이닝부터였다.

'당일 경기에서 투수의 가장 좋은 공을 빨리 찾고 그 공을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나간다. 그중에서도 스트라이크를 잡을 수 있는 가장 높은 확률의 패턴을 찾고 가능한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또는 균형을 잡아가야 한다.'

이는 포수들이 투수와 함께 경기를 운영하면서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투수 리드의 기본과도 같은 부분이다.  1회말 승부구인 너클커브가 모두 볼이 되는 등 제구력 난조로 흔들렸던 샘슨은 2회부터 투구 패턴을 바꾸었다.

구위나 제구가 비교적 승부할만 했던 몸쪽 속구, 바깥쪽 체인지업 등을 중심으로 투구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바깥쪽 코스의 슬라이더, 커브, 속구 등 안 좋았던 공들은 볼카운트가 조금 여유 있는 상황에서 써먹었다. 좋은 공을 중심으로 승부해 가면서도 편향되지 않도록 운영 폭을 유지한 것이 아주 좋았다.

특히 몸쪽 속구로 타자의 파울 등을 유도, 스트라이크를 잡으려는 의도가 눈에 띄었다. (만약 몸쪽 속구에서 파울 등으로 볼카운트를 잡아가지 못했다면 쉽게 무너질 수도 있었다) 총 투구수 119구 중에서 몸쪽 속구가 72구였고, 전체 스트라이크 58구 중 몸쪽 속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은 것은 33구(그중 파울이 11구)였다는 것으로 충분히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빠른 타이밍에 활용된 몸쪽 속구는 그 다음 공들에도 유효한 영향을 미쳤다. 전반기 마지막 좋은 타격감을 보였던 kt 타선이 올스타 휴식기를 보내며 적응력이 떨어진 부분도 있겠지만, 샘슨의 150km/h에 가까운 몸쪽 속구로부터 시작되는 볼 패턴에 볼카운트를 빼앗긴 후 바깥쪽 코스까지 따라가서 대응하기에는 어려웠다.

더욱이 패턴도 바뀌었다. 평상시라면 몸쪽 코스의 상대적인 투구로 빠른 슬라이더였지만(경기 초반은 그랬다.) 전반적으로 높고 몰리는 경향이 있어 위험했다. 전담포수 지성준의 판단은 정확했다. 빠른 슬라이더를 던질 타이밍에 바깥쪽 체인지업과 속구로 가져갔다. 이는 승부구로서 아주 유효했다. 몸쪽 속구의 효과에 힘입어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 냈다. 

또 한가지 포수 지성준이 정말 좋았던 것은 투수 샘슨에 대한 배려였다. 좋은 포수는 마운드 위의 투수가 편하게 던질 수 있도록 앉는 위치나 자세 등의 변화를 주며 투수의 떨어진 감각과 기세를 되찾게 하기도 한다. 어떻게든 투수를 도와야겠다는 마음이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리고 투수를 제대로 돕기 위해서는 그만큼 투수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

4회말 1사후 오태곤의 타석에서 보여준 투수 샘슨과 포수 지성준의 호흡은 왜 지성준에게 샘슨의 전담포수를 맡겼는지 납득시키고도 남을 만큼 좋았다. 그리고 올 시즌 지성준이 샘슨의 전담포수로 고정되면서 샘슨의 안정세가 시작된 것이 우연의 일치가 아님을 증명했다.

# kt vs 한화 (7월17일/ 수원 kt 위즈 파크) 
# kt 0 – 1 한화 / 4회말 1사
#투수 한화 샘슨 vs 타자 kt 오태곤
#2B-2S / 삼진


0B-0S(볼) - 1B-0S(파울)

이닝의 선두타자 황재균을 유비로 잡아내며 여유가 생긴 샘슨이 타자의 초구로 커브를 선택했지만 투구 감각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공은 땅에 박히며 원바운드가 되는 아주 낮은 볼이었다. 1B-0S이 되자 포수 지성준은 타자 몸쪽으로 붙어 앉아 몸쪽 속구를 요구한다. 변화구 볼 다음 속구를 노린 오태곤이 배트를 냈지만 파울이 최상인 코스였다. 배터리의 계산대로 1B-1S 균형을 맞춘다.

1B-1S(볼) - 2B-1S(파울)

몸쪽 속구로 스트라이크를 번 후 배터리는 다음 공으로 바깥쪽 속구를 택한다. 몸쪽 속구에 대해 보였던 타자의 반응을 경계하고 이용하려고 했다. 3구째는 바깥쪽으로 빠지는 볼이 되었지만 타자의 몸은 여전히 몸쪽을 대비하며 조금씩 도망가고 있었다. 4구째도 같은 바깥쪽 공이었다. 하지만 반대 투구가 나오면서 공의 의도와는 다르게 몸쪽 코스로 들어갔다. 배터리가 의도한 코스는 아니었지만 결과가 좋았다. 몸쪽 속구로 볼카운트를 잡았을 때처럼 다시 힘으로 타자를 누르고 파울을 얻어낸다.

2B-2S (스윙 삼진)

다시 투수에게 여유가 생겼다. 배터리의 선택은 샘슨의 기본 승부구인 너클커브. 만약 볼이 되어 3B-2S가 된다 해도 다시 승부할 수 있었다. 상황을 길게 보고 너클커브를 살릴 기회를 만드는 선택도 좋았지만, 포수 지성준이 투구 전 투수에게 보여주는 미트 위치를 달리했다는 점이 순간 눈에 크게 들어왔다. 투수 샘슨을 잘 이해하고 또 자신의 의도대로 이끄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수 지성준이 미트를 높게 대준 의도대로 너클커브는 스트라이크 존의 높이로 높게 들어왔지만 오태곤의 스윙은 너클커브의 날카로운 꺾임을 전혀 따라오지 못했다. 포수 지성준은 너클커브의 구위에 대한 믿음에 확신을 갖고 미트 위치를 높게 댈 수 있었고 투수는 그 믿음에 답을 했다. 

출산 휴가를 떠나는 한화 샘슨에게 보내는 전담포수 지성준의 큰 선물

한화 샘슨은 안 좋은 상황 속에서도 4회말까지 무실점으로 버티며 한점차 리드를 지켜냈고 5회초 지성준의 도망가는 홈런을 시작으로 타선이 터지면서 5이닝을 투구 1실점 승리투수가 되었다. 그의 시즌 열 번째 승리였다.

이로써 한화는 후반기의 시작을 또다시 이기는 경기로 장식하며 승패마진 +16이 됐고 출산휴가를 떠나는 에이스 샘슨을 마음 편히 보내줄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샘슨의 전담포수 지성준의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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