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의 사운드 골프]소리를 찾아 떠나다

조회수 2018. 7. 17. 17: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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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에 만난 멋진 인연. 최근 비거리가 눈에 띄게 줄어 골프의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나에게 새로운 애인이 생겼다.

<편집자 주>

지난 1월. 허영만 화백은 골프를 시작한 지 거의 30년 만에 생애 첫 홀인원을 기록했다. 고희(70세)를 넘어 홀인원을 기록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그것도 생애 최초의 홀인원이라니. 최근 비거리가 눈에 띄게 줄어 한동안 골프에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허 화백에게 홀인원의 기쁨을 안겨준 것은 야마하골프의 UD+2였다.

생애 첫 홀인원의 감흥이 채 가시지 않았던 지난 봄. 허 화백은 홀인원의 추억을 안겨준 야마하골프의 본사가 있는 일본 하마마츠로 향했다. 피아노, 오르간 등 악기 제조에서 시작해 클럽으로 영역을 넓힌 야마하가 만드는 골프 클럽은 무엇이 다를까. 허 화백의 이번 여정은 이런 궁금증에서 시작됐다. 카카오와 JTBC골프가 총 5회(매주 화,목)에 걸쳐 ‘음악의 도시’ 하마마츠로 떠난 허 화백의 소리에 심취한 여정을 소개한다.


1st.

내 나이 71살. 석양을 많이 느끼는 나이다.

아직 현역이고 부지런히 여행을 다니지만 손을 뻗어 안 닿는 곳에 있는 물건을 집으러 일어나기가 싫다. 그래서 요즘은 자주 다짐을 한다.

‘생각한 즉시 행동’

그러나 골프 연습은 '해야지'라고 생각만 하고 연습장으로 달려가지는 않는다. 고작 드라이버와 7번 아이언을 들고 마당에 나가서 30~40번 스윙 연습을 하고 끝내고 만다. 생각하는 즉시 행동이 안 되고 있다.

골프장에서 원하는 만큼 비거리가 나지 않고(드라이브 샷이 180~200야드), 동료들 공이 내공 보다 30야드 더 멀리 나가 있으면 힘들다. 9홀이 끝나면 짐 싸 들고 집에 가고 싶다. 7년 전에 2언더파를 쳤을 정도로 괜찮았는데 거리가 '야곰야곰' 줄더니 스코어도 '90돌이'가 되어버렸다. 거리가 줄어드니까 파 4홀의 세컨드 샷을 할 때 10중 8은 페어웨이 우드를 쓴다.

대신 페어웨이 우드의 검법은 매우 훌륭해졌다. 그런다 한들 페어웨이 우드로 친 공이 그린에 바로 떨어지면 굴러가는 런이 많으니 계산이 복잡해진다. 특히 그린이 작은 데다 바로 앞에 벙커가 입을 벌리고 있으면 우드를 사용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그린 주변으로 공을 보낸 뒤 어프로치 샷으로 스코어를 만든다. 전형적인 '영감 골프'다.

지난 1월 허영만 화백은 생애 첫 홀인원을 했다. 고희를 넘어 골프의 새로운 즐거움에 눈을 떴다. 

그러나 지난해 야마하 골프 클럽을 알게 된 뒤 지난 겨울 전지훈련에서는 비거리가 20~30야드나 더 날아갔다. 게다가 그 클럽으로 생애 첫 홀인원까지. 골프 공은 세게 친다고 멀리 가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 딱 맞다.

셀 수 없이 많은 여행을 다녔지만 이번 여행은 좀 특별했다. 일본은 굉장히 많이 오고 갔지만 ‘음악의 도시’라 불리는 ‘하마마츠’는 처음이었다. 단순히 악기만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야마하를 방문해 악기를 보고 그 야마하가 만드는 클럽도 볼 수 있는 기회라니.

하마마츠역 광장에서 시민들을 위해 연주회를 고등학교 학생들. 유네스코가 지정한 아시아 최초의 '음악 창의 도시' 하마마츠에서는 이런 연주회가 수시로 열린다.[사진 이지연]

일본은 어딜 가나 그렇지만 여기도 정리 정돈이 참 잘 되어 있다. 사람들의 표정에서부터 자부심이 드러난다. 하마마츠역에 내리자마자 세라복을 입은 여학생과 남학생이 연주를 하고 있어 깜짝 놀랐다. 이 조그마한 소도시에서 저런 연주회가 열린다는 것은 그만큼 연주회를 자주 한다는 것일테니. 특별한 연습 없이 저렇게 무대 위에 올라가서 자연스럽게 연주회가 열리는 도시가 몇이나 될까. 2014년 유네스코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지정한 ‘음악 창의 도시’이기 때문에 가능하리라.

우리나라에 이 정도 규모의 악기 박물관이 있는지 잘 모르겠는데, 이 곳에는 아주 옛날 악기, 300년이 넘은 악기부터 여러 나라의 다양한 악기가 다 있어 놀라웠다. 우리나라에서도 작은 규모의 특징 없는 도시를 이렇게 키워나가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마마츠 악기 박물관에는 도무지 악기같이 생기지 않은 희귀한 악기가 있는가 하면 친근한 우리의 악기도 보인다.[이지연]

사실 이 곳을 방문하기 전에는 악기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돈을 안 들이고는 악기를 제대로 만질 수 없다고 생각해서 악기는 아예 시작을 하지 않았다. 당연히 연주할 수 있는 악기도 없다. 하지만 음악을 듣는 것은 좋아한다. 아침에 작업실에 출근하면 오디오 전원을 켜서 하루 종일 틀어놓는다. 스토리 쓸 때는 음악을 안 듣지만 그림을 그릴 때는 늘 듣는다.

만화에는 오디오가 없다는 것이 종종 아쉬울 때가 있다. 음식 만화를 그리는데 냄새가 없다는 것도 아쉽다. 그러나 나는 ‘만화에서 소리나 냄새를 궁극적으로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근사치로 가는 방법은 조그마한 카세트를 그리고서 “난 아침부터 음악을 듣고 있다. 베토벤이 내 방을 꽉 채우고 있다” 는 생각으로 원고를 쓰는 것이다. 이렇게 그린다면 독자들이 충분히 음악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음악의 도시에 이왕 왔으니 며칠 더 이 곳을 둘러보면서 많은 것을 느껴볼 참이다. 악기로 유명한 야마하를 방문하고 야마하에서 만드는 클럽을 접하게 될 것이다. 야마하 클럽을 더 만지고, 더 느껴가면서 이번 여행의 재미를 찾아볼 생각이다.

~~2편에 계속, <허영만의 사운드 골프>는 매주 화, 목에 총 5편에 걸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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