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실패 진단①]'죄송하다', '내탓이다' 그 한마디를 안한 축협-신태용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2018. 7. 16.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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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촉각을 곤두세웠다. 사과의 말을 ‘하겠지, 하겠지’ 하면서 러시아에서부터, 가장 최근 열린 대한축구협회 출입 기자단 회의까지 기다렸다. 하지만 그 누구도 ‘죄송하다’, ‘내탓이다’라는 말은 없었다. 독일을 이긴걸로 모든게 해결된 것인가. 누구도 잘못은 없다는데 한국은 두 대회 연속 16강 진출에 실패했고 축구는 국민들에게 멀어지고 있다.

한국의 2018 러시아 월드컵은 분명히 실패했다. 독일을 이긴 것은 칭찬받아 마땅하고 한국축구사, 세계월드컵사에 남을 역사적 일이다. 독일전만큼은 모두가 박수받아야 한다.

하지만 독일전이 월드컵의 전부가 아니다. 스웨덴전도 있었고 멕시코전도 있었다. 그리고 이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도 있었다. 종합적으로 봐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은 목표로 삼았던 16강 진출에 실패했고 이것이 두 대회 연속 반복됐다. 또한 스웨덴전 유효슈팅 0개, 멕시코전의 전술적 한계 등이 보여준 졸전도 문제였다. 독일전 기쁨이 가신 지금 다시금 냉정히 평가해야한다.

ⓒ대한축구협회

사실 러시아에서부터 일단 신태용 감독의 ‘죄송하다’, ‘내탓이다’라는 말을 기다렸다. 물론 스웨던과의 경기를 하기전에는 이런말이 필요없었다. 준비과정 속에 있었던 결과, 내용, 말들이 모두 월드컵을 위한 것이었기에 오로지 평가는 월드컵 경기로 내려져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웨덴전에서 충격적인 유효슈팅 0개의 0-1 패배 후 신태용 감독은 “아직 2,3차전이 남았다. 공은 둥글다. 높이에 있어 내려앉았던 부분은 잘 준비했고, 선수들도 잘 따랐다고 본다. 다른 팀들도 스웨덴한테 쉽게 골을 넣을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했다. 당연히 이길거라고 봤던 팀에게 패했음에도 패배를 인정하거나 큰 기대를 했던 국민들을 실망시킨 것에 대해 미안하다는 말은 없었다.

멕시코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1-2 패배 후 “후회 없는 경기를 했다. 선수들한테 정말 고맙고 수고했다고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며 도리어 만족하는 뉘앙스를 풍겼고 스웨덴전을 왜 멕시코전처럼 하지 못했는지 묻는 기자를 향해 “보시는 분들은 보는 것만 생각할 수 있다. 우리가 안에서 어떤 장단점을 갖고 있고,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지. 스웨덴의 높이와 장단점이 무엇인지 분석하기 어렵다. 우리가 6개월 간 스웨덴을 분석했다. 보는 것만 갖고 말씀하시는 건 인정하지만 아쉽다”면서 자신의 분석은 틀리지 않았다며 도리어 면박을 줬다.

신태용 감독의 말은 ‘아쉽다’ 정도가 다였지 자신의 분석 잘못이나 선수들을 더 끌어내지 못한 것에 대해 자책하는 것은 없었다. 인터뷰만 들으면 최소 비긴팀 감독의 말이었다.

신 감독의 현재까지 마지막 공개석상이었던 귀국 기자회견 역시 “23인의 전사들이 완벽하게 잘해줘서 감사하다. 작은 실수로 아쉽게 경기를 놓쳤다. 부상선수가 너무 많았다”며 잘한점과 아쉬움만 표현했다. 물론 이날 국민들은 독일전의 여운을 잊지 못해 환호를 보냈지만 월드컵 실패에 대해 대표팀의 수장으로서 책임지는 말은 없었다.

ⓒ대한축구협회

신태용 감독만 책임지거나 잘못을 인정하는 말을 하지 않을 것이 아니다. 대한축구협회도 마찬가지였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지난 5일 정몽규 회장, 홍명보 전무, 김판곤 부회장은 기자 간담회를 열고 월드컵 실패에 대한 기자단의 질문에 답했다. 하지만 수장인 정 회장은 “우리는 선수나 감독에 대한 비난이나 조롱이 너무 심한 것 같다. 신태용 감독의 실험정신이 폄하돼 아쉽다”면서 월드컵 무관심의 이유를 “북미 정상회담 등의 이슈때문”이라고 말해 기자단을 한숨짓게 했다.

정 회장 역시 아쉽다는 말만 할뿐 이번 월드컵 실패 책임에 대해 사죄하거나 자책하는 말은 없었다.

분명 두 대회 연속 16강진출 실패라는 명백한 과오, 그것도 정몽규 회장 부임 후 일어난 사태임에도 정 회장의 현실인식으로 이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지 확신을 얻기 힘들다. 잘못에 대한 사과보다 도리어 비판하는 여론을 탓하는 뉘앙스 역시 아쉬움이 컸다.

결국 신태용 감독, 정몽규 회장의 입에서 단 한번도 ‘성적 부진은 죄송하다’, ‘제 탓이 크다’는 말은 없었다. 대표팀의 수장, 대한축구협회의 수장이 기본적으로 미안하고 잘못하다는 인식이 없는게 2연속 16강 진출 실패의 나라, 패배의 과정 역시 졸전이었던 나라로서 옳을까.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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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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