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st] 20년 전 전성기와 '평행이론'인 프랑스 축구

김정용 기자 입력 2018. 7. 11. 09:59 수정 2018. 7. 1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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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역시 전통은 숨길 수 없다. 프랑스는 러시아에 온 강호 중 가장 수비적인 접근법을 취했다. 디디에 데샹 감독의 현역 시절부터 잘 통하던 축구다. 그 결과 벨기에의 도전을 저지하고 결승에 올랐다.

11일(한국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 준결승을 치른 프랑스가 벨기에를 1-0으로 꺾었다. 프랑스의 사뮈엘 윔티티가 후반 6분 헤딩골을 터뜨렸다.

프랑스는 러시아월드컵에 참가한 팀 중 선수들의 실력만 따지면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제는 각 선수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퍼즐 조합이었다.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 선수가 너무 많아 어떤 포메이션도, 어떤 역할 배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베테랑 지도자 데샹 감독의 전술적 역량이 새삼 도마에 올랐다.

데샹 감독은 대회를 치르며 답을 찾았다. 답은 20년 전으로의 회귀다. 데샹 감독이 선수로서 우승에 일조했던 `1998 프랑스월드컵`과 비슷한 방식이 부활했다. 20년 전 프랑스가 월드컵에서 우승할 때 4-2-3-1과 4-3-2-1을 혼용했다. 현재 프랑스는 명목상 4-2-3-1 포메이션을 쓰고 있지만 왼쪽 윙어 블래즈 마튀디가 수비에 치중하기 때문에 사실상 4-3-2-1과 같은 역할 배분으로 움직인다. 과거 전성기의 두 포메이션을 결합한 듯한 지금 전술이다.

각 선수들의 특징과 조합도 프랑스의 전성기를 연상시킨다. 비록 프랑스월드컵 당시 베스트 멤버와 정확히 일대일로 대응되는 건 아니며 몇몇 선수들은 '유로 2000' 우승 당시를 더 강하게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당시의 아이디어를 지금 프랑스에서 다시 발견할 수 있다는 건 분명하다.

특히 흑인 선수들의 중원 장악과 페널티 박스 사수 능력은 프랑스가 성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과거 선수들 중 파트리크 비에이라, 클로드 마켈렐르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프랑스 중원은 은골로 캉테, 폴 포그바가 형성하고 마튀디가 힘을 보탠다. 세 흑인 선수들은 `흑인은 신체 능력에만 의존해 축구한다`던 옛날 고정관념을 깨고 탁월한 전술 지능으로 중원을 장악할 줄 안다. 이들은 현역 시절 세계적 미드필더였던 데샹의 후계자 역할을 한다.

캉테는 이번 대회에서 루즈볼 획득을 48회나 기록하며 모든 선수 중 최다 기록을 세웠다. 경기당 8회에 해당하는 매우 뛰어난 기록을 6경기 내내 유지했다. 치열한 중원 싸움 중 공이 흘러나왔을 때 상대 선수보다 먼저 차지하는 루즈볼 획득은 수비형 미드필더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 중 하나다.

마튀디는 벨기에 전에서 직접 공을 빼앗은 횟수가 6회나 됐다. 축구 통계 업체 OPTA가 집계한 경기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최다 기록을 가진 선수는 바로 현역 시절의 데샹 감독으로, 1998년 대회에서 남긴 한 경기 9회 기록이었다. 마튀디, 캉테는 데샹 감독의 후계자였다.

한때 지나치게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해 문제였던 포그바는 이번 대회에서 조연 역할에 충실하며 자신의 욕구를 자제했고, 그러자 오히려 경기력이 더 좋아졌다. 포그바는 2선의 킬리앙 음밥페, 앙투안 그리즈만에게 공격 주도권을 넘기고 세 번째 공격 옵션 역할에 머무르고 있다. 동료의 슛을 이끌어낸 패스 횟수가 팀 내 3위, 드리블 성공 횟수도 팀 내 3위다. 대신 포그바는 태클(4회)과 걷어내기(2회) 모두 캉테보다 더 높은 기록을 남기며 수비적으로 성실하게 뛰었다.

공격 조합도 20년 전과 비슷하다. `제2의 앙리`라는 이야기를 듣는 음밥페는 당시 앙리와 마찬가지로 윙어로서 폭발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리즈만은 유리 조르카예프, 올리비에 지루는 스테판 기바르쉬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지루는 현재 프랑스 공격수 중 가장 뛰어난 선수가 아니지만, 2선과의 조화가 뛰어나기 때문에 주전으로 뛰고 있다. '우승팀의 무득점 공격수'였던 기바라쉬처럼 득점력은 빈약하지만 선발 자리를 놓치지 않는 선수다.

프랑스에서 가장 돋보이는 선수는 매 경기 돌파와 절묘한 패스를 끝없이 성공시키는 음밥페다. 그러나 승리의 이면에는 캉테, 포그바, 마튀디 등 미드필더들의 지능적이고 절묘한 플레이가 있다. 프랑스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들이다. 프랑스의 조심스럽고 공수 균형을 중시하는 경기 방식은 미드필드에서 시작된다.

수비수들 역시 1998년 우승 주역인 '철의 포백'과 비교할 만한 맹활약중이다. 당시 프랑스의 우승을 이끌며 전설이 된 로랑 블랑, 마르셀 드사이 센터백 조합은 현재 라파엘 바란과 윔티티가 계승하고 있다. 프랑스는 16강 아르헨티나전에서 4-3 난타전을 벌였을뿐 나머지 5경기에서 총 1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수비력에 기반한 경기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수비수들의 영향력이 크다. 중요한 시점에 센터백이 공격수 대신 득점을 터뜨리는 능력 역시 비슷하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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