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신태용호] ① 축구협회 '감독 새순 뽑아먹기' 반복할 것인가

김정용 기자 입력 2018. 6. 30.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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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2018 러시아월드컵'을 마무리하고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떠났다.

감독 경험이 없는 유명 인사에게 과감하게 대표팀 감독 자리를 안겨주는 식이었다.

요약하면 `청소년 대표를 거치며 성장해 온 감독을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A대표 감독으로 섣불리 끌어올려 감독 본인에게도, 대표팀에도 상처를 준다`는 문화다.

한국은 2014년부터 대표팀을 지휘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지난해 갑작스럽게 물러난 뒤 후임을 찾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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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 한국이 '2018 러시아월드컵'을 마무리하고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떠났다. 한국 대표팀은 대회 준비부터 본선까지 많은 비판을 받았고, 마지막 경기에서 독일을 꺾으며 좋은 기억을 남긴 채 나쁘지만은 않은 탈락을 했다. '풋볼리스트'는 한국의 월드컵을 결산하며 신태용호의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각각 조명한다. <편집자 주>

국가대표 감독을 선임하는 방식에는 나라마다 독특한 문화가 있다. 이탈리아는 대표적인 명장이 프로 축구에서 성공을 거두고 은퇴할 때쯤 대표팀을 맡는 경우가 많다. 독일은 요아힘 뢰브 현 감독 이전까지는 스타 플레이어 출신을 매우 선호했다. 감독 경험이 없는 유명 인사에게 과감하게 대표팀 감독 자리를 안겨주는 식이었다.

한국은 지난 두 대회를 통해 이상한 문화가 생겨가고 있다. 요약하면 `청소년 대표를 거치며 성장해 온 감독을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A대표 감독으로 섣불리 끌어올려 감독 본인에게도, 대표팀에도 상처를 준다`는 문화다. `2014 브라질월드컵`의 홍명보 감독에 이어 러시아월드컵에서 신태용 감독이 그랬다.

한국은 2014년부터 대표팀을 지휘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지난해 갑작스럽게 물러난 뒤 후임을 찾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 감독은 8월부터 대표팀을 지휘했다. 사실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해야 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은 2016년 말부터 축구계 전체에 퍼지기 시작해 2017년 3월 최종예선 경기에서 부진했을 때 절정에 달했다. 이 시기에 대한축구협회 고위관계자는 국내 명장과 함께 한 자리에서 대표팀을 맡아줄 수 있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신 감독의 부임 타이밍이 나빴고, 여기서 부작용이 생겼다. 결과적으로는 신 감독 부임 직후 가진 최종예선에서 2무승부를 거두며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지만 매우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대표팀이 궁지에 몰리는 것을 본 축구팬들은 협회와 팀에 대한 불만을 터뜨렸다. 본선에 진출한 뒤 헹가래를 친 건 상식적인 행동이었지만 이미 불만에 찬 축구팬들은 졸전을 자축했다며 비난을 이어갔다. 신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억울한 심정을 안고 대표 감독 행보를 시작했다. 대표 감독은 원래 부담이 큰 자리지만, 신 감독에게 가해진 중압감은 그 중에서도 심한 수준이었다.

한국은 월드컵 반년 전부터 E-1 챔피언십, 전지훈련 등 짧은 시간에 비해 많은 A매치를 가졌다. 이 과정을 통해 전술을 탐구하고 선수 평가를 빠르게 진행한 것은 다행이었다. 그러나 부상자들이 나오자 A매치 경험이 하나도 없는 선수를 3명이나 월드컵 본선에 데려갈 정도로 급조된 팀이었다. 3명 중 문선민은 두 경기 주전이었고, 이승우도 핵심 교체 선수로 활약할 정도로 비중이 컸다.

대회 직후부터 감독 교체설이 나오고 있다. 신 감독은 4년 전 홍명보 감독과 달리 16강 진출 실패에도 불구하고 1승을 거뒀다는 점, 그 상대가 독일이었다는 점 때문에 호의적인 여론 속에 귀국할 수 있었다. 이 상태로 감독직에서 물러나더라도 지도자 인생에 큰 타격이 되진 않는다는 점은 그나마 낫다. 그러나 대표적인 국내 명장을 월드컵 `땜질`에 급히 써버렸다는 점은 그대로다. 감독이 제대로 성장하기도 전에 싹을 뽑아버리는 모습이 반복되려 하고 있다.

대중은 축구협회와 대표팀을 엄격하게 구분하지 않는다. 축구협회의 행정에 대한 불만이 생기면, 그만큼 대표팀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응원 소리는 작아진다. 한국은 괜찮은 경기력을 보여준 멕시코전 전까지만 해도 역대 최악의 관심 속에서 월드컵을 치르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표팀을 제대로 운영하는 건 축구 인기를 끌어올리는 첫 단추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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