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모의 Respect] 2018년 월드컵과 대한민국, "축구는 감동이다"

조회수 2018. 6. 29. 15:13 수정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스웨덴, 독일, 멕시코. 한국의 '상대국'에서 월드컵을 지켜본 한국의 팬들.
전세계 한국인들에게 감동 준 대한민국 대표팀.
"축구는 감동이다."
2022년의 감동을 위해 장기적인 안목으로 '함께' 나아가기를.
"축구는 감동이다"

축구 기자 생활을 이제 막 시작했을 무렵, 먼 훗날 언젠가 이런 제목의 책을 한 권 쓰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시간이 가고 이런 저런 일들을 겪으면서 축구가 그때와는 조금 다르게 다가오는 부분도 있지만, 어제 대한민국이 독일을 2대 0으로 꺾는 장면을 보고 있자니 정말 오랜만에 그 말이 떠올랐습니다.

"축구는 감동이다"라는.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가장 기억될, 훗날에도 오래 회자될 승리의 주인공이 된 대한민국 대표팀. 

이번 칼럼에서는 대한민국 대표팀의 기적 같고 드라마 같았던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조금은 다른 장소에서, '적지'인 스웨덴, 멕시코, 그리고 독일에서 지켜본 사람들의 사연을 통해 축구가 그 팬들에게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스웨덴 대사관에서 함께 모여 스웨덴전을 지켜보고 있는 한국 교민들. 
양팀의 경기가 끝난 후 직접 만난 이정규 스웨덴 대사

1. 대표팀 패배에도 박수 보냈던 스웨덴 교민들 

대한민국 대표팀에게 가장 중요했던 경기였던 스웨덴 전을 앞두고 직접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을 찾았습니다. 그곳에서 스웨덴을 응원하는 스웨덴 현지 팬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생각을 듣고, 대한민국 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인 교민들을 만나 그들과 함께 대표팀의 경기를 지켜보기도 했습니다. 

이미 경기를 지켜본 한국의 팬들이라면 누구나 기억하듯, 그 경기는 이번 월드컵에서 대표팀이 가진 3번의 경기 중 가장 실망스러운 경기였습니다. 팬들이 가장 기대했던 경기이기도 했죠.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인상적이었던 한 장면은 두 팀의 경기가 끝나고 한국의 패배가 확정된 후에도 스크린을 향해 박수를 보내는 교민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만난 임지표 재스웨덴한인회장은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비록 경기는 졌지만, 먼 타국에서 남녀노소할 것 없이 다 함께 우리나라를 응원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감사했다. 최선을 다해 경기를 치른 한국 선수들에게 응원과 격려를 보낸다"

2. "한국을 인정하는 분위기" 독일 쾰른의 분위기  

멕시코와 독일은 직접 찾아갈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그곳 현지에서 체류하고 있는 축구팬분들을 수소문한 끝에 그들이 직접 지켜본 현지의 생생한 분위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습니다. 

독일 쾰른에서 지내고 있는 김혁 씨는 대한민국 대 독일의 경기를 독일 3부 리그 클럽인 포르투나 쾰른 훈련장에서 한국인 교민들, 독일팬들과 함께 지켜봤습니다. 그가 전해온 독일 현지의 분위기입니다. 

"경기전 독일팬들은 대부분 여유롭게 경기를지켜보며 승리를 낙관하는 분위기였어요. 한국사람들은 승리까진 아니더라도 마지막까지 최선을다하는걸 원하고 있었는데 경기가 생각보다 잘 안풀리고 스웨덴이 골을 넣으니 초조해하더라구요."

"독일팬들은 그러다가 한국이 1골 넣으니 조용해지더니 쐐기골까지 넣으니 패배를 인정하는 분위기였어요 한국 팬들은 예상외의 결과에 다들 너무나 즐거워했구요."

혹시나 예상치 못한 독일의 패배에 독일 팬들과 한국 교민들 사이에 불편한 분위기는 없었는지 물었습니다. 

"전혀 없었어요!ㅎㅎ 독일 팬들도 이번 대회에 독일이 계속해서 불안한 모습을 보여서 팬들도 약간은 못미더웠던 것 같아요. 오히려 한국이 2골 넣고 경기끝나니 응원해주고 잘했다고 해주고 인정해주는 분위기였습니다."

3. "한국은 나의 제2의 조국" 멕시코 몬테레이의 분위기

멕시코 몬테레이에 있는 한 한국인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감동우 씨를 통해 그곳의 분위기도 접할 수 있었습니다.

감동우 씨는 경기 종료 직후 저에게 페이스북을 통해 연락을 해왔는데요, 그의 생생한 목소리입니다.

"지금 멕시코가 난리가 났습니다. 하이네켄은 기아자동차 한국인 직원들에게 맥주를 가져다주겠다고 할 정도고요. 여기저기 술집에서도 한국인들에겐 공짜로 술을 주겠다고 광고를 하고 있는 정도입니다." 

그리고 그는 직접 함께 일하는 멕시코 동료들과 가진 짧은 인터뷰를 영상으로 보내왔는데, 영상 속 질문과 답변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질문 오늘 한국과 독일 경기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답변(Jose saucedo) : 한국이 더욱 훌륭한 경기를 하였습니다! 

2. 질문 한국의 선수중 어느선수가 기억에 남나요?
답변(Erich nuñez) : 손흥민이요!

3. 질문 경기후 소감이 어떤가요?
답변(Juan luna) : 저의 제 2의 국적은 한국입니다!

몬테레이 뿐 아니라, 인터넷 세상도 온통 난리가 났습니다. "내가 손흥민 대신 군대가겠다"라는 멕시코팬이 인터넷에 올린 글이 퍼지고 퍼져 중국까지 건너갈 정도로!

4. 2022년 월드컵까지 4년, 장기적인 안목으로 '함께' 나아가기를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내외부적인 비판이 극에 달한 것만 같던 순간 세계 랭킹 1위이자 지난 대회 챔피언인 독일을 2-0으로 꺾으며 전세계 축구팬들에게 대한민국의 힘을 보여줬고 전세계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자긍심을 안겨줬습니다.

부디 대한민국 대표팀과 그 팬들 모두가 그 '감동'을 마음 속에 오래 간직하되, 이번 월드컵이 우리에게 남겨준 '교훈'도 잊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대표팀과 팬이, 팬과 축구협회가 따로따로가 아니라 '함께' 말입니다.

2014년 우승팀 독일이 2018년에는 조별리그 탈락의 고배를 마셨듯, 늘 승리하고 늘 웃을 수 있는 팀은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어쩌면, 대표팀과 좋아하는 클럽팀이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는 것이 축구, 스포츠의 묘미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렇게 모두 '함께' 한 팀이 되어 나아가는 방법을 빨리 찾으면 찾을수록, 우리가 2022년 월드컵에서 또 그 때까지 가는 과정에서 그만큼 더 많은 '감동'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저 역시 축구 기자이자 칼럼니스트로서 그 과정을 도울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앞으로 더 치열하게 고민하며 현장에 나가고 칼럼을 쓰겠습니다.

* 사진=이성모, 김혁 씨, 감동우 씨 제공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