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현장진단] '전술전문가' 윌슨의 한국평, "스웨덴전 이상했고, 독일전 위대했다"

한준 기자 2018. 6. 29. 08: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세계적인 전술 전문 기자, 조너선 윌슨 ⓒ한준 기자

[스포티비뉴스=카잔(러시아), 한준 기자] “스웨덴전의 대응은 이상했다. 하지만 독일전은 위대했다. 독일은 독일이다. 역습 마무리만 좋았다면 한국이 더 쉽게 이길 수도 있었다.”

한국과 독일의 2018년 러시아 월드컵 F조 3차전이 열린 카잔 아레나에는 영국의 저명한 전술 전문 기자 조너선 윌슨도 취재를 위해 방문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기고하며, 축구 전술 및 유럽 축구 전반에 걸쳐 다양한 책(축구철학의 역사, 원제 피라미드 뒤집기 등)을 쓴 윌슨은 국내 축구팬 사이에서도 전술 컬럼으로 인기가 높다.

월드컵에서 최대한 많은 경기를 현장 취재할 수 있는 일정을 짰다는 윌슨은 스웨덴과 한국의 첫 경기, 독일과 한국의 세 번째 경기를 취재했다. 극과 극으로 반전한 한국 팀의 전술과 경기력을 윌슨은 어떻게 봤을까? 스포티비뉴스가 윌슨을 만나 물었다.

[조너선 윌슨과 일문일답]

-한국이 독일을 이겼다. 어떻게 봤나?어제(기자회견이 열린 26일)는 놀랐다. (신태용) 감독이 이길 수 있는 기회가 1%라고 얘기해서, 아주 부정적으로 보였다. 스웨덴전이 끝나고도 계속 상대가 키가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런 부정적 분위기를 만드는 점은 선수들에게 위험하다고 봤다. 그런데 실제로는 오늘 한국이 아주 잘했다. 독일을 상대로 집중했고 엄격한 플레이를 했다. 경기 내내 독일의 진정한 기회는 2~3번에 불과했다. 수비 구조도 아주 좋았다. 골키퍼가 고레츠카의 슈팅을 아주 잘 막기도 했다. 조현우는 훌륭한 대회를 치렀다.

한국의 유일하게 실망스러웠던 부분은 3~4번 아주 좋은 역습 기회를 맞았는데 슈팅도 하지 못하고 끝난 것이다. 몇 미터 앞까지 와서 슈팅 기회가 좋았다. 더 쉽게 이길 수도 있었다. 60~70분경에 이길 수도 있었다. 그게 유일한 부정적인 부분이었다. 수비는 아주 좋았다. 이번 대회 들어 최고의 경기력이었다.

-한국에서는 스웨덴과 1차전도 이렇게 해야 하지 않았냐는 반응이 있는데, 감독은 그럴 수 없었다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나?스웨덴전은 사실 혼란스러웠다. 난 한국 선수를 다 잘 모르기에 (어떻게 했어야 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한국 선수들 하나하나의 개별 장점을 잘 모르니까. 스웨덴과 1차전 이후 모든 구조가 바뀌어서 이상했다. 물론 키가 큰 팀을 상대한다면, 수비진에 키가 큰 선수를 배치할 수는 있는데, 키 큰 센터포워드를 배치한 것이 이상했다. 그럴 땐 보유한 최고의 공격수를 내야 한다. 스웨덴 수비를 깨려면 크로스로 높이를 공략하는 게 아니라 그라운드를 통해 빠르게 공략해야 한다.

오늘(독일전)은 공격 전진이 더 좋았다. 멕시코전에도 좋았다. 2차전은 멕시코가 이겼지만 ‘50대50’ 게임이었다. 그런 점에서 스웨덴전은 이상하게 대응했다. 한국이 더 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첫 경기에 지지 말아야 한다는 점에 너무 집중한 것 같다.

-오늘은 독일 공격이 무력했다.맞다. 더 공격적으로 박스에 도전하고 달려들어야 했다. 마지막 20분에는 체념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건 아주 놀라운 일이었다. 특히 독일 축구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이미지는, 크로스가 스웨덴전에서 골을 넣은 것처럼, 이기고자 하는 에너지가 강한 팀이었는데, 이상했다. 이상하게 느리고 무력했다. 독일의 일반적인 플레이가 아니었다. 케디라는 부상 이후 속도를 잃고 더 이상 좋은 선수가 아니다. 고레츠카가 측면에서 깊게 배치된 것도 이상했다. 외질도 안 좋았다. 게으른 플레이를 했다. 아스널에서도 그렇게 하는데 그래도 터치는 좋은 선수였다. 오늘은 터치마저 안 좋았다. 뮐러도 좋지 않아 벤치에 있었다. 크로스는 아주 좋은 선수인데 멕시코전에 이어 두 번이나 이런 경기를 한 게 믿어지지 않는다. 독일이 거만했던 것 같다. 첫 경기 이후 로이스가 가장 중요한 경기는 아니라고 한 게 어이없었다. 월드컵 첫 경기였다. 탈락할 수도 있다. 독일이 마주한 현실은 달랐다.

▲ 한국 경기를 두 차례나 현장에서 취재한 조너선 윌슨 ⓒ한준 기자

-한국은 매 경기 전술과 선수를 바꿨다. 월드컵에서 일반적인 일은 아닌데?말하기 아주 어려운 부분이다. 난 한국을 잘 모르니까. 아주 좋은 선수들과 좋은 감독이 2~3년 간 함께 한다면 가능한 일이다. 그건 말이 된다. 칠레가 몇 년 전 그랬듯, 20명의 선수 중 16~17명을 기용하면서 스리백, 포백을 다 쓴다. 아주 좋은 경기를 한 팀이었다. 한국은 어떤지 모르겠다. 부상자나 다른 이유가 있어서 바꿔야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독일전의 전술 변화는?오늘은 옳았다. 내가 한국에 대해선 당신들보다 모르지만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손흥민을 스웨덴과 1차전에 측면에 뒀고, 2,3차전에는 전진시켰다. 이 점이 주효했을까?난 토트넘의 경기를 많이 봤다. 손흥민은 아주 아주 좋은 선수다. 그는 어느 위치에서든 잘 하는 선수다. 그래서 그가 전방에 서야 한다거나, 왼쪽, 오른쪽 등 특정 어느 자리에서 뛰어야 더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팀이 필요로 한 포지션을 뛸 수 있는 선수다. 그가 스웨덴전에 얼마나 수비를 잘해줬는지 모르겠지만, 1차전보다 그 이후에 효과적으로 플레이했다.

-독일전에 수비수 장현수를 전진 배치한 것은?전술적으로 좋았다. 하지만 난 그 선수를 잘 모르니까. 본 포지션이 어딘지, 다른 포지션도 볼 수 있는지. 잘 모른다. 오늘 경기가 잘 된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는 증거다.

-직접 본 한국의 조별리그를 결산한다면?축구가 그렇다. 경기를 잘해도 나쁜 결론이 나올 수 있고, 나쁜 경기를 하고도 운 좋게 올라갈 수 있다. 한국이 마지막 2경기는 아주 잘했고 세계 챔피언 독일을 이긴 것은 정말 좋았다. 멕시코전도 비기거나 이길 수도 있었다. 좋은 경기였다. 첫 경기 이후 견고한 월드컵을 치렀다. 물론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좋은 기억을 남겼다.

-한국이 독일을 잡았는데, 독일이 역대 최악의 팀이었을까?그렇지 않다. 이상한 부분이다. 월드컵은 원래 말이 안되는 결과가 나온다. 2002년 준우승했던 독일팀보다 이번 팀이 훨씬 좋은 팀이다. 하지만 그만큼 좋은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 그래도 독일이고 그래도 세계 챔피언이다. 지난 한 달간 독일에 생긴 문제는 나도 이해가 안되지만, 잉글랜드도 독일과 1-1로 비기고 아주 큰 자신감을 얻은 바 있다. 우리도 할 수 있다고. 독일엔 나쁜 월드컵이었지만 한국엔 위대한 성과다. 한국이 월드컵 챔피언을 꺾은 것은 축하할 일이다.

-가장 인상 깊은 한국 선수는?골키퍼다. 조현우는 정말 좋았다. 첫 경기도 그렇고 이번 경기도. 이상한 머리 스타일이었지만…. 고레츠카의 슈팅을 막은 것은 정말 대단했다. 그는 대단한 대회를 치렀다. 경기 최우수 선수 선정은 정당했다. 스웨덴과 첫 경기에서도 한국 최고 선수였다. 킥은 조금 안 좋았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티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