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월드컵 흑역사를 재현한 일본-폴란드

CBS노컷뉴스 박세운 기자 2018. 6. 29.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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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축구 팬이 일본과 폴란드의 경기 막판 그라운드를 향해 야유를 보내고 있다 (사진=노컷뉴스/gettyimages)

"일본과 폴란드의 경기는 서독과 오스트리아의 경기보다 더 이상했다. 왜냐하면 만약 세네갈이 동시에 진행된 경기에서 골을 넣었다면 일본이 탈락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29일(한국시간) 러시아 볼고그라드 아레나에서 끝난 2018 러시아월드컵 일본과 폴란드의 H조 최종전에 대해 영국 방송 BBC가 남긴 촌평이다.

일본과 폴란드의 경기가 어땠는지 설명하기에 앞서 BBC가 언급한 서독과 오스트리아의 경기를 돌아보자. 논란의 경기는 1982년 스페인월드컵에서 펼쳐졌다.

조별리그에서 1승1패를 기록한 서독은 토너먼트 진출을 위해 반드시 오스트리아를 꺾어야 했다. 2승을 챙긴 오스트리아는 3골차 이상으로만 지지 않으면 다음 라운드 진출이 가능했다.

경우의 수가 이처럼 명확하게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스페인월드컵에서 조별리그 최종 2경기를 동시에 치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열린 경기에서 알제리가 칠레를 3대2로 꺾으면서 경우의 수가 명확해졌다. 양팀은 서로의 다음 라운드 진출 조건을 정확히 인지하고 경기에 나섰다.

서독은 전반 10분만에 골을 넣었고 이후 80분동안 믿기 힘든 경기 내용이 펼쳐졌다. 양팀 선수들이 서로 공만 돌리다가 승부를 끝낸 것이다. 사실상 담합이었다.

이 경기는 월드컵 역사상 최악의 경기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문제점을 인지한 국제축구연맹(FIFA)은 1986년 멕시코월드컵부터 조별리그 최종전을 동시에 개최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일본과 폴란드의 경기는 1982년 서독과 오스트리아의 경기에 비교될만큼 축구 팬 사이에서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일본은 과감했다. 1승1무를 기록한 일본은 무승부만 거둬도 16강 진출이 가능했다. 주전 선수 6명을 바꾸고 폴란드에 맞섰다.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팀이 아닌 이상 시도하기 힘든 과감한 선수 기용이었다.

2패로 이미 탈락이 결정된 폴란드는 후반 15분 마침내 일본의 골망을 흔들었다. 세트피스에서 수비수 베드나레크가 골문 앞으로 쇄도해 정확한 슈팅으로 골을 넣었다. 폴란드가 1대0으로 앞서갔다.

곧이어 일본에게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같은 H조에 속한 콜롬비아가 세네갈과의 경기에서 후반 29분 선제골을 넣은 것이다.

그대로 경기가 끝나면 일본과 세네갈은 1승1무1패로 승점(4점)은 물론이고 골득실(0)과 득점(4), 실점(4)마저 같아지는 상황. 하지만 세네갈보다 조별리그 경고 숫자가 적은 일본이 페어플레이 점수에서 앞서 조 2위가 되는 상황이었다.

일본이 받은 경고는 4개. 세네갈은 6개다.

일본은 또 한 차례 과감한 시도를 했다. 콜롬비아의 득점 소식을 확인했는지 마지막 10분동안 사실상 공격 의사를 드러내지 않았다. 수비 진영에서 공을 돌리기에 급급했다. 동기부여가 없는 폴란드 역시 대회 첫 승에 만족하겠다는 뜻이었는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믿기 힘든 결정이었다. 왜냐하면 필사적으로 싸우는 세네갈이 동점골이라도 넣는 순간 일본이 순위표에서 뒤처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콜롬비아가 세네갈을 이길 것이라는 강한 확신이 없다면 하기 힘든 시도였다.

후반 추가시간 막판에는 폴란드의 선수 교체 시도가 일본의 공 돌리기에 막혀 무산되기도 했다.

이미 승패는 결정된 시간. 하지만 선수에게는 월드컵 무대를 밟아보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다. 하지만 일본은 계속 공을 돌렸다. 폴란드 감독이 앞으로 나와 교체를 하게끔 해달라고 일본에게 애원하는듯 했다. 폴란드 선수는 경기를 중단시키고 싶었는지 갑자기 아픈 척 넘어졌다. 그야말로 코미디의 연속.

경기가 끝을 향해갈수록 관중들의 야유 소리는 커져갔다. BBC는 "이상한 경기였다"고 마지막 10분을 혹평했다.

어쨌든 일본은 1승1무1패의 성적으로 H조 2위를 차지,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한 쾌거다. 일본이 16강에 진출한 것은 2010년 남아공 대회 이후 8년만에 처음이자 통산 세 번째다. 2승1패를 기록한 콜롬비아가 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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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세운 기자] she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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