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러시아, 한국 초코파이·마요네스·도시락 인기절정

박지혁 2018. 6. 2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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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입맛 사로잡은 초코파이·도시락·마요네스
국민파이 자리매김한 초코파이, 지난해 연간 판매량 7억개 돌파..꾸준한 매출 상승
도시락 용기면, 러시아 1인 연간 2개씩 먹어
노란뚜껑의 마요네스, 과자·빵·라면·스프에 곁들이는 식문화

【모스크바(러시아)=뉴시스】 박지혁 기자 = 한국 축구가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디펜딩챔피언이자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독일을 꺾으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1990 이탈리아월드컵 이후 28년 만에 3전 전패 탈락 위기에 몰렸으나 신태용 감독이 그토록 강조한 '통쾌한 반란'이 통했다.

세계 최강 독일을 잡은 한국 축구만큼이나 현지 호텔 미니바에서 만난 '초코파이', 웬만한 마트의 식품코너 한 구석을 모두 채우고 있는 '팔도도시락', '마요네스'도 자랑스럽다.

물 건너 만난 우리 기업들의 '국가대표' 제품들이 러시아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초코파이, 러시아에서도 '정(情)'으로 통한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지난해 러시아 연간 판매량 7억개를 돌파했다. 최근 5년간 연 20% 이상 고성장 중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러시아에 처음 진출한 것은 1990년 초반 부산을 중심으로 러시아 보따리 상인들 사이에 초코파이 구매 붐이 일면서부터다. 1993년 처음으로 러시아에 초코파이를 직접 수출하기 시작했다. 국내 생산제품의 수출로 시작된 러시아 진출은 2006년 현지 공장 설립으로까지 이어져 본격적인 현지 공략에 돌입했다. 현재 뜨베리와 노보 두 곳에서 현지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초코파이는 러시아 국민 80% 이상의 인지도와 높은 브랜드 충성도를 자랑하며 동종 카테고리에서 60% 이상의 독보적인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초콜릿과 마시멜로를 특히 좋아하는 러시아인들에게 초코파이는 '국민파이'다.2011년에는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이 차를 마시면서 초코파이를 곁들이는 모습이 국내외 언론에 소개돼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오리온은 한발 앞선 품질 혁신 전략으로 2013년 러시아 제과회사 최초로 '트랜스지방 0'을 실현해 맛과 영양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최근에는 유라시아 시장 공략 본격화를 위해 뜨베리에 신 공장 건설을 위한 투자협정을 체결했다. 뜨베리 라슬로보 산업단지 내 사업부지 10만6950㎡(3만2400평)에 연면적 3만8873㎡(1만1760평) 규모의 생산 공장을 짓는다.

기존 뜨베리 공장과 비교해 6배 이상 큰 규모로 연간 최대 생산량은 약 2000억원에 달한다. 기존의 뜨베리 공장은 신 공장 완공에 맞춰 이전하고, 신 공장에는 파이, 비스킷 등 라인을 추가해 총 7개 라인을 설치할 계획이다.

오리온은 신공장 완공 이후 초코파이의 공급량을 연간 10억개 이상으로 확대해 러시아 제과 시장 톱5 브랜드로 자리매김한다는 전략이다.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초코송이' 외 비스킷 제품 라인업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러시아 용기면 시장점유율 절반 먹은 팔도 도시락

도시락은 1986년 첫 출시된 용기면이다. 국내 최초로 별도의 뚜껑이 있는 사각용기를 적용한 제품으로 화제를 모았다. 30여년이 지난 지금 러시아에서 1등 라면으로 불린다.

러시아 마트에서 37루블(약 650원)에 팔리는 도시락 용기면의 매출액은 2010년 이후 매년 10% 이상 증가하고 있다. 2005년 7000만달러를 기록했고 2016년 처음으로 연매출 2억달러를 돌파했다. 수량으로는 3억개 가량 판매된 것으로 연간 러시아 사람 1명이 2개씩 먹은 셈이다.

러시아 시장 누계 판매량은 45억개로 국내 판매량의 7배에 이른다. 수년째 시장점유율 50%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러시아에 진출한 사연은 초코파이와 닮았다. 1990년대 초 부산항과 블라디보스토크를 오가던 선원과 보따리상 사이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칼칼한 맛이 러시아 전통 수프와 닮았고 흔들리는 배나 기차 안에서 먹기 편하다보니 자연스레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 됐다.

러시아 수요가 늘어가는 것을 감지한 팔도는 1997년 현지에 사무소를 열고 본격 진출했다. 진출 첫 해 현지 판매량은 무려 7배나 상승했다.

1998년 러시아가 극심한 재정난으로 모라토리엄(지급유예)을 선언, 악화된 경영환경에 국내외 업체들이 잇달아 철수했지만 투자 초기에 매몰 비용이 적었던 팔도는 잔류를 결정했다.

위기는 기회로 찾아왔다. 팔도는 블라디보스토크를 넘어 시베리아, 우랄 쪽까지 마케팅을 확대하면서 시장을 빠르게 점유했다.

그래서일까, 러시아 소비자들은 팔도를 '의리를 지킨 기업'으로 인식한다고 한다.

2000년대 들어서 현지 판매량이 연간 2억개에 육박했고 현지 법인을 설립한 후 두 곳의 현지 생산 공장을 세웠다. 현재 '도시락(DOSHIRAK)'이라는 법인에 총 1000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치킨, 버섯, 새우 등 다양한 맛의 제품을 출시하며 현지화에 성공했다. 용기면 8종과 일반 봉지면 3종을 생산 판매 중이다. 용기면에는 포크를 넣어 편리함도 더했다.

추운 날씨 탓에 열량이 높은 음식을 선호하는 것에 주목한 것도 주효했다. 특히 마요네스를 좋아하는 식습관을 보고 2012년 마요네스 소스를 추가한 '도시락 플러스'를 출시했다. 최근 국내 TV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다시 한 번 화제가 됐다.

현지 관계자는 "도시락은 끊임없는 맛의 현지화와 함께 우수한 가공기술을 바탕으로 좋은 품질의 제품을 공급해 성공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음료, 스낵 등 다양한 제품을 출시해 러시아 내 종합 식품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다"고 말했다.

◇쌈장·고추장 대신 마요네스, 노란 뚜껑은 심벌

오뚜기 마요네스는 1996년부터 본격적으로 러시아에 수출을 시작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국내 오뚜기, 청정원, 러시아 자체 브랜드를 비롯해 각국의 다양한 마요네스 제품이 시장에서 경쟁 중인 가운데 오뚜기 마요네스는 노란 뚜껑에서 오는 상징성이 강하다.

러시아는 1990년 중반 페레스토로이카 이후 식품류가 많이 부족했다. 추운 지방인 이유로 기름기 있는 음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보니 소스 중에서 유독 마요네스를 찾았다고 한다.

여러 육류 및 과자, 빵을 찍어먹는 소스로 애용된다. 최근에는 수프나 라면에 마요네스를 넣어 먹는 문화도 생겼다.

한국을 찾은 러시아인들이 대표 음식인 불고기를 쌈장이나 고추장, 기름장 대신 마요네스에 찍어 먹는 것을 보는 건 더 이상 신기한 모습이 아니다.

러시아 상인들을 통해 수출 길이 열린 마요네스는 2000년까지 10%대의 성장을 거듭하다 2001년 이후 20% 이상 성장했다.

fgl7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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