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열의 하프타임] 특정 선수가 아닌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조회수 2018. 6. 21.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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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들을 비난할 자격이 있는가?

일본은 예상을 보기 좋게 뒤엎으며 승리를 거머쥐고 멕시코도 세계최강 독일을 무너뜨렸습니다. 인구 34만의 아이슬란드는 세계 최고의 선수를 보유한 아르헨티나와 무승부를 기록했습니다. 그 외에도 1라운드를 마치고 2라운드가 시작되면서 많은 결과들이 이변이라는 이름으로 펼쳐졌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대한민국의 패배가 더 속상하고 아프게 느껴지는 것은…

출처: 게티이미지 코리아

영국에서 TV로 대표팀의 경기를 보며 많이 답답했습니다. 실수하는 선수들을 보면서 화도 냈고, 비난도 했습니다. 후반에 페널티킥을 허용했을 때에는 참담하기까지 했습니다. 경기종료 휘슬이 울린 후에는 너무 허탈하고 속상해서 한동안 자리를 뜰 수가 없었죠. 쏟아지는 기사와 영상에 많은 팬들이 남겼던 댓글에는 대부분 제가 느꼈던 감정과 비슷한 내용이 가득했는데, 솔직한 마음으로 깊은 동감이 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시간이 흐른 후, 선수들이 경기장에 응원온 팬들에게 인사를 하는 영상을 SNS에서 우연히 보게되었는데, 팬들은 우리 선수들에게 격려와 위로의 박수를 아낌없이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분들은 러시아 현장까지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갔네. 열정이 대단하다. 경기를 지켜보며화가 많이 날텐데… 선수들에게 야유를 보내고 싶은 마음도 들었을텐데, 오히려 ‘괜찮다’며 응원을 해주네. 정말 대한민국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구나..' 

그런 생각과 동시에 그들만큼의 노력과 투자도 하지 않으며 편하게 앉아 TV화면을 지켜보며 대표팀 선수들에게 비난과 야유를 보낸 나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경기 종료 후 대한민국 응원단에게 다가와 인사하는 대표팀 선수들

부끄러웠습니다. 축구를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대표선수들에게 진심으로 응원하지 못했던 내 자신이.. 선수들에게 노력과 열정이 부족하다고 비난하면서도 대한민국 축구를 위한 어떤 노력과 열정을 보이지 못했던 그런 내 모습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런 내가, '축구팬' 이라는 이름으로 누구를 비난하고 비판할 수 있을까요?

가끔씩 제 이름을 걸고 나가는 이 칼럼에 부정적인 댓글, 인신공격하는 댓글이 달려있는 걸 확인하면 그렇게 속이 상할 수가 없습니다. '아..저 사람은 왜 저렇게 쉽게 말할까..' 라고 생각하며 혼자 마음앓이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대표팀 선수들은 과연 어떨까요? 얼마나 심한 비난과 인신공격과 원망을 받을까요? 그 때마다 담담하게 지나간다고 해도 상처와 부담으로 남을 것입니다.

최근에 한 선수가 그러더라구요. “저보다도 그 기사나 댓글을 보는 가족들이 더 큰 상처를 받아요. 가족들이 상처받는다는 생각이 더 가슴아프고 힘들어요.”

분명히 그들도 주어진 90분동안 열심히 했을텐데요. 과연 월드컵이라는 큰 대회에서 패하고 싶어서 대표팀에 뽑힌 선수가 있을까요? 공격수라는 타이틀을 달고 유효슈팅을 하고 싶지 않았을까요? 수비수가 페널티킥을 주고 싶어서 주었을까요? 아닐 겁니다. 누구보다 이기고 싶었을 것이고, 누구보다 좋은 경기를 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왜 우리는 선수들의 그 마음을 잊고 있었을까요?

사진출처: KBS 인터뷰 영상 캡쳐

SNS에 올라온 김민우 선수의 인터뷰를 봤습니다. 자신때문에 결과가 좋지 않았다며 동료들과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눈물을 흘리는 인터뷰 영상.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28세 성인이 마음의 부담감과 죄책감에 짓눌려 제대로 인터뷰를 할 수 없을 만큼 우는 모습이었습니다.

얼마나 속상하고 미안하면 저렇게 말을 잇지 못하고 울게 될까요. 그 눈물을 보는데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왜 김민우 선수가 눈물을 흘려야 하는지, 왜 그가 죄인이 된듯 해야 하는지…’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경기를 뛴 선수들이 흘리는 저 뜨겁고 진실된 눈물만큼, 과연 나는, 아니 우리는 얼마나 진심된 마음으로 저들을 응원하고 아껴왔을까요. 

기성용 선수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김민우 선수의 책임이 아니라 함께 뛴  11명 선수들의 책임이라고 했습니다. 아니죠. 우리 대표팀 23인의 모두의 책임이죠. 그리고 선수를 선발하고 지시하는 감독의 책임도 있을테고, 나아가 선수선발 권한을 감독에게 주고 그 감독을 세운 협회의 책임이도 분명 있을 것 입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에게 응원보다는 비난과 원망을 했던 우리의 책임도 있겠죠. 그런데 왜 특정 선수들만 그 비난과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까요?

물론 선수들이 잘못하면 팬들은 비판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도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누구보다 이기고 싶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비판은 하되 비난은 하지 않고, 아쉬움은 가지되 원망은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경기장에서 야유보다는 진심 가득한 응원의 박수를 보냈던 그 팬들처럼요. 멕시코전과 독일전에서는 23인의 태극전사들에게는 끝까지 응원하며 박수를 보내야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태극전사들이 멕시코전에서는 스스로 후회없는 경기를 하기 바라며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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