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우의 메이저? 메이저!] 꾸준함은 영원하다. 푸홀스와 행크 아론

조회수 2018. 6. 21. 00: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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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함은 영원하다. 푸홀스와 행크 애런
출처: 게티이미지 코리아

알버트 푸홀스의 전성기를 기억하시는 팬들은 메이저 리그를 꽤 오랫동안 지켜보신 분들일 것이다. 현역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팀 동료 마이크 트라웃의 그늘에 가려있지만 데뷔했던 2001년부터 2010년까지 푸홀스의 존재감은 비록 플레잉 스타일의 차이는 있지만 현재의 트라웃 이상이었다. 지금은 그저 나쁘지 않은 파워와 타점 생산 능력, 2할 중반대 타율을 기록하는 그저 그런 선수로 보일지 모르지만 데뷔부터 10년간 보여준 모습은 역대급이었다.

작년 LA 다저스의 코디 벨린저에 의해 깨어졌지만 신인왕을 차지하던 시절 37개의 홈런은 내셔널 리그 신인 기록이었고 타율 .329에 130타점으로 역대급 신인임을 과시했다. 그 이후 12년 연속 30개 이상 홈런, 10년 연속 3할과 100타점을 기록하며 MVP 3번, 10번의 올스타, 2번의 골드 글러브, 6번의 실버 슬러거를 차지했다. 그리고 아직 트라웃이 가지지 못한 월드 시리즈 우승 반지도 2개를 보유한 선수이다.

이제 38살의 나이이고 2021년까지인 계약을 감안하면 41살까지 뛸 수 있다는 단순 계산이 나온다. '과연 그가 지금까지 쌓아온 기록은 역대 메이저 리그의 스타 가운데 누구와 가장 가까울까'란 생각이 문득 들었고 그 인물은 바로 행크 아론이었다.

6월20일 현재 푸홀스의 역대 기록을 살펴보자. 2642경기에 출장하여 3036개의 안타로 메이저 리그 32번째 3천안타의 주인공이며 626홈런은 통산 7위에 올라있다. 1958타점은 당당 6위며 629개의 2루타는 11위로 바로 위 순위 데이빗 오티즈에게 3개 차이로 근접해있다. 그리고 18년간의 통산 타율은 .303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50홈런을 기록한 적이 없지만 7번이나 40개 이상의 홈런을 쳐냈다.

통산 OPS는 .941로 일반 선수들이 한 시즌도 기록하기 힘든 수치이다. 그는 지금 당장 은퇴를 해도 명예의 전당에 헌액은 이미 결정이 돼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처: 게티이미지 코리아

이런 푸홀스와 근접한 선수를 떠올리게 하는 선수가 아론인 것은 바로 꾸준함이다. 755개의 홈런은 배리 본즈에 이어 2위이고 당시로는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베이브 루스의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그 역시 50홈런을 친 적은 없지만 23년의 현역 생활 중 8번 40개 이상 홈런을 쳐냈다.

1번의 MVP 그리고 기록으로 남아있는 25번의 올스타, 3번의 골드 글러브와 월드 시리즈 우승도 한번 해냈다. 그리고 당연히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어 있다. 그의 2297타점은 역대 1위이고 장타도 1477개로 역시 1위이다. 타점은 푸홀스가 넘어서지 못하면 한동안 깨어지기 어려운 기록으로 평가되고 있다. 통산 타율도 .305에 이르며 안타는 3771개로 푸홀스가 쫓아오기 힘든 수치이다.

통산 OPS는 .928로 푸홀스보다 약간 떨어지지만 구장 팩터가 감안된 OPS+는 155로 151의 푸홀스를 앞선다. 메이저 리그 평균을 100으로 보기 때문에 이들은 메이저 리그 평균 선수보다 50% 이상 뛰어난 수치를 보였다는 것이다.

두 선수의 주요 기록 중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도루다. 아론은 30번 이상 도루를 성공한 적도 있으며 240개를 성공시켰고 푸홀스는 110개에 그친 정도이다.

아론의 별명은 ‘햄머’로 큰 망치를 의미한다. 그가 배트를 휘두르면 마치 나무 방망이가 아닌 망치를 휘두르는 느낌을 준다는 의미였다. 또한 그의 기록은 아직까지 인종 차별이 만연한 시기에 경기 외적인 어려움도 이겨내야 했다. ‘그들만의 리그’였던 니그로 리그 출신 메이저 리그 진출 마지막 선수였고 속칭 알라바마주 출신 ‘시골뜨기’ 선수였다. 어린 시절 너무 가난해 야구 장비를 살 수 없어 병뚜껑과 막대기로 야구를 해야 했던 열악함을 극복했다. 그랬던 그는 1974년 4월 8일 LA 다저스와의 홈경기에서 전설의 베이브 루스의 기록을 넘어서는 역사적인 715호 홈런을 기록한다.

차근차근 홈런을 쌓아나가며 루스의 기록을 위협하자 그는 살해 위협까지 당했다. 1973년 한해 동안 그가 받은 편지는 무려 93만 통이었고 그 해 미국 내 어느 누구보다 많은 메일을 받은 인물이었다. 문제는 그 편지의 대다수의 위협 편지였고 심지어 살해 위협까지 있었다. 얼마나 살벌한 위협이었는지 아론은 살아서 1974년 시즌을 맞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할 정도였다.

물론 현대 야구를 뛰는 푸홀스는 그런 악조건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보기 드물게 꾸준하고 고질적인 발과 다리 부상에도 역할을 하고 있다. 불과 3년전에 40개의 타구를 담장 너머로 넘겼고 2년전에는 31개를 쳤다. 지난 4년간 얻어낸 타점도 420점에 달한다.

메이저 리그에서 단 4명밖에 없는 600홈런-3천안타의 주인공이다. 39살의 아론은 지금도 기록인 최고령 40홈런을 기록하며 루스의 기록에 다가갈 수 있었다면 푸홀스의 현저히 느려졌지만 꾸준이 앞을 보고 나가는 거북이 걸음도 무시할 수 없다.

단순히 누구의 기록을 뛰어넘는 영예가 이들에겐 중요치 않다. 자신들의 말처럼 어떤 상황이 주변에서 벌어져도 자신의 길만 묵묵히 가며 앞만 바라봤기 때문에 이뤄낸 기록들일 것이다. 요즘 세상에서 찾기 어려운 시간을 초월한 꾸준함에 다시 한번 감사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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