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월드컵] 이근호의 한탄 "우리가 언제부터 무조건 16강이었나"

임성일 기자 입력 2018.06.20. 07:00

스웨덴전 패배 후 예상대로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이어 "멕시코가 1차전에서 이겼으니까 2차전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고, 우리가 1차전에서 스웨덴에 졌으니까 2차전에서 어떻게 해야 하고... 사실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는 그런 위치가 아니잖는가"라면서 "우리는 그냥 매 경기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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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손흥민이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1차전 스웨덴과의 경기를 하루 앞둔 17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공식 훈련에서 동료들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2018.6.1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뉴스1) 임성일 기자 = 스웨덴전 패배 후 예상대로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물론 한국이 러시아 월드컵에서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경기였다. 하지만 이기고 싶다고 해서 무조건 이기는 게 자연스러운 상대는 아니었다.

한국 축구사 10번째 월드컵에 도전장을 내민 신태용호가 지난 18일 오후(이하 현지시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웨덴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예선 1차전에서 0-1로 패했다. 후반 PK로 내준 실점을 끝내 만회하지 못한 채 석패했다.

스웨덴은 한국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선다. 물론 '넘사벽' 수준은 아니다. 공수 모두 생각보다는 무게가 덜했고 한국도 나름 악착같은 수비를 펼친 덕에 일방적 흐름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스웨덴이 보다 많은 찬스를 잡은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기성용은 경기 후 "월드컵에서는 우리보다 약팀이 없다. 매 경기 오늘처럼 치열한 경기가 될 것"이라고 말한 뒤 "그러나 스웨덴이 우리보다 찬스가 많았으니 공평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누구보다 속이 상할 선수의 가장 냉정한 평가다.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여야하는데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니 맹목적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세계 대다수 언론과 도박사들이 스웨덴 승리를 점쳤다. 한국이 이겼어야 이변인데, 우린 왜 졌냐고 타박이다. 그런 측면에서 현재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다가 불의의 부상으로 낙마, 해설위원으로 러시아 땅을 밟은 이근호의 발언은 팬들도 함께 나눌만 하다.

한국과 스웨덴의 경기가 펼쳐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 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이근호는, 우선 뛰어야하는데 마이크를 잡고 있으니 어떻게 하냐는 위로에 "축구화를 두고 왔다"는 농으로 밝은 모습을 보였다. 이어 "난 마음을 이미 정리했는데 오히려 주변에서 더 안타까워하는 것 같다. 괜찮다. 괜찮게 바라봐 주시는 게 날 도와주시는 것"이라며 극복해가고 있다는 뜻을 전했다.

자신의 이야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던 이근호는 "이곳에 와서 선수들도 보고 밤에 몇몇 선수들과 통화도 나누는데 전체적으로 분위기나 컨디션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잘 해줄 것이라 믿는다. 잘할 것"이라고 격려의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형님의 바람과 달리 결과물을 얻지 못했다.

이날 이근호는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이 몸을 풀 때 그 옆에서 지켜보며 응원과 박수를 보냈다. 신태용 감독과 코치들을 비롯해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거나 포옹을 하면서 기를 보내주었다. 그들의 노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 아쉬움도 클 터다.

1차전 석패와 함께 멕시코와의 2차전 결과가 더 중요해졌다. 심지어 멕시코가 첫 경기에서 최상 독일을 꺾는 파란을 일으켜 우리의 시나리오는 더 복잡해졌다. 이런 이야기를 이근호에게 건네자 그의 대답이 경종을 울렸다.

이근호는 "사실 우리는 그런 것 계산하는 수준의 나라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멕시코가 1차전에서 이겼으니까 2차전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고, 우리가 1차전에서 스웨덴에 졌으니까 2차전에서 어떻게 해야 하고... 사실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는 그런 위치가 아니잖는가"라면서 "우리는 그냥 매 경기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이근호는 "한국축구가 언제부터 16강을 당연하게 바라봤는가"라는 말로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에 대해 안타까움을 전했다. 선수들도 팬들도, 받아들일 부분이 분명 있는 이야기였다. 이제 1차전이 끝난 것이고 아직 2경기가 남았는데도 지금 분위기는 거의 절망이다. 적어도 지금은, 담담하게 다시 멕시코전에 '올인'해야 할 때다.

lastuncl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