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열의 하프타임]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황희찬의 꿈

조회수 2018. 6. 18. 09:3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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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이루었고 이루어가는 선수
손목세리머니의 의미 - 가슴에 새긴 효심
득점을 꼭 하고 싶은 이유
꼭 세리머니를 하고 싶어요.
손목키스 세리머니를요.

황희찬 선수가 월드컵을 앞두고 밝힌 소망입니다. ‘손목키스 세리머니를 하고 싶다’는 그 말이 인상적이면서도 '왜 꼭 손목키스를 해야하지?' 라는 의문이 들었고, 그 이유를 설명하는 황희찬 선수의 이야기를 들으며 꼭 스스로 그 세리머니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생각이, 아니 확신이 들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자신의 꿈이었던 대표팀 선수들(이근호, 박주영, 이청용 등)을 만나서 기념사진을 찍은 황희찬 선수. 이 때부터 이청용 선수와 함께 뛰고 싶은 꿈을 꾸었다고 함 (제공 : 황희찬 선수)

꿈을 이루었고, 이루어가는 중

황희찬 선수의 '어린시절 꿈' 이야기를 하려면 잠시 농구 이야기를 먼저 해야합니다. 얼마전 끝난 NBA 동부 컨퍼런스 보스턴과 클리블랜드의  결승전은 4승 3패로 ‘킹’ 르브론 제임스의 클리블랜드의 승리로 끝이 났죠. 결승전이 끝난 후에 SNS에는 인상적인 한 장의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어린 소년과 르브론 제임스와 함께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바로 보스턴의 슈퍼루키인 제이슨 테이텀이 올린 사진이었는데, 르브론 제임스는 그에게 영웅같은 존재였다고 합니다. 그렇게 동경했던 히어로와 코트위에서 함께 뛰고 있게 된 순간, 그는 꿈을 이룬 것이죠.

르브론 제임스와 제이슨 테이텀 (출처 : 제이슨테이텀 인스타그램). 현재는 삭제된 상태

그리고 이들의 스토리와 비슷한 이야기가 대한민국 대표팀에도 있습니다.

“제가 사진 보여드릴까요? 유물 사진인데 보시면 깜짝 놀라실거에요” 라며 갑자기 두 장의 사진을 보여주더라구요.  그 사진을 보고 황희찬 선수의 말대로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놀란 모습을 보고 자신도 신이 났는지 그 사진의 상황을 설명합니다.

“이 사진은 제가 초등학교 때 파주에서 찍은 거에요. 유소년 대표로 뽑혀서 파주에 왔는데 대표팀 형들이 소집되어서 저희들은 근처 숙박업소에 머물렀어요. 어느날 저녁이었어요. 마트에 갔는데 대표팀 형들이 들어오는 거에요. 근호형, 주영이형 그리고 청용이형이요. 많이 놀랐죠? 그 형들은 어린 제게 꿈이었으니까요. 특히 잊을 수 없는 것은 형들은 다 갔는데 청용이형은 끝까지 남아서 사인이랑 사진까지 다 찍어줬어요. 그 때 부터 청용이 형이랑 함께 뛸 수 있으면 좋겠다는 꿈을 꾸고 있었죠.”

중학교 3학년 때 꿈같은 선배 기성용 선수와 함께 찍은 사진. 당시 사진이라 화질이 좋지 않다. (사진제공 : 황희찬 선수)

“그리고 성용이 형이랑 찍은 사진은 중학교 3학년때였어요. 형을 만나게 되었는데 너무 좋아서 입고 있던 티셔츠에 사인을 받았어요. 그 당시 성용이형은 엄청 유명했거든요. 만나서 함께 사진을 찍고 사인을 받는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생각했으니까요.”

어린 시절 자신의 롤모델이었던 형들과 이제는 어깨를 나란히 합니다. 함께 태극마크를 달고 나라를 대표해서 월드컵에 출전하게 된 것입니다. 그의 꿈이 이루어진 것이죠. 함께 뛰고 싶다던 그 꿈이… 비록 이번 월드컵에서는 청용이 형과 함께 할 수가 없다는 사실이 많이 아쉽지만, 대신 그렇게 동경하던 형을 위해서 그는 꼭 득점을 하고 싶을 것입니다. 자신의 롤모델이었던 형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죠.


손목에 키스세리머니를 하는 이유

득점 후 항상 손목에 키스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 (출처: SPOTV 중계화면 캡쳐)

오스트리아 리그에서 득점을 할 때 보면 황희찬 선수는 붕대를 감은 손목에 키스를 하는 세리머니를 하곤 합니다. 처음에는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자주 보게 되니까 왜 그런 세리머니를 하게 되는지 궁금하기도해서 그 이유를 물었는데 생각하지도 못한 대답을 들었어요.

가슴에 새기고 손목에 새긴 6글자.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조부님들의 이름

“희찬아 너 왜 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할 때 꼭 손목에 키스를 하니?” 라고 묻자 미소를 짓더니 손목을 보여주더라구요. 그 손목에는 6글자의 한자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설명합니다.

“제가 어렸을 때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셨어요. 운동 끝나고 오면 저를 반겨주시고 식사를 챙겨주시는 분은 할아버지, 할머니였어요. 제게는 부모님만큼 소중하신 분이세요. 저는 아직도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제 곁에 없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어요. 그래서 오스트리아에 있으면서 한국에 계신 두 분을 기억하기 위해 손목에 두 분의 이름을 새겼어요. 한 시도 두 분의 은혜를 잊고 싶지 않았거든요.”

조부모님의 이름을 새겼답니다. 평생 그 분들의 은혜를 잊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그 세리머니는 그 은혜를 생각하면서 감사의 마음을 담은 세리머니였던 것입니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 녀석 어린 줄만 알았더니 보기보다 어른 스럽고 효심이 깊네’

지난 5월에 28인의 예비선수 소집때 파주에 방문하신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황희찬 선수(제공: 황희찬 선수)

“부모님도 그렇지만 나이가 많으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제가 월드컵 대표팀 28인의 명단이 발표되었을 때 많이 좋아하셨어요. 부모님과 함께 두 분이 파주 훈련장에도 오셨어요. 장하다고 하시더라구요. 뭉클했죠. 그러시더니 TV보면서 응원할테니까 잘하라고 하셨어요. 더 잘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꼭 골을 넣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꼭 세리머니를 하고 싶어요.”

자신이 태극마크를 단 것에 대해 대견해 하시며 행복해 하시는 모습을 파주에서 봤습니다. 그리고 TV앞에서 손주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응원하신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는 최선을 다해서 꼭 은혜의 세리머니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득점을 하고 손목 키스세리머니를 하고 싶다는 황희찬 선수

이제 몇 시간 후면 스웨덴과의 중요한 1차전이 시작됩니다. 황희찬 선수가 선발로 나올지 교체로 나올지 모릅니다. 만약 출전하게 된다면 그는 승리를 위해 그리고 득점을 위해 누구보다 더 열심히 달릴 것입니다. 자신의 롤모델이었던 형들에게 잘 성장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분들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

‘희찬아 너만큼이나 나도 그 세리머니를 보고 싶다. 손목에 키스하는 네 모습을…’

그동안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황희찬 선수를 비롯한 모든 선수들이 그라운드 위에서 열정과 투혼을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선수들이나 팬들 모두 박수치며 웃을 수 있는 멋진 경기를 기대하며 응원합니다. ‘태극전사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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