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열의 하프타임] '아름다운 관계' 막내트리오의 내리사랑

조회수 2018. 6. 17. 14:0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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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되는 막내들의 반란
의지하고 힘이 되는 대표팀의 단짝
형에게 받은 대로 동생에게 주는 내리사랑

누가 뭐래도 현 시점에서 한국 축구의 에이스는 손흥민 선수입니다. 현재까지 쌓아 온 커리어나 실력을 보더라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지난 온두라스 전에서는 기성용 선수를 대신해서 주장 완장도 차며 대표팀의 중심선수가 되었습니다. 물론 그에게도 부담되는 막내시절이 있었지만, 손흥민 선수가 대표팀에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의지할 단짝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마치 막내시절 기성용 선수와 이청용 선수가 그랬던 것 처럼… 현재 대표팀의 막내들도 그렇게 서로 힘이 되어주면서 적응하고 있는 듯 합니다. 스웨덴과의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막내들의 케미가 빛을 발하기를 기대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밝게 트레이닝을 하고 있는 손흥민, 이승우 황희찬 선수 (출처 : 대한축구협회)


서로 의지하며 막내시절을 보낸 절친이자 단짝 손흥민과 김진수

원래 손흥민 선수의 단짝은 김진수 선수였습니다. 나이도 같고, 연령대 대표팀을 함께 거쳐서 성인대표팀까지 왔으니까요. 그 뿐 인가요. 두 선수가 왼쪽라인을 책임졌고, 독일에서도 함께 뛰기도 했고, 당시에 많은 소녀팬들에게 인기를 몰고 다니는 선수들이었습니다. 기성용하면 이청용이 떠오르는 것처럼 손흥민하면 김진수, 김진수하면 손흥민이 떠 올랐으니까요.

언제부터인가 손흥민 선수의 단짝은 황희찬 선수로 바뀌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것이 아닙니다. 보셨잖아요. 온두라스와의 평가전에서 득점을 한 손흥민 선수가 벤치에 앉아 있는 김진수 선수에게 달려가서 포옹하는 장면을요. 여전히 두 선수는 서로를 위하는 대표팀의 절친이니까요. 아쉬운 것은 두 선수가 러시아월드컵에서 왼쪽라인을 함께 책임지는 듀오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이죠.

손흥민 선수의 단짝들. 절친들인 손흥민 김진수 황희찬 선수의 밝은 모습.


막내 황희찬이 적응할 수 있도록 함께 해 준 손흥민

그런데요. 다행인 것은 그 아쉬움 대신 최전방 공격라인을 책임질 듀오를 볼 수가 있다는 것이죠. 외신도 인정하는 공격듀오의 모습을요.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함께 뛰며 가까워진 선후배 손흥민 선수와 황희찬 선수의 모습. 어느 순간부터인가 두 선수가 대표팀에서 룸메이트가 되었고, 형제처럼 붙어 다니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어요. 지난 3월에 있었던 북아일랜드와 폴란드와의 평가전 때도 두 선수는 함께 방을 쓸 뿐만 아니라 훈련장 밖에서도 함께 붙어 다녔으니까요. 대표팀의 막내였던 황희찬 선수를 손흥민 선수가 선배로서 챙겨주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희찬이는 잘 하죠. 제가 조언할 만한 입장도 아니고 그냥 동생처럼 편하게 대해주고 있어요.”(손흥민)

“흥민이 형은 축구 이야기를 많이 안해요. 그냥 편하게 하래요. 그리고 좋은 형이에요. 막내인 저를 잘 챙겨줘요.”(황희찬)

 지난 3월 북아일랜드와의 평가전을 마치고 폴란드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대화 나누는 손흥민과 황희찬 (제공: 정유진 님)

서로가 편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합니다. 말하지 않아도 선배로서 막내가 대표팀에 잘 적응할 수있도록 행동으로 도와주고, 후배는 형의 마음을 알기 때문에 형을 의지하는 듯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언제부터인지 황희찬 선수는 막내로서의 어색함은 사라지고 대표팀에 잘 적응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어느새 대표팀 공격의 중심이 되어 있었구요. 최고의 선배였던 손흥민 선수와 투톱을 이루어 주전으로 월드컵을 누빌 확률이 높은 선수가 되었던 것이죠.


형에게 배운대로 동생 이승우의 적응을 도와 주는 황희찬

그 영향을 받아서 일까요? 막내였던 황희찬 선수는 자신보다 어린 막내가 들어오자 그 동생을 챙기기 시작합니다. 룸도 같이 쓰고 훈련 이후 자유시간에도 막내 이승우 선수와 늘 붙어 다닙니다. 현재 대표팀의 최고령 선수인 이용 선수와 이승우 선수는 12살 차이입니다. 선배들이 어려울 수 있겠죠.  황희찬 선수도 아무리 선배들이 편하게 해줘도  선배들 앞에서 부담과 어려움이 있었을 것입니다.

“승우가 막내잖아요. 저도 형들이 잘 챙겨줬으니까 저도 잘 챙겨줘야죠. 겪어보니까 진짜 착해요.”

그 상황을 경험해서인지 그 부담을 편안함으로 바꿔주고 적응할 수있도록 도와준 선배 손흥민 처럼 자신이 받은 도움을 동생에게 베푸는 선배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흥민이한테 많이 배웠구나’ 싶더라구요.

늘 붙어 다니는 두 선수. 파주 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을 마치고 휴식시간에 함께 하는 모습

거기에다가 손흥민 선수도 황희찬 선수처럼 늘 붙어다니지는 않아도 막내 이승우 선수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장난도 잘 쳐주고 종종 대화도 자주 나눈다고 합니다. 어느새 손흥민 선수는 대표팀의 막내에서 중심선수가 되어가는 모습이었습니다. 전에도 제가 표현했던 것처럼 ‘캡틴의 향기’가 나는 것 같습니다.

그 영향인지 모르겠지만 이승우 선수는 잘 적응하고 있는 듯 합니다. 대표팀의 평가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부담이 아닌 편안함을 만들어 주는 선배들 덕분인지 자신의 실력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는 공격듀오가 아닌 트리오가 된 느낌입니다. 손흥민과 황희찬 듀오에 이승우 선수가 합류한 그런 느낌이요. 세 선수의 밝게 훈련하는 모습을 언론을 통해서도 볼 수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관계 – 막내트리오의 케미를 기대하며

손흥민 선수는 부담스러운 막내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 시절 절친인 김진수 선수와 함께 의지하면서 잘 견뎌냈습니다. 덕분에 대표팀의 확실한 왼쪽라인이 되었습니다. 김진수 선수의 부상으로 이번에도 월드컵 무대에는 함께 서지 못합니다. 대신 새로운 막내들과 최상의 공격라인을 만들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들을 이끄는 리더가 되었습니다.

황희찬 선수는 선배의 도움으로 대표팀에 잘 적응했습니다. 자신이 선배 손흥민으로 인해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처럼 막내인 후배 이승우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늘 함께 합니다. 막내 이승우 선수도 언젠가는 그런 선배가 되어 있겠죠.

며칠 후면 스웨덴과의 1차전이 열립니다. 많은 팬들의 우려가 있습니다. 그래도 기대가 되는 것은 내리사랑을 보여주는 선배와 그 사랑을 받고 있는 후배의 케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막내트리오의 자신감 있고 겁없는 플레이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 플레이를요.

누군가 그런 말을 하더라구요.

“거목들 사이에 있었더니 어는 순간 나도 모르게 거목이 되어 있었다.”

*많은 축구팬들이 기대보다는 우려하는 마음으로, 긍정적인 시각보다는 부정적인 시각으로 스웨덴전을 바라봅니다. 분명 객관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막내트리오의 겁없는 도전을 통해 우리가 기쁨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막내트리오의 반란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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