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준의 超야구수다] 초여름의 포스트 시즌, 한화와 SK가 만났다

조회수 2018. 5. 28. 15:1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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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막바지에 치열한 2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SK와 한화 두 팀이 만났다.

SK는 연패로 잠시 주춤하다 주중 넥센 3연전의 위닝시리즈를 계기로 다시 올라가는 흐름이었고, 한화는 5월 7할대(14승 6패)의 파죽지세의 기운이 두산 3연전 위닝시리즈를 거두며 정점에 이르렀다.

본격적인 중반전에 들어가는 6월. 좋은 흐름으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이번 3연전 선발 투수 매치업에 그대로 반영됐다. 양팀 모두 1, 2, 3선발을 등판시키며 정면승부에 나섰고 초여름 포스트 시즌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 1차전 SK 김광현 vs 한화 샘슨의 에이스 맞대결. 5-1 SK 승리.

팽팽했던 투수전. 힘의 균형을 깨고 승기의 틈새를 만든 것은 SK의 과감한 전술이었다. 지난 시즌과는 다른 SK의 공격 패턴은 가공할 홈런포에 기동력을 더했다. 접전 상황에서 승리의 확률을 높일 특별한 옵션을 하나 더 단 셈이다.

7회말. 앞서 한화 최진행과 SK 로맥의 주고받는 홈런포로 1-1 동점의 상황. 한화 선발 샘슨이 이닝의 선두타자 4번 로맥에게 볼넷을 허용한다. 두 번째 타석에서 허용한 홈런이 경기 후반 박빙 승부에 부담이 된 듯하다.

무사 1루에 타자는 김동엽. 직구(파울)- 직구(파울)- 커브(파울)- 직구(볼)- 직구(볼), 그리고 2B-2S 6구째. 볼배합상 승부구로 변화구가 들어올 타이밍이라 읽은 SK 벤치는 1루 주자 로맥을 움직였다.

SK 벤치는 여기서부터 세 번을 연속으로 ‘타자는 스트라이크를 치고 주자는 뛰는 작전’을 낸다. 이미 2루로 향하는 1루 주자 로맥의 움직임은 한화 샘슨의 견제로 충분히 읽을수 있었지만 한화 벤치는 견제 이상 의 대응은 하지 않았다. 

8구째, 샘슨의 커브를 받아친 SK 김동엽의 빗맞은 느린 땅볼 타구는 1,2루간을 유유히 빠져 나갔다. 도루 스타트를 끊은 1루 주자를 의식해 2루 베이스 커버를 서두른 정근우의 수비 범위를 벗어난 것이다. SK가 무사 주자 1,3루를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

정진기가 삼진으로 물러나고 1사 1,3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김성현. 다시 한번 SK의 과감한 전술이 빛나는 순간이 온다. 직구(파울)- 직구(파울)- 직구(볼)- 직구(볼)에서 다시 변화구를 염두에 두고 1루 주자 김동엽이 2구 연속 도루 스타트를 끊었다. 결국 커브가 들어온 6구째, 1루 주자 김동엽은 한화 지성준이 공을 던지지도 못한 가운데 가볍게 2루 도루에 성공한다.

1사 2,3루. 병살의 기회가 사라지자 한화는 3루 주자를 잡기 위해 내야수를 전진 이동시킨다. 그러나 김성현의 땅볼은 앞당겨진 한화 내야진 사이를 빠져나가고 안타가 됐고 두 명의 주자는 모두 홈을 밟게 된다. 승부의 추가 SK 쪽으로 기우는 순간이다.

사실 이날 승부의 키는 한화 샘슨이 SK의 홈런포를 어떻게 잠재우는가와 SK 김광현의 제한된 투구수였다. 다시 말해 한화는 경기 초반 장타 허용으로 인한 빅 이닝이, SK는 김광현이 내려간 이후의 경기 중후반이 부담스러웠던 경기였다.

그렇다면 투구수 제한이라는 카드를 내놓고 경기에 임한 김광현을 상대하는 한화의 전략은 무엇이었을까. 한화의 선택은 정공법이었다. 타순도 크게 흔들지 않았고 지금껏 해왔던 공격의 움직임과 흐름을 그대로 유지 시켰다.

타석에서 한화 타자들은 빠른 볼카운트부터 자신의 스윙을 하며 적극적으로 공격했다. 2스트라이크 이후 강력한 승부구를 가지고 있고 최근 적극적으로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김광현의 경향을 근거로 한 듯하다.

그러나 그 결과, 김광현은 5회까지의 투구수가 46개에 불과했고, 덕분에 8회(92구)까지 투구할 수 있었다. 한화는 SK 선발 김광현 공략에 실패(3안타 1홈런 1득점)하면서 한화에게 유리하다고 예상되었던 경기 후반의 승부처까지 사라지고 말았다.

시즌 어느 때보다 뛰어났던 김광현 구위는 적극적인 공격을 택한 한화의 전략을 무위로 만들었고 상대의 틈새를 파고든 SK의 과감한 전술은 다소 수세로 예상됐던 경기 후반 흐름을 완전히 가져오면서 귀중한 첫 승리를 가져갔다.

# 2차전 SK 켈리 vs 한화 휠러. 7-2 SK 승리.

SK 켈리와 한화 휠러, 모두 불안요소가 있었다. SK 켈리는 올 시즌 공의 좋고 나쁨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었고 한화 휠러는 4월 SK전 첫 등판 때 결과가 너무 안 좋았다. 때문에 첫날과는 다르게 활발한 타격전이 예상됐고 1회까지는 1점씩 주고받으며 어느 정도 타격전으로 가는 듯했다. 

그러나 2회부터 양 팀 흐름에 차이가 생겼다. SK 켈리는 1회초 2사 3루에서 김태균을 삼진으로 잡으면서 투구 리듬과 자신감을 되찾은 듯했다. 한화 김태균은 리그에서 빠른 스윙을 가지고 있다.

그런 김태균을 상대로 던진 바깥쪽 회심의 직구 두 개가 김태균의 스윙 스피드를 이겨내고 파울이 되었고, 마지막 승부구였던 빠른 슬러브는 최고의 라인을 그리며 김태균의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1회초 종료후 켈리는 7회초 김태균에게 우월홈런을 허용하기까지 한화 타선을 무안타로 잠재웠다.

그리고 6회와 7회에는 SK 노수광과 김성현의 그림 같은 수비가 올시즌 경기 중반 이후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는 한화 공격의 맥을 끊어 버렸다.

한화 휠러는 1회말 안타와 볼넷으로 시작하며 좋지 않았지만 SK 노수광의 주루 미스로 위기를 넘기고 다시 살아나는 듯했다. 그러나 2사후 4번 로맥 타석에서 자신의 투구 생명선인 우타자 몸쪽 직구 두 개가 볼로 판정되면서 흔들리기 시작, 이후 게임 운영에서 중심을 잡지 못했다. 게다가 3회까지 매 이닝 선두타자를 안타로 출루시키는 등 3.2이닝 동안 10안타를 허용한 구위도 최근 경기와는 다르게 만족스럽지 못했다.

결국 양 팀 선발 투수의 힘 차이가 경기의 주도권을 SK에 넘겨줬다. 첫날과 둘째날 SK 선발 투수가 투구한 2경기 15이닝 동안 한화 타선이 뽑아낸 안타는 단 7개였고 득점은 3점뿐이었다. 그리고 SK 전력과 최근 경기 내용으로 볼 때 최대 아킬레스건이었던 불펜진을 상대한 이닝은 단 3이닝뿐이었다. 전세가 SK 쪽으로 기운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 3차전 SK 산체스 vs 한화 김재영 7-5 한화 승리.

3연패 그리고 SK전 5연패였던 한화는 김광현, 켈리를 통한 빠른 공에 대한 학습효과와 과감한 라인업의 변화로 가라앉은 분위기를 바꾸고 경기 초반부터 경기를 주도해 나갔다.

1회초 송광민의 결장으로 3번에 기용된 이성열은 발목 부상의 후유증을 안고 있는 산체스의 초구 139km/h 체인지업을 제대로 받아쳤다. 이성렬이 가장 좋아하는 코스와 스피드대였고 팀의 가라앉은 분위기를 바꾸는 2점 홈런이었다.

수술후 복귀한 지난 시즌 산체스는 불펜투수로 활약했다. 불펜투수는 등판하는 상황의 특성상 빠른 볼을 중심으로 가장 자신 있는 구종과 패턴을 주로 구사한다. 그리고 산체스는 150km/h를 넘는 패스트 볼은 물론이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등 모든 구종이 빠르다.

한마디로 완급에서 ‘급’만 있고 ‘완’은 없다. 130km/h 전후하는 슬러브가 있지만 활용도는 아주 낮다. 선발 투수의 평가 기준으로 보면 타자를 상대하는 패턴이 너무 단순하다. 그래서 산체스가 선발 투수로서 다시 변신한 올 시즌 가장 우려했던 점은 체력적인 부담으로 스피드와 구위 저하가 온다면 빠른 공에 적응이 빠른 국내 타자들에게 버티기 힘들지 않을까였다. 그런데 오늘 경기를 포함 최근 등판 경기들의 흐름은 그 우려를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한화는 3-0 상황에서 몇 번의 추가점 상황을 살리지 못하면서 역전을 허용, 다시 동점과 연장 승부 끝에 SK의 실책으로 신승을 거둔다. 지친 기색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는 한화 불펜진은 아슬아슬한 상황을 연출했지만 그래도 SK 불펜진보다는 우위에 있었음을 증명했다.

SK는 8회말 1사 만루 상황에 한동민의 1루수 땅볼 병살타가 나오면서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었던 큰 기회를 놓쳤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아쉬웠던 것은 연장 10회초에서 나온 어이없는 실책과 실책성 플레이였고, 그로 인해 손안에 다 들어왔던 마지막 경기를 한화에게 내주고 말았다.

한 시즌을 치르다 보면 경기를 잡을 수 있는 큰 찬스를 병살타 등으로 무산시키는 경우는 언제든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수비는 다르다. 외야수들의 콜 플레이 실수와 같은 어이없는 실책은 절대 나와서는 안 되는 플레이다.

지난 시즌 SK가 실패했던 가장 큰 이유로 들 수 있는 것이 오늘처럼 한 번에 어이없이 무너지는 수비였다. 올 시즌 막강한 선발진과 기대했던 장타력이 터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두권으로 치고 나가지 못하는 이유도 이와 같다. 이대로라면 우승권 싸움에서는 절대 우위에 설 수 없다.

2위 SK vs 3위 한화의 주말 대혈전 3경기는 SK의 위닝시리즈. 경기차 1 경기차 유지.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세계 최고봉인 해발 8848M의 에베레스트산, 그 등정기를 들은 적이 있다. 7500M부터는 서 있는 것만으로도 맥박이 심하게 뛰어서 한걸음 내딛는 것도 힘들고 여기서부터 500m를 전진하는데 대략 10~12시간이 걸리기도 한다고 했다. 거기다가 시시때때로 변하는 날씨까지 더하면 정상에 가까이 갈수록 생사를 담보로 오른다고 했다.

높은 산의 정상과 평지는 이렇게 다르다. 이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면서 프로야구에서 올라가야 하는 산의 정상도 이와 똑같지 않을까 생각했다.  실제 위로 올라가면 갈수록 제대로 숨쉴수 없을만큼의 수많은 부담감들이 조여온다.   

지금 한화의 위치는 정상권이다. 3연전을 지켜보면서 이전 경기들과는 다른 조금 경직된 분위기를 느꼈다. 이제부터는 이번 3연전과 같이 지면 안 되는 경기들이 수없이 기다리고 있다. 상대 팀들의 본격적인 압박이 시작되고 한 경기 한 경기 넘어가기가 쉽지않다. 상대도 상대지만 스스로의 마음 가짐이 쫓기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발 빠져서 바라보면 특별히 달라질 것이 없음을 알게 된다. 지금껏 잘 해왔던 것을 계속 지켜나가면 된다.  

사실은 그보다 더 힘들고  무서운 것이 있다. 그것은 팀에 대한 미디어와 팬들의 관심과 기대가 엄청나게 커지고 그 부담감의 무게가 점점 무거워지며 필요이상 지쳐간다는 것이다. 매일 같이 이기고 질때마다 쏟아지는 관련 기사와 그에 따른 관심들은 산 정상에서 허리춤 높이까지 쌓여 진 눈길을 걸어가야 하는 것처럼 한 걸음 한 걸음이 정말 힘겹다. 이것 만큼은 팀 안으로 하나로 모여 뭉쳐지지 않으면 팀은 앞으로 쉽게 나아가기 힘들다. 

아직은 시즌의 결정적인 승부처가 아니다. 초조해하거나 조바심을 내서는 안 된다. 올 시즌 한화는 어느 팀과 붙어도 충분히 이겨낼 힘이 있다. 지금껏 해왔던 것이니 그대로 하면 된다. 그리고 어려울 때일수록 팀이 하나가 돼서 싸우겠다는 시즌 시작전의 강한 의지만 잊지 않고 함께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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