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홈런' 김태균에게 똑딱이 평가는 정당한가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입력 2018. 5. 27. 06: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화 이글스 제공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300홈런을 때려낸 타자를 과연 똑딱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한화 김태균은 지난 26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KBO리그 통산 300홈런 고지를 정복했다.

선발 5번 1루수로 출전한 김태균은 팀이 1-7로 크게 뒤진 7회초 1사 후 SK 선발 켈리의 4구째를 통타,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 홈런을 때려냈다.

이 홈런으로 김태균은 올시즌 7호이자 2001년 데뷔 이후 16시즌 만에 통산 300홈런을 기록하는 기쁨을 누렸다.

김태균은 그동안 홈런과 관련된 능력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타자다. 단일 시즌 홈런 임팩트가 다소 떨어졌기 때문이다.

KBO리그 통산 홈런 1위 이승엽(467개)의 경우 통산 5차례나 홈런왕에 올랐고, 50홈런을 넘긴 시즌만 두 차례나 있었다. 40홈런 이상으로 범위를 넓히면 3번, 30홈런 이상은 무려 8번이나 있었다.

한화의 레전드이자 통산 홈런 3위 장종훈(340개) 역시 1992년 국내 최초로 40홈런을 넘긴 주인공이었을 뿐 아니라 직전 시즌에도 35홈런을 때려내는 등 3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한 바 있다.

이 밖에 김태균보다 통산 더 많은 홈런을 기록한 은퇴 선수 중 심정수, 박경완 역시 단일 시즌 40홈런 이상을 채운 경험이 있으며, 양준혁, 이호준, 송지만, 박재홍도 30홈런을 넘은 시즌이 최소 두 차례는 있었다.

반면 김태균은 현역 이범호와 함께 30홈런을 넘긴 시즌이 단 한 차례 뿐이며, 이 역시 2008년 31개로 압도적인 수치는 아니었다. 당시 홈런왕에 등극했으나 2위 가르시아와의 격차도 단 1개 였다.

역대 단일시즌 40홈런 이상을 기록한 선수가 총 15명(21회)이고, 이 가운데 2014시즌 이후에만 5명(8회)이 탄생했기 때문에 이들과 비교했을 때 김태균의 기록은 초라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물론 김태균이 데뷔 시즌부터 20홈런을 때려내며 엄청난 기대감을 불러모았고, 기어이 30홈런도 넘겨보며 잠재력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팬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측면도 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복귀한 2012시즌 16홈런에 이어 2013시즌에는 10홈런에 그친 것도 똑딱이라는 평가가 나온 이유이기도 했다. 타율과 출루율에 보다 신경을 쓰면서 한화 팬들이 가장 기대했던 4번 타자로서 강력한 한 방을 때려주는 모습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300홈런은 KBO리그 역사상 현재까지 단 10명 밖에 넘어보지 못한 기록이다. 한화 측이 발표했듯 300개 홈런의 총 비거리만 3만5100m로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와 청주구장 간 직선거리(35.2km) 돌파를 앞두고 있다.

김태균의 경우 전성기에 접어들 무렵 일본에서 두 시즌을 보내 KBO리그 기록에서 다소 손해를 보기도 했으며 아직 커리어를 마친 선수도 아니다. 이승엽의 467홈런은 사실상 불가능한 영역이지만 역대 2위 양준혁의 351홈런까지는 충분히 노려볼 수 있다.

김태균이 한 시대를 풍미한 홈런 타자라고 하기에는 임팩트가 떨어질 순 있지만 똑딱이 타자라는 꼬리표가 붙는 것은 누적 수치를 지나치게 간과한 저평가라고 할 수 있다.

2013시즌 두 자릿수 홈런을 겨우 채운 이후 4년 연속 김태균의 홈런 숫자는 계속해서 증가세를 나타냈으며, 만 32세였던 2014시즌부터 현재까지 86개의 홈런을 기록해 같은 기간 전체 12위에 이름을 올렸다. 저평가가 심했던 기간에도 제법 뛰어난 홈런 생산 능력을 보여줬다.

이 밖에 김태균은 통산 장타율 5할3푼3리로 1500타석 이상 기록한 역대 선수 중 전체 9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300홈런과 1200타점을 동시에 넘어선 4번째 선수(이승엽, 양준혁, 이호준)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통산 3000타석 이상 기준 타율 역대 3위(0.325)에 오른 선수가 홈런까지 열 손가락 안에 들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더욱 경이롭다. 300홈런 타자 중 통산 타율 3할을 넘는 선수 역시 이승엽, 양준혁 외에 김태균 뿐이다.

한화 이글스 제공

통산 끝내기 홈런 5회, 만루 홈런 9회 등 김태균은 중심타자로서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역할도 자주 수행했으며, 앞서 언급한 2014시즌 이후 총 86홈런 중 팀이 승리한 경기에서만 54홈런을 몰아쳤다.

한화가 암흑기에 놓이면서 많은 승리를 쌓지 못했기 때문에 이 기준을 타석 당 홈런수로 대체할 경우 0.07개로 전체 5위에 올라 있다. 타율 4할3리, 장타율 6할8푼5리의 기록은 덤이다. 그만큼 팀 승리 중심에 김태균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았음을 의미한다.

김태균은 대기록 달성 후 구단을 통해 “300홈런은 내가 꾸준히 야구를 해왔다는 홈런이기에 의미가 있지만 지금까지의 숫자보다는 앞으로 팀의 승리에 기여할 더 뜻깊은 숫자를 만들기 위해 초심을 되새기며 타석에 서겠다”는 소감을 밝혀왔다.

이처럼 홈런에 대한 큰 욕심 없이도 꾸준한 모습을 통해 누구나 부러워할 대기록을 탄생시킨 김태균이다. 그를 똑딱이라고 평가하는 것이 과연 정당할까. 높은 타율로 인해 그를 여전히 똑딱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동시에 김태균은 뛰어난 홈런 타자로 평가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yuksamo@sportshankook.co.kr

[ⓒ 한국미디어네트워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