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조 컨피덴셜] 멕시코 오소리오 감독이 말하는 한국 축구

한만성 2018. 5. 26.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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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완전히 파악한 멕시코 감독 "그래도 신태용의 플랜A는 4-4-2 아닐까?"

[골닷컴, 미국 베버리힐스] 한만성 기자 = 학구파 지도자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감독은 이미 한국 축구를 훤히 꿰뚫고 있었다.

멕시코 축구협회는 26일(한국시각) 미국 LA 인근 베버리 힐튼 호텔에서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앞둔 자국 대표팀 주요 선수와 오소리오 감독과 취재진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미디어 데이를 개최했다. 멕시코 언론은 물론 F조 4개국 출신 언론이 모두 이날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관심사는 단연 월드컵에서 멕시코가 선보일 축구, 그리고 상대팀에 대비한 준비 과정이었다.

오소리오 감독은 올 초부터 한국을 철저히 분석했다. 심지어 그는 한국이 주요 선수를 대거 제외한 1~2월 터키 안탈리아 전지훈련에도 시에라 움베르토 수석코치를 파견해 전력 분석에 착수했다. 지난 3월 북아일랜드, 폴란드와의 친선 경기에서도 움베르토 코치가 현장에서 신태용호를 분석했다. 이 와중에 오소리오 감독은 올 초 휴가 기간에 직접 네덜란드로 이동해 거스 히딩크 前 한국 대표팀 감독과 만났다. 그는 움베르토 코치가 신태용호의 현재 전력을 분석하는 사이에 히딩크 감독을 만나 오늘날까지 한국 축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전술 및 체력 훈련 방식에 대한 노하우를 들었다.

미디어 데이에 참석한 오소리오 감독은 한국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흔히 말하는 '립 서비스'나 수박 겉핥기식 평가를 내놓지 않았다. 아래는 오소리오 감독과 나눈 한국 관련 질의응답.

-그동안 면밀히 분석한 한국을 어떻게 평가하나.

대표팀 성적과는 별개로 한국 축구는 2002년을 기점으로 큰 변화가 있었다. 여기서부터 한국을 파악하기 위해 거스 히딩크 감독을 만나러 간 것이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히딩크 감독이 전해준 말을 듣고 한국 축구에 정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물론 지금의 한국은 그때와 다르다. 지금 한국에는 예전보다 훨씬 많은 선수가 유럽에서 활약 중이다. 토트넘의 7번, 손흥민은 세계 최정상급 공격수 중 한 명이다. 다만 나라 전체의 축구 발전은 선수 개개인, 혹은 대표팀 성적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그래도 나는 한국 축구가 2002년보다 지금이 전반적으로 훨씬 더 성장한 상태라고 본다.

-한국 축구가 2002년보다 지금 더 발전했다고 말했는데,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나.

2002년의 한국 축구에는 당시 월드컵에 출전한 선수들에게 극단적인 운동 능력을 만들어준 대표팀이 있었다. 당신도 잘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거스 히딩크 감독뿐만이 아니라 피지컬 코치 레이몽 베르하이옌이 나서 한국 대표팀을 매우 강도 높은 축구를 하는 팀으로 만들었다. 당시 그들이 미친 영향이 오늘까지 한국 축구가 발전하는 데 큰 보탬이 됐다고 본다.

-그러나 순수하게 한국 대표팀의 전력만 보면 2002년 월드컵 때와는 차이가 있다.

2002년 월드컵 끝난 후 16년이 지나며 선수 개개인의 면모는 오늘날 한국이 훨씬 낫다. 지금처럼 한국에는 그동안 손흥민 같은 공격수가 있었던 적이 없다. 지금 한국에는 독일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은 선수들이 있지 않나. 전반적인 환경은 지금이 더 경쟁력이 있다. 2002년의 한국 선수들에게는 운동 능력이 좋은 대표팀 선수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러한 운동 능력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거기에 재능 있는 선수들이 생겼다. 오히려 한국의 이런 점은 멕시코가 배워야 한다. 한국은 과거의 운동 능력을 오늘의 재능으로 승화시켰다. 반대로 기존 재능에 운동 능력을 더하는 게 멕시코의 과제다.

-한국 축구의 전반적인 환경에 관해 이야기했는데, 지금의 한국 대표팀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한국은 4-4-2 포메이션을 가동할 때 가장 강하다. 얼핏 보면 수비진과 미드필드진이 일자로 서 있는 것 같지만, 신태용 감독은 이 전술을 활용할 때 공격 시에는 측면 미드필더 두 명을 수시로 안쪽으로 좁혀 들어오게 한 후 양 측면 수비수한테 지속적인 공격 가담을 요구하는 것 같다.

물론 우리의 한국전 전략까지 말해줄 수는 없다(웃음). 다만 한국은 이런 식으로 강한 압박을 하며 강도 높은 경기를 하려고 할 것이다. 우리는 그들이 높이는 강도에 걸맞은 응답을 해야 한다. 한국 공격진에 배치된 리(Lee, 이재성으로 추정)는 늘 전진을 시도하는 공격적인 선수다. 그는 늘 전진한다. 우리는 그 부분을 노려 발생하는 공간으로 역습을 해야 한다. 다만 한국을 보면 그들의 축구가 너무 정직하다는 생각도 든다.

-멕시코는 세계 랭킹 1위 독일과 먼저 만난 후 한국을 상대한다. 독일전에서 이기지 못하면 한국전이 그만큼 더 중요해진다.

물론 더 먼저 열리는 독일전 준비가 우선이다. 그러나 한국전과 독일전 우리의 접근 방식은 비슷할 것이다. 다만 독일은 세계 최고의 팀이다. 내용만 보면 아마 한국을 상대로 우리가 더 주도하는 경기를 할 것 같다. 우리는 정말 많이 당신들의 축구를 존중한다(We respect your football very much). 지금 우리는 당신들을 이길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다하고 있다. 한국은 월드컵에서 성공할 수 있는 팀이다. 멕시코는 분명히 어려운 조에 속해 있다. 우리에게는 매우, 매우 어려운 조다. 그러나 어려운 건 한국에게도 마찬가지다.

-멕시코의 이번 월드컵 목표는?

월드컵 결승까지 가는 게 우리 목표다.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이란 존재는 늘 경쟁에서 이기면서 성취감을 느낀다. 스포츠에서는 더욱 그렇다. 월드컵에 진출한 팀은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꿈을 꿀 권리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월드컵 결승전까지 간다는 목표에 맞춰 모든 걸 준비한다. 매번 월드컵에 진출하는 한국도 마찬가지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우리가 이겨야만 하는 한국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팀이기를 바란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오늘날까지 지난 2002년의 당신들을 보면서 교훈을 얻는다. 아무리 오래된 얘기라도, 한국은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이기고 월드컵 4강까지 가본 적이 있는 나라다. 4강에서도 75분이 돼 독일의 (미하엘) 발락 같은 선수가 골을 넣고서야 한국을 탈락시킬 수 있었다. 그때의 한국처럼 멕시코도 똑같이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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