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경의 포토카툰] 초보 태극전사 이승우를 위한 조언,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조회수 2018. 5. 25. 15:4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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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초년병 시절 별 것 아닌 일에 허둥대고, 이유없이 눈칫밥을 먹을 때가 있었다.

뜬금없이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 건 지난 21일 소집한 축구대표팀 속 수줍은 이승우 때문이다.

21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출정식 후 파주NFC에서 다시 만난 이승우는 어딘가 경직된 느낌이 강했다.

아마 지금 대표팀에 이승우 외에도 같은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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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초년병 시절 별 것 아닌 일에 허둥대고, 이유없이 눈칫밥을 먹을 때가 있었다. 가슴이 콩알만큼 작아져서 작은 일에도 진땀을 빼던 기억이 있다. 뜬금없이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 건 지난 21일 소집한 축구대표팀 속 수줍은 이승우 때문이다. 청소년 대표팀에 발탁돼 태극마크를 경험한 적은 있으나 나라 전체를 대표하는 A팀 소속으로 훈련에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어색함에 힐끗힐끗 눈치를 보면서도 태연한 척 미소를 짓는 이승우의 모습에서 10년 전 사회 초년병이었던 그 시절이 떠올랐다.

21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러시아 월드컵 출정식에서 이승우는 소감을 5글자로 말해 달라는 질문에 "이거 실화냐"라고 재치있게 답했다. 모델처럼 멋지게 무대를 걸어나와 하트 세리머니를 선보이는 등 이승우는 언제나처럼 쇼맨십이 넘쳤다. 하지만 카메라가 비추지 않았을 때 그의 손동작에서 어색한 속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행사가 마무리 될 때 쯤 훈련복으로 갈아입고 재등장한 이승우는 무대 중앙 신태용 감독의 옆자리에 서서 다시 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카메라가 없을 때보다 있을 때 더 당당한 이승우였다.

21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출정식 후 파주NFC에서 다시 만난 이승우는 어딘가 경직된 느낌이 강했다. 자연스럽게 행동하려 애썼지만 또래들과 어울리던 청소년 대표팀 시절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어딘가 모를 어색함이 그의 주변을 맴돌았다.

소집 첫 날은 가벼운 러닝으로 훈련을 마쳤는데, 그 시간 그라운드에서 머릿 속이 가장 복잡했던 1인이 아니었을까 싶다. 고마운 것은 경직된 그를 위한 형들의 마음 씀씀이였다.

구자철을 비롯 여러 선수들이 러닝을 하며 자연스럽게 이승우와 대화를 주고 받았고, 손흥민은 보다 특별한 이벤트를 선물했다.

지금 이승우보다 두 살 더 어린 열여덟살에 A대표팀에 발탁됐던 손흥민은 동생을 위해 깜짝 이벤트를 선보였고, 덕분에 이승우는 긴장을 풀고 한바탕 웃을 수 있었다. 그 덕분인지 이후 훈련에서 손흥민과 이승우는 나란히 붙어 스트레칭을 하는 등 한결 친해진 모습을 보였다.

23일 훈련에서 스트레칭을 하며 대화를 주고 받던 손흥민과 이승우 

대표팀은 23일부터 본격적으로 훈련에 돌입했는데 당시 이승우의 얼굴에는 종종 짜증이 묻어났다. 잠시 미니게임이 중단될 때마다 그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이승우는 플레이 후 자신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짜증내는 모습을 몇 차례 보였다. 원하는 동작이 나오지 않은 것이다.

훈련 종료 후 축구화를 벗고 벤치로 향하는 이승우 

이런저런 생각에 머리는 복잡하고, 몸은 천근만근. 대표팀의 공기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적응 중인 그에게 1시간 훈련은 우리가 느낀 이상으로 길었을 것이다. 

처음은 누구나 그렇다. 작은 것도 조심스럽고, 당연한 것도 눈치가 보인다. 쉬운 것도 어렵고, 잘하던 것도 허둥대기 일쑤다. 아마 지금 대표팀에 이승우 외에도 같은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꼭 이 말을 전하고 싶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고. 그리고 '누구에게나 지금이 처음'이라고.

어느덧 A매치 100경기 출전을 앞둔 캡틴 기성용도, 대표팀 주전 공격수로 자리매김한 손흥민도 어려웠던 '처음'이 있었다.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 당시 처음으로 대표팀에 발탁돼 대회에 참가했던 손흥민 
7년 전 대표팀에 처음 발탁된 손흥민 
2008년9월5일요르단과 평가전에서 처음으로 A매치 선발 출전을 기록한 기성용은 5일 뒤 상하이에서 열린 북한과 월드컵 최종예선에 출전해 득점을 기록했다. 
북한과 월드컵 최종예선을 앞두고 훈련중인 앳된 얼굴의 기성용 

처음을 견디면 '처음으로 두 번째 경기'를 맞게 되고, 두 번째 경기를 견디면 '처음으로 세 번 경기'를 맞게 된다. A매치 100번째 경기를 맞은 기성용도 사실 100번째 A매치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니 대표팀에 승선한 누구도 처음이라는 이유로 위축되지 않길 바란다. 사실 '2018 러시아 월드컵'은 우리 모두 처음이다.

 부디 처음이라는 무게에 눌리지 않길 바란다. 이승우도, 다른 선수들도.

글 사진=구윤경 기자 (스포츠공감/kooyoonk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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