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우의 메이저? 메이저!] 마운드의 장수? 글래빈에게 물어봐

조회수 2018. 5. 25. 15: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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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들의 로망은 160km에 육박하는 빠른 볼이다. 하지만 신은 이런 재능을 쉽게 허하지 않는다. 게다가 이런 재능을 받은 행운아들도 시간만큼은 거스를 수가 없다. 젊은 시절 마운드에서 당당히 빠른 볼을 던지며 타자를 압도하는 투수들도 나이를 먹고 부상등을 겪으며 자연스럽게 구속이 감소하고 세월의 덧없음에 한숨을 쉰다. 본인이 더 마운드에 서고 싶고 팀의 일원으로 인정 받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타자를 잡아내던 방식에서 탈피해 새로운 생존법을 찾아야 한다. 그 길을 찾지 못하면 난타를 당하고 결국은 경기에서 모습이 사라지게 된다. 이번 시즌 두 명의 베테랑 투수를 통해 마운드에서 오래 버티고 싶은 투수들의 롤 모델이 될 수 있는 사례를 봤다. 그리고 이 두 투수를 보며 과거 300승 투수인 탐 글래빈을 떠올랐다. 과연 이들의 생존법은 무엇일까?

이 두 투수는 텍사스 레인저스의 메이저 리그 최고령 선수 바톨로 콜론과 뉴욕 양키스의 38살의 투수 CC 사바시아이다. 이들은 모두 전성기 시절 100마일의 빠른 볼을 던졌던 리그를 대표하는 강속구 투수였다. 콜론은 통산 242승, 사바시아는 239승으로 다승 부문 현역 1,2위를 점하고 있는 대투수이다. 올 시즌 콜론은 5월25일 현재 2승2패 3.51의 준수한 성적을 유지하고 있고 사바시아는 2승1패 3.55의 역시 안정적 성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사바시아는 지난 등판에서 깨지긴 했지만 15경기 무패 행진을 이어오기도 했다.

텍사스 레인저스의 메이저리그 최고령 선수 바톨로 콜론

콜론은 이미 4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지만 아직 최고 구속은 151km가 나오고 사바시아도 마흔을 바라보지만 역시 같은 최고 구속을 보여준다. 물론 평균 구속은 사바시아가 148km, 콜론은 145km로 더 낮다. 메이저 리그 평균 구속보다 떨어지지만 이 선수들의 나이와 어깨에 쌓인 이닝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수치로 보인다. 하지만 이미 말한 바와 같이 이들은 전형적이 파워 투수로 힘으로 타자를 압도하던 선수들이다. 지금의 구속은 너무나 낯설다. 이들의 구속이 30대 중반을 기점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점을 보면 이들에겐 25년간 타자를 상대하던 요령이 같아서는 버틸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들의 선택은 바깥쪽 코스 공략이었다. 구속이 떨어지며 콜론이 선택한 구종은 투심이다. 그의 투심 시즌 구사율은 무려 68%에 달한다. 그리고 이 투심의 평균 구속은 불과 87.8마일에 그친다. 메이저 리그 평균치에서도 꽤 떨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안타율은 .228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 구속이 약간 더 빠른 포심을 적절히 배합하며 타자를 농락하고 있다. 그런데 그의 최고 무기는 바로 우타자 상대 바깥쪽에서 휘면서 들어오는 투심의 활용이다. 우타자 입장에서 멀게 느낄 수 밖에 없는 코스이고 이 공이 컨트롤되기 시작하면 타자들이 속수무책 당하기 마련이다.

뉴욕 양키스의 38살의 투수 CC 사바시아

사바시아도 마찬가지이다. 싱커, 커터, 체인지업등의 구종으로 예전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바깥 코스 활용을 많이 한다. 물론 우타자 몸쪽으로 휘어지는 슬라이더 활용도 적지 않지만 패턴의 변화는 뚜렷하다. 효과 역시 확실하다. 싱커 피안타율은 .154, 체인지업은 .192로 바깥쪽 코스를 공략하는 주력 구종의 효과가 확실히 나타나고 있다.

이들의 진정한 원조 선배는 탐 글래빈이다. 글래빈은 그 유명한 애틀란타 브레이브즈의 3인방, 그렉 매덕스, 존 스몰츠와 역대 최고의 트리오로 꼽혔던 인물 중 일원이다. 메이저 리그 22년간 305승을 거둔 대투수이다. 143년의 메이저 리그 역사에서 단 24명 밖에 안되는 300승 클럽 멤버이고 이중 좌투수는 단 6명밖에 없는 희귀종 클럽이다. 통산 평균 자책점도 3.54로 준수하다. 4413이닝 이상을 투구했고 탈삼진은 2607개를 뽑아냈다. 글래빈은 애초부터 빠른 볼을 던지는 투수가 아니었지만 엄청난 컨트롤로 두 번의 사이영상과 10번의 올스타 선정, 한번의 월드 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선수로 2014년 91.9%의 득표율로 명에의 전당에 헌액된 대스타였다. 20승 이상을 5번이나 하며 이는 모두 다승왕으로 연결됐다. 월드 시리즈 MVP를 차지할 정도로 포스트 시즌에도 강해 모두 35번의 등판에서 14승16패지만 평균 자책점은 3.30으로 좋았다.

이렇게 화려한 경력을 쌓을 수 있었던 글래빈의 원동력은 자로 잰듯한 바깥쪽 컨트롤이었다. 1회에 마운드에 올라 뛰어난 컨트롤을 바탕으로 이 날 경기 주심의 바깥쪽 스트라이크 존을 어디까지 잡아주나 공을 하나씩 빼면서 감을 잡고 그 이후 집요하게 아웃 코스를 공략했다. 타자도 알고 팬도 그가 바깥쪽을 계속 던진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정타를 만들기는 너무 어려웠다. 정상급 바깥쪽 체인지업으로 타이밍까지 뺏기 시작하면 타자들은 속수무책이었다. 지금까지 봐 온 어느 투수보다 바깥쪽 코스 활용에 능한 투수가 바로 글래빈이었던 것이다.

모든 투수가 글래빈과 같은 핀포인트 바깥쪽 컨트롤을 가지긴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와 유형이 달랐더라도 콜론과 사바시아를 통해 글래빈 은퇴 이후 느끼지 못했던 ‘아웃 코스 매직’을 어느 정도 즐기고 있다. 어차피 투타의 싸움은 투수가 얼마나 배트의 중심을 피하며 헛스윙 혹은 빗맞은 타구를 유도 하느냐 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콜론과 사바시아의 바깥 코스 활용은 글래빈에 대한 향수를 불러옴과 동시에 투수들의 긍정적 변화를 느끼게 함으로 또 다른 야구를 보는 재미를 던져주고 있어 마음이 즐거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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