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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기자 MLB리포트]타릭 엘-아보어의 자폐증을 이겨낸 야구사랑

민훈기 입력 2018.05.22. 10:38 수정 2018.05.23.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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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에 자폐증 진단, 숫자와 야구 사랑으로 고교, 대학, 독립리그에서 외야수로 뛰다가 올해 MLB KC와 계약


미국 메이저리그(MLB)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애리조나 연장 스프링캠프에서는 오늘도 수많은 젊음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6월부터 시작되는 루키리그 3팀에 배정될 신입들이 저마다 새로 시작된 프로야구 선수의 꿈에 열정과 희망을 담고 운동장을 달리고, 공을 받고 던지며, 방망이를 휘두릅니다.


그 중에 ‘타릭 엘-아보어’라는 다소 특이한 이름의 선수가 있습니다.

그는 외국인 선수는 아닙니다. ‘멜팅팟(melting pot:미국을 인종의 용광로로 빗댄 용어)’이라고 불리는 미국의 LA에서 태어나 캘리포니아에서 성장한 25세 청년입니다. 그런데 이 선수가 특이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미국에서 최초로 프로야구 팀과 계약한 ‘자폐증(autism)'이 있는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작년에 KC 로열스 특별고문 샌더스의 초대로 카프만 스타디움을 방문한 타릭 엘-아보어(사진 중앙) @KC SNS


지난 3월초 캔자스시티 로열스가 타릭과 계약하기까지는 전 메이저리그 스타이자 현재 로열스의 특별고문으로 있는 레지 샌더스(50)의 역할이 컸습니다.

올해 40세 된 남동생 드미트리우스가 자폐증이 있기에 이 증세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던 샌더스는 RSFCares라는 비영리단체를 설립해 자폐증 아동과 그 가족들을 돕는 일을 해온지가 10년 가까이 됩니다. 그런데 2년 전 샌더스는 자폐증 관련된 일을 하는 지인이자, 타릭의 멘토로부터 이 청년 야구선수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것이 미국 최초의 자폐증 프로야구 선수 탄생의 시작이었습니다.



물론, 타릭의 야구 이야기는 훨씬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1992년 6월 20일 LA에서 태어난 3세 때 자폐증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6세가 될 때까지도 말을 하지 않던 타릭이었지만 그의 어머니 나디아 카릴은 숫자에 유난히 관심이 많다는 것을 관찰했습니다. 일반인들과는 다르게 작동하는 그의 마음에는 숫자에 대한 개념과 함께 어려서부터 유난히 집중하던 야구가 연결됐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지역 언론과 인터뷰에서 나디아는 말했습니다. “그 아이의 마음을 읽으려고 노력하다보니 타릭의 사고 체계는 숫자와 큰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는 개념으로 생각하지만 이 아이는 숫자로 사고를 한다. 그리고 무엇인가를 반복하면 아주 잘하게 되는 것은 그 아이도 일반인과 같다. 그런데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반복하는 노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타릭은 어려서부터 야구를 정말 사랑했고, 훈련도 정말 열심히 했다. 자신이 남들과는 조금 다르고, 자폐증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할 어릴 때부터 야구 훈련을 지독히 열심히 했다. 그리고 '나중에 크면 엄마에게 야구장 옆에 집을 사주겠다'고 늘 말했다, 이 엄마가 자신이 뛰는 경기를 직접 볼 수 있도록 말이다.”


아들의 야구 사랑을 깊이 느낀 나디아는 장애에 신경쓰기 보다는 아들이 잘하는 것에 집중하겠다고 결심했고, 야구를 위해서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야구를 통해 세상과 소통한 타릭은 아주 잘 했습니다. 샌마리노 고교에서 주전 외야수로 활약했고 2년제 패서디나 시티컬리지에서도 잠깐 야구부에 몸담았습니다. 그리고 콘코르디아 대학에서 야구 장학금을 약속받았습니다. 그런데 전학이 불투명한 이유로 무산됐지만 타릭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퍼시피카 대학 야구부로 전학해 1년간 뛰었고, 브리스톨 대학과 통합이 되자 역시 외야수로 뛰면서 경영학 학사를 받았습니다.

대학 졸업 후에도 타릭의 야구는 계속됐습니다.

2년 전 독립리그인 뉴욕 엠파이어리그 설리반 익스플로서스에 입단한 그는 3할2푼3리의 타율을 기록하며 신인왕을 수상했습니다. 작년에는 플래츠버그 레드버즈로 옮겨 2할4푼으로 다소 떨어졌지만 대신 동료들과 리그 우승을 함께 했습니다.


유심히 그를 지켜보던 샌더스는 작년 여름 타릭을 캔자스시티 경기에 초대했습니다.

카프만 스타디움을 첫 방문한 그는  경기 전 빅리그 선수들과 만난 건 물론이고, 타격 훈련도 함께 했습니다. 선수들과 잘 어울렸을 뿐 아니라 기대 이상의 타격 솜씨를 과시하는 타릭을 보면서 샌더스는 확신을 가졌다고 했습니다, 프로 선수로 도전을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선수라고.

그리고 올해 초 로열스의 데이턴 무어 단장을 만나 타릭 엘-아보어라는 선수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구단 회의를 거쳐 타릭과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는다는 결정이 떨어졌습니다. (로열스는 과거에서 투렛 증후군과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던 짐 아이젠라이크와 계약한 전례가 있습니다. 3년간 주로 마이너에서 뛰다가 야구를 포기했던 아이젠라이크는 로열스와 28세에 계약해 12년간 빅리그에서 뛰며 2할9푼에 52홈런, 2루타 221개, 3루타 39개, 105도루, 477타점, 492득점의 기록을 남겼습니다.)


레지 샌더스의 든든한 지원과 함께 타릭은 MLB 팀과 최초로 계약한 자폐증 선수가 됐습니다.  @KC SNS


샌더스는 나디아에게 계약 소식을 알리는 전화를 했고, 곁에서 이야기를 들은 타릭은 그야말로 집안을 날아다녔다고 합니다.

180cm에 77kg의 타릭이 빅리그까지 진출할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경쟁과는 비교가 안 되는 치열함과 잦은 원정, 긴 시즌, 전혀 다른 환경 등에 홀로 적응해야 합니다.


그러나 자폐증 선수가 프로야구 팀과 계약했다는 소식만으로도 미국 내 350만 명의 자폐증이 있는 사람들과 가족들에게는 큰 영감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 어린이 중에 59명 중 한 명은 자폐증이 있습니다. 특히 남자가 여자보다 4배 정도 많은 것이 특징 중 하나입니다. 증상이 개인마다 큰 차이가 있는데, 3분의 1 정도는 아예 평생 말을 하지 않습니다. 지능이 떨어지는 사례도 많지만 특이하게 한 분야, 숫자 등에 천재성을 보이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타릭은 숫자의 관심을 통계의 스포츠 야구로 연결시킨 특별한 케이스이기도 합니다.


이 글을 위해 취재를 하면서 미국에서 1년에 자폐증에 투입되는 예산이 우리 돈으로 250조 원이나 된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런데도 매년 5만 명이 고교를 졸업하면서 자폐증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된다는 것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에 대한민국에서 자폐증으로 판정받은 사람은 8517명입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적은 숫자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1% 정도가 자폐증이 있고(증상이 발견된 사람만 약 2480만 명), 국가에 따라서는 1.5%를 상회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0-14세까지 아동이 2015년 기준 703만 명이었으니 1%만 해도 7만 명이 넘습니다.

대부분 성인보다 아동이 자폐증이 월등히 많고, 미국에서도 자폐증에 대한 인식과 검사 등이 널리 퍼지면서 자폐증 판정을 받는 사람은 최근 급증해 왔습니다. 국내에도 드러나지 않은 자폐증 아동의 숫자는 알려진 것의 몇 배는 될 것임이 분명합니다.


장애인 학교를 건립하는데 그 부모들이 무릎을 꿇는 비참한 현실과, 그래도 건립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우리의 열악한 상황과 집단 이기주의 속에서 KBO리그에서 뛰는 자폐증 선수를 상상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정말 요원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작은 노력부터 하루 빨리 시작해야 합니다. 운동으로 자폐증을 극복해 정상적인 삶을 살고, 역할 모델이 될 수 있는 아이들이 몇 명이라도 나올 수 있다면, 그 노력은 당장 시작해도 늦습니다.


샌더스는 말했습니다.

“연장 캠프에서 첫 경기를 뛴 후 타릭이 전화를 했다. 그러면서 ‘정말 제자리를 찾아온 것 같아요.’라고 하더라.”




<자폐증 개요 -국가건강정보포털 의학정보>

자폐증이란 다른 사람과 상호관계가 형성되지 않고 정서적인 유대감도 일어나지 않는 아동기 증후군으로 '자신의 세계에 갇혀 지내는' 것 같은 상태라고 하여 이름 붙여진 발달장애입니다.

자폐증은 사회적 교류 및 의사소통의 어려움, 언어발달지연, 행동상의 문제, 현저하게 저하된 활동 및 관심 등이 특징적이고 1943년경에 의해 미국의 존스 홉킨스 대학의 소아정신과 의사였던 레오 카너가 처음 학계에 보고를 하였습니다. 자폐증의 명칭에 대해서 혼란을 피하기 위해 좀 더 설명을 하자면, 우리가 진단에 많이 참조하는, 미국에서의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에서는 어떤 특정 결함에서 보다는 발달 전반에 걸친 장해로 발생하는 전반적 발달 장애라는 진단명을 사용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전반적 발달장애를 5개의 아형으로 구분을 했는데, 이후의 후속연구에서 이들을 따로 구분하는 것이 임상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따라 가장 최근에는 통합해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이 기사는 minkiza.com, ESPN.com, MLB.com, Wikipedia, yahoo.com, Associated Press, The Wall Street Journal 등을 참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