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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륭의 원사이드컷] 레알은 모든 준비를 마쳤다.

김태륭 입력 2018.05.22. 08:33 수정 2018.05.2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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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8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프리뷰 '레알 마드리드'
클롭 대 지단, 확실한 한 가지와 전략적 다양함의 대결
"호날두의 현재 컨디션은 120% 이다."

지난 주말 라리가 시즌 마지막 경기인 비야레알 전을 앞두고 지단 감독이 말했다. 보름전 엘클라시코에서 발목 부상을 당한 호날두는 이후 이어진 세비야, 셀타비고 전에서 휴식을 취하며 컨디션을 회복했다. 이어진 비야레알 전에 선발 출전한 호날두는 62분 동안 가벼운 몸놀림으로 한 골을 기록했다. 레알은 전반전 두 골차로 앞섰지만 후반 경기 템포가 떨어지며 동점을 허용, 무승부로 리그 최종전을 마쳤다. 

승리로 리그 피날레를 장식하지 못했지만 긍정적인 요소가 많았다. 키예프에서 선발 명단에 이름 올릴 확률이 높은 선수들의 컨디션을 확인했고, 후반전 선수 교체를 통한 포메이션 변화의 반응도 확인했다. 지단 감독의 아들 골키퍼 뤼카가 데뷔전을 치른 것은 덤이다. 이 날 경기에서 레알이 후반전 어려움을 겪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에 상관없이 지단 감독은 확인하고 싶은 것을 확인했다. 

모든 것은 5월 27일, 키예프에 향해 있다. 


지단 감독은 과연 어떤 선발 라인업을 구성할까?

# 챔피언스리그 DNA

레알 마드리드는 1992년 UEFA 챔피언스리그 개편 이후 총 여섯차례 챔스 우승을 기록했다. 최근 네 시즌 중 세 번, 무엇보다 지난 두 시즌 연속으로 왕관을 차지했다. 이 결과는 레알의 레전드이자 현 홍보 단장 에밀리오 부트라게뇨가 인터뷰에서 자주 언급하는 "챔피언스리그 DNA" 에 대한 확실한 근거이다. 물론 과거 유로피언컵 시절 1956년부터 5회 연속 레알 마드리드가 연속 우승을 차지한 역사가 있다. 하지만 당시의 유로피언컵은 대회 규모와 권위가 지금의 챔스와는 많이 달랐다. 레알이 이번에도 빅이어를 차지한다면 챔스 개편 이후 세 시즌 연속 챔스 우승을 기록하는 최초의 클럽이 된다.

챔피언스리그가 이번 시즌 레알 마드리드를 지탱했다. 레알은 전반기에 놓친 승점을 만회하지 못한 채 리그를 3위로 마쳤고, 코파델레이에서도 레가녜스에 패해 조기 탈락했다. 이번 시즌 기록한 승점 76점은 09/10시즌 호날두가 입단한 이래 가장 저조한 리그 성적이다.

하지만 시즌 첫 세 번의 홈 경기에서 2무1패를 기록했을 때도, 연초 코파델레이에서 당한 충격패의 분위기를 전환시킨것도 챔스 일정이었다. 조별리그에서 토트넘의 카운터에 한 차례 흔들렸지만 토너먼트에서 PSG, 유벤투스, 바이에른 뮌헨까지 지난 시즌 자국 우승팀들을 차례로 꺾으며 결승에 진출했다. 무엇보다 토너먼트 단계에서 치른 6경기 중 4경기에서 먼저 실점했음에도 불구하고 레알은 180분 싸움의 최종 승자가 되었다. 흔들릴수 있는 상황에서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레알과 지단은 지난 두 시즌 동안 크고 작은 수많은 전투에서 함께 승리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유럽 그 어느 클럽보다 전투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방법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 레알을 위한 감독, 지네딘 지단

2016년 1월, 지단이 레알 마드리드 감독에 부임했다. 지금까지 30개월 가까운 시간이 흘렀고, 레알의 진열장에는 챔스와 리그, 클럽월드컵 트로피가 추가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편에는 언제나 부정적인 시선이 존재했다. 레알의 특성상 시즌 초중반 몇 차례 무승이 이어지자 '지단 경질설'까지 흘러나왔지만 지단은 묵묵히 극복해냈다.

돌이켜보면 지단 체재의 지난 30개월 동안 경기 외적인 잡음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성적이 좋았기에 큰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반대로 문제가 생겨도 크게 확대시키지 않고 잘 해결한것으로 여길 수 있다. 그동안 베일, 이스코 등 몇몇 선수들이 출전 시간에 대한 불만을 재기했다. 하지만 지단은 인터뷰를 포함한 특유의 언론 플레이와 적절한 출전 선택으로 선수단을 장악했다. 베일이 출전하지 않은 것에 대해 언론에서 의문을 제기하면 그 다음 경기에 베일을 출전시켰고, 베일 역시 좋은 활약으로 응답했다. 지난 3월 A매치 기간 인터뷰에서 이스코가 출전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을 때도, 지단은 이후 열린 중요 경기에서 이스코를 우선적으로 활용했고 이스코는 화답했다. 감독과 선수 사이의 세부적인 에피소드까지 알수 없지만, 중요한 사실은 지단이 레알 마드리드 선수단을 훌륭히 통솔하고 있다는 점이다. 얼마전 이슈가 된 지난 챔스 결승전 하프타임 락커룸 대화처럼, 시즌 초중반 레알의 무승이 반복될 당시, 라모스 같은 핵심 선수들의 인터뷰처럼, 지단과 레알 선수단 사이에는 강력한 유대 관계가 형성된 것 같다. 

전술적 요소 역시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첫 시즌 'BBC'로 대변되는 4-3-3 을 효율적으로 활용했으나 '그것' 밖에 없다는 비판이 있었다. BBC가 주춤할 무렵, 이스코를 활용한 4-3-1-2 포메이션이 힘을 발휘했고 '이스코 시프트'로 지난 시즌 빅이어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중반 4-3-1-2 의 밸런스가 무너지자 바스케즈, 아센시오를 활용한 4-4-2 로 활로를 찾았다. 레알은 이제 세 가지 포메이션을 능숙하게 구사하는 팀이 되었다. 자신들의 상황에 따라, 상대의 스타일에 따라 다른 포메이션과 전략으로 플레이 할 수 있다. 여기에 같은 4-3-3, 4-3-1-2 지만 베일,이스코 대신 아센시오, 바스케즈 등 공격 주요 자리에 한두명의 다른 선수를 배치하여 기존 스타일과 다른 색깔을 내는 방법까지 성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단 감독은 선수 은퇴 후 레알 마드리드의 고문, 단장, 유소년 감독, 수석 코치, 카스티야 감독을 거쳐 1군 감독에 이르렀다. 레알의 모든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단은 베토니, 음사이디에 등 코칭스텝들의 의견을 경청하여 팀 운영에 반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시즌부터 자리 잡은 확실한 로테이션 이야말로 지단 감독이 스포츠 사이언티스트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결과이다.


모드리치는 여전히 경기의 차이를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다.

# 스쿼드

디펜딩 챔피언에게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흔히 말하는 '구멍'이 없다. 시즌 내내 많은 경기를 치렀지만 리그에서 가장 많은 출전시간을 기록한 카세미루가 2,601분 (30경기)을 소화했을 뿐이다. 호날두는 27경기에서 2,298분을 출전하며 지난 시즌보다 246분 적게 뛰었다. 레알은 적극적인 로테이션으로 인해 후반기에 좋은 페이스를 만들어냈다.

모든 포지션이 훌륭하지만 특히 크로스-카세미루-모드리치의 미드필드 조합은 축구팬들이 오래도록 기억해야 한다. 어느덧 32세가 된 모드리치의 회복 능력이 변수가 될 수 있지만, 지난 11월 러시아 월드컵 플레이오프처럼 중요한 경기에서 베테랑이 마음을 다잡으면 혼자서 경기의 균형을 흔들수 있다. 2014년 레알 입단 이후 매 시즌 92% 이상의 패스 성공률을 자랑하는 토니 크로스는 변함없이 꾸준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카세미루는 약간의 기복이 있었지만 최근들어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에 집중하며 경기력을 향상시켰다. 

여기에 이스코가 최근 어깨 부상에서 건강하게 돌아왔으며 카르바할 역시 지난 비야레알 전에 출전하며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대한 준비를 마쳤다. 뿐만 아니라 베일 역시 최근 출전한 5경기에서 5골을 기록하며 지단 감독의 머릿속을 바쁘게 만들었다. 지단은 다양한 포메이션 속에서 최상의 유닛을 선택하여 최고의 스쿼드를 구성해야 한다.

베일? 벤제마? 이스코? 아센시오? 바스케즈? 이들 중 누군가는 결승전에서 벤치에 앉아야 한다.


# 호날두

UEFA 챔피언스리그 통산 득점 1위(121골), 이번 시즌 챔스 득점 1위(15골)를 기록 중인 호날두는 레알이 이번 시즌 챔스 우승을 차지한다면 역대 5번째로 5번 챔피언스리그를 우승한 사나이가 된다. 시즌 초반 부진했지만 1월을 시작으로 엄청난 득점포를 가동하며 부활했고 최근 치른 10경기에서 18골을 기록 했다. 특히 지난 비야레알 전 득점은 호날두의 여덞 시즌 연속 50골 달성을 완성시킨 골이었다. 

호날두는 그동안 서서히 스타일을 변화시켰다. 이제는 폭발적인 윙어보다 전형적인 골 사냥꾼 역할이 어울린다. 09/10시즌 입단 이후 경기당 볼 터치 횟수는 해마다 줄고 있고 (09/10시즌 평균 68회, 17/18시즌 평균 45회) 이번 시즌 리그에서 기록한 26골 대부분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발생했다. 특히 측면 크로스 상황에서 훌륭한 스타팅 포인트와 속도 변화로 많은 골을 만들어냈고, 상대 수비의 범위를 벗어나는 '제2동작'의 폭발력은 여전히 최상급이다. 

측면에서 화려한 드리블로 치고 들어와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골을 기록하는 모습은 이제 좀처럼 나오지 않지만, 호날두는 간결함으로 더욱 강력해졌다. 레알의 원톱과 투톱 모든 상황에서 최고의 역할을 해낼 수 있다.



# 승부처

경기 초반 30분이 매우 중요하다. 레알은 이번 시즌 챔스 토너먼트 8골의 실점 중 5골을 전반전에 허용했다. 심지어 그 중 2골은 시작한지 2~3분 만에 실점한 것이다. 리버풀은 이번 시즌 챔스에서 총 46골을 득점했는데 그 중 39%인 18골이 첫 30분에 집중되어 있다. 다양한 포메이션을 활용할 수 있는 레알에 비해 리버풀은 한 가지 확실한 4-3-3 포메이션에 기반한다. 양 팀이 득점을 하지 못한 상태로 시간이 흐른다면 보유한 카드가 많은 레알이 할 수 있는 것이 더 많아진다. 그렇기 때문에 리버풀은 이번 시즌 챔스에서 해온것처럼 경기 초반에 많은 힘을 몰아 쓸 가능성이 높다. 이미 맨시티와 로마를 자신들의 방식으로 꺾어내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최근 두 번의 챔스 우승을 경험한 레알이지만 그들은 아직 '클롭표 리버풀의 전방 압박' 을 경험하지 못했다. 만약 리버풀의 전방 압박이 지난 맨시티를 상대한 8강 1차전처럼 먹혀든다면 레알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수준의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결승전은 180분 이상의 경기가 아닌 단판이기 때문이다. 다만 리버풀도 높은 강도의 전방 압박을 20~30분 내내 유지할 수 없다. 레알이 리버풀의 전반전 에너지를 버텨낸다면, 1년 전 카디프에서 그랬듯이 후반전은 생각보다 수월하게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이번 시즌 챔스에서 레알은 전반전보다 후반전에 많은 골을 기록했다. (전반 11골, 후반 19골) 뿐만아니라 리그에서도 시즌 중반까지 후반전에 다소 약한 모습을 보였지만, 2~3월을 기점으로 후반전 득점력이 증가하며 많은 승점을 챙겼다. 


레알 마드리드와 리버풀, 리버풀과 레알 마드리드. 신선하지만 클래식한 결승전 대진이 완성되었다. 리오 퍼디낸드는 "어떤 팀도 우위에 있지 않다. 50대 50의 승부를 예상하나 레알에는 호날두가 있다." 라며 의견을 말했고, 스티븐 제라드는 "상대가 레알이라는 것을 잊고 리버풀의 정신적 강인함을 믿어야 한다."라며 후배들을 격려했다.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레알 마드리드, 그리고 한가지 확실한 색깔을 갖고 있는 리버풀. 90분을 넘어 120분 이상의 혈투가 될 수 있지만, 초반 30분이 그 흐름을 결정 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