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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륭의 원사이드컷] 월드컵 우승후보 리포트 #1 독일

조회수 2018. 5. 16. 09:2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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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우승후보 3개국 리포트
#1 독일
"지난 월드컵을 그리워하는 사이에 다음 월드컵이 다가온다."

학창 시절 재밌게 본 축구 만화, '우리들의 필드'에 나오는 평범한 대사가 내겐 4년 마다 꼭 한번씩 떠오르는 특별한 문장이 되었다.

물론 대다수 한국 축구팬들에게 지난 브라질 월드컵은 그리움의 대상이 아닐 것이다. 자신의 국가가 탈락하는 순간, 월드컵에 대한 관심이 작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 ESPN은 한국의 월드컵 파워랭킹을 27위로 평가했고,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한국의 16강 진출 확률을 25% 로 예상했다. 우리 모두 한국 대표팀의 토너먼트 진출을 응원하지만, 대표팀의 월드컵 일정이 7월까지 지속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만약 한국이 고개를 떨궈도 당연히 월드컵은 계속된다. 오히려 보다 차분한 마음으로, 목요일 새벽 응원하진 않지만 빅매치이기에 시청하는 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처럼 축구 그 자체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지난 2년 간, 러시아 월드컵 유럽 지역 예선과 남미 예선을 꾸준히 중계했다. 해당 국가들이 유로와 코파아메리카라는 메이저 대회를 마치고 어떤 과정으로 월드컵 지역 예선을 통과했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독일, 스페인, 브라질 세 팀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이들은 지난 2년 간 세대 교체 혹은 감독 교체를 통해 전력을 꾸준히 향상시켰다. 경기력에서 타팀을 압도했으며 한 가지 완성된 플랜에 만족하지 않고 다른 플랜을 자신있게 시도했다. 가장 훌륭한 점은 그런 과정에서 내용이 조금 부실하더라도 결과를 절대 놓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월드컵 개막을 한달 앞둔 2018년 5월, 먼저 독일에 대한 이야기다. 

피파 랭킹: 1위

지역 예선: 유럽 C조 1위 (30점, 10승0무패, 43득-4실)

기타: 2014 월드컵 우승, 2016 올림픽 준우승, 2017 컨페더레이션스컵 우승

세계 랭킹 1위, 디펜딩 챔피언.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국 중 유일하게 지역 예선에서 전승을 기록했다. 또한 +39의 득실차는 역대 월드컵 유럽지역예선 득실차 부분 신기록이다. 물론 지역 예선 조편성이 비교적 수월한 편이었다. 북아일랜드와 체코가 잘 닦인 아우토반에 요철 역할을 목표했지만 독일에게 어떠한 영향도 주지 못했다. 

독일은 지역 예선 10경기 동안 무려 35 명이 넘는 선수를 대표팀에 소집했다. 실제로 지역 예선이 한창이던 작년 6월 산마리노를 상대한 6차전부터 뢰브 감독의 시험은 이미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이것저것 다 해보고, 이 선수 저 선수 다 써보는데 경기는 늘 이긴다."

지난 유로 2016 이후 독일에 대한 한줄 요약이다. 결과만 보면 수월하지만 정상을 지키는 것이 차지하는 것보다 어려운 법이다. 독일은 지난 2년 간 정체되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F조  독일, 멕시코, 스웨덴, 한국

# 최전방과 풀백의 부재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 마지막 경기인 아르헨티나와의 결승전에서 독일의 최전방에는 클로제가 위치했고 오른쪽 풀백은 필립 람이 차지했다. 2년 후 프랑스에게 패한 유로 2016 준결승에선 뮐러와 킴미히가 각각 그 자리에 섰다. 비교적 전력을 다해 나선 최근 스페인과의 평가전을 보면 베르너가 최전방을 담당했다.

브라질 월드컵 이후 독일의 고민은 최전방 공격수와 오른쪽 풀백에 집중됐다. 15/16시즌 당시 소속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마리오 고메즈를 3년 만에 대표팀에 소집했지만 뢰브 감독은 크게 만족하지 않는 듯 했다. 브라질 월드컵 때 사용했던 괴체 '제로톱'도 시도했지만 좋은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수비 역시 왼쪽 측면의 헥토어는 무난했지만 회베데스와 루디가 출전한 오른쪽은 사람들이 필립 람을 떠올리게 했다. 월드 챔피언을 상대하는 대다수 팀들은 수비 라인을 깊게 내린 상태로 경기에 임했다. 독일은 최전방 유닛에 대한 약점 때문에 미드필더와 풀백을 전진 시키며 2선과 측면에서 수적 우세를 점하고자 했다. 하지만 독일을 상대한 팀들은 준비된 역습으로 독일의 넓은 후방 공간을 공략했다. 2015년 6월, 미국 전 (1-2패)부터 이듬해 5월 슬로비카아 (1-3패) 전 까지, 1년 간 독일은 유로 예선 포함 총 10경기에서 5패를 기록했다. 

2016년 5월, 슬로바키아 전에서 시도한 실험은 후방 공간이 노출되며 실패로 돌아갔다.

그동안 뢰브 체재에서 독일은 꾸준히 포백을 활용했지만 변화가 필요했다. 유로 개막을 앞둔 슬로바키아와 (352 포메이션)의 평가전과 유로 8강 이탈리아 (343 포메이션) 전에서 스리백을 활용하며 독일은 빛과 어둠을 동시에 확인했다. 주 포지션이 수비형 미드필더인 루디는 대표팀에서 종종 측면에 배치되었지만 자신의 위치를 버거워했다. 분명 유로 이탈리아를 상대한 맞춤형 스리백은 좋았지만 센터백과 윙백 간의 연약한 연결고리는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요하임 뢰브 감독은 최근 독일 대표팀과 2022년까지 계약을 연장했다. 

#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찾은 힌트

2016년 9월, 월드컵 지역 예선이 시작됐다. 몇 차례 변화를 시도했지만 뢰브 감독은 여전히 4231 포메이션을 주로 활용했다. 노르웨이, 체코, 북아일랜드를 상대한 첫 세 경기의 최전방에는 괴체가 위치했다. 2017년 여름, 컨페더레이션스컵 전 까지는 고메즈와 뮐러가 톱에 배치됐다. 그 사이에 오른쪽 풀백은 필립 람의 장점을 흡수한 킴미히의 차지가 되었다.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홀러바흐 감독은 평균 연령 23.9세의 젊은 대표팀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투톱과 원톱을 번갈아 활용한 독일의 스리백은 독일 대표팀에게 훌륭한 힌트가 되었고, 그 과정에서 베르너, 바그너, 브란트 같은 공격 유닛이 발굴됐다. 컨페더레이션스컵을 통해 독일은 스리백의 안정화를 통한 전술적 다양성을 추가했고, 발굴된 공격 유닛들은 뢰브 감독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했다. 이후 월드컵 예선과 평가전을 통해 차근차근 영향력을 확대한 베르너는 지난 3월 스페인 전에서도 선발 출전하며 주전 공격수 자리를 선점했다. 

전형적인 타겟 스트라이커 고메즈, 공격 모든 위치를 소화하는 뮬러가 있지만 스피드가 있고, 침투에 능하며, 동시에 어느정도 버티는 역할도 해내는 베르너가 뢰브의 첫번째 선택이 될 가능성이 높다. 베르너는 원톱보다 투톱을 설 때 보다 위력적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을 통해 최전방에 혼자 섰을 때도 영향력을 발휘할만큼 성장했다. 무엇보다 지역 예선 7차전 체코 전처럼, 독일 대표팀 역시 베르너와 다른 공격수를 짝지은 352 포메이션을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다. 

월드컵 지역예선 7차전, 체코를 상대한 경기에서 베르너는 슈틴들과 짝을 이룬 투톱 시스템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독일이 우선적으로 활용하는 포메이션은 4231 이다. 가장 능숙하고 완성도 높게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스리백에 투톱 혹은 원톱으로 플레이 할 수 있다. 완성도는 플랜A 보다 조금 부족할 수 있겠지만 그동안 플랜B의 최대치를 발휘한 적이 없기에 평가전이 아닌 월드컵에서 활용할 경우, 어떤 효과가 나올지 궁금하다.

현재 독일은 99% 완성도의 플랜A, 85%~90% 완성도의 플랜B,C를 갖고 월드컵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독일이 지닌 추가 플랜의 완성도는 경기가 거듭될수록 높아질 것이다. 가장 중요할 때 꺼낼 것이고 상대에게 큰 어려움을 줄 것이다. 지난 유로 때 독일은 이미 그것을 경험했다. 


독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27인 예비명단

# 2018 러시아 월드컵 예비 명단

어제 독일의 월드컵 예비 명단이 발표됐다. 그에 앞서 독일축구협회는 요하임 뢰브 감독과 2022년까지 계약을 연장하며 결속력을 다졌다. 독일은 23일, 이탈리아 에판에서 전지 훈련을 시작한다. 6월 3일 오스트리아와 평가전을 치르고 다음날 23인의 최종 엔트리를 FIFA 에 제출한다. 얼마전 인터넷에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5군까지 정리된 독일의 가상 스쿼드가 인기를 끌었는데, 실제 독일의 1군은 어떤 모습일까?


ㅇ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 베른트 레노, 마크 안드레 테어슈테겐, 케빈 트랍

지난 9월 다리 부상 이후 치료와 재활에 매진한 노이어의 합류가 눈에 띈다. 4월 무렵에야 실전 훈련을 시작하여 경기 감각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테어슈테겐도 일정 수준의 역할은 해낼 수 있다. 레노와 트랍 중 한 명은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할 것이다.


ㅇ 센터백

제롬 보아텡, 마츠 훔멜스, 요나단 타, 마티아스 긴터, 안토니오 뤼디거, 니클라스 쉴레

포백으로 나선다면 우선 순위는 보아텡과 훔멜스 조합이 될 것이다. 두 선수는 비교적 큰 부상 없이 이번 시즌을 소화했다. 빌드업 과정에서 직접적인 볼 운반과 중장거리 패스, 세트 피스 상황에서의 공격 가담은 훌륭한 추가 옵션이다. 다만 스리백으로 변화를 준다면 남은 한 자리 조합에 대한 고민이 생길 것이다. 타는 훌륭한 시즌을 보냈지만 아직 경험이 부족하고, 쉴레는 결코 느리진 않지만 그렇다고 속도에 장점이 있는 유형은 아니다. 뤼디거가 세번째 옵션에 대한 경쟁력이 있지만, 컨페드컵 때 스리백을 잘 소화한 긴터가 오히려 나을 수 있다. 


ㅇ 풀백

요나스 헥토어, 마빈 플라텐하르트, 조슈아 킴미히

헥토어와 킴미히는 좌우 부동의 첫번째 옵션이다. 다만 두 선수 중 한명이 결장하면 무게감에 차이가 생긴다. 플라텐하르트의 크로스는 매우 우수하지만 국제 무대 경쟁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스리백으로 전환하면 오히려 선택지가 넓어진다. 뢰브 감독은 이미 지역예선과 평가전을 통해 사네 같은 윙어 자원들에게 공격적인 윙백 역할을 부여하는 실험을 마쳤다. 다만 첫번째 옵션에 문제가 생기면 풀백 포지션은 독일의 가장 크고 유일한 불안요소가 될 것이다.


ㅇ 미드필드

일카이 귄도안, 메수트 외질, 사미 케디라, 토니 크로스, 레온 고레츠카, 제바스티안 루디

귄도안, 크로스는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지만 시즌 막바지 외질의 허리 부상 소식이 보도됐다. 베테랑 케디라의 공격 포인트 생산 능력이 향상되었지만, 반대로 수비 퍼포먼스가 많이 떨어진 것은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 만약 스리백을 활용하면 고레츠카나 드락슬러가 중앙 자원으로 투입될 수 있다. 특히 드락슬러는 이번 시즌 소속팀 PSG에서 수차례 중앙 역할을 잘 수행했다. 3월 이후 등 부상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엠레 찬은 제외됐다. 


ㅇ 윙어

율리안 브란트, 르로이 사네, 율리안 드락슬러, 토마스 뮐러, 마르코 로이스

한국에게는 가장 부담되는 포지션이고, 독일에게는 가장 경쟁이 치열한 포지션이다. 뮐러는 2선 이상의 모든 위치를 소화할 수 있고, 브란트 역시 좌우 플레이가 가능하다. 사네와 드락슬러 또한 멀티 포메이션에 따른 전술적 가치가 있다. 지난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부상으로 낙마한 로이스가 이번 시즌 전반기 긴 부상으로 이겨내고 다시 기회를 잡았다. 누가 출전해도 최고 수준의 파괴력을 낼 수 있다.


ㅇ 공격수

마리오 고메즈, 티모 베르너, 닐스 페테르센

결국 바그너가 탈락했다. 3월 브라질을 상대한 평가전에서 기회를 받았지만 이후 리그로 연결된 하락세가 결국 바그너의 발목을 잡았다. 고메즈와 페테르센은 전형적인 스트라이커다. 특히 페테르센은 공격력이 약한 프라이부르크에서 이번 시즌 15골을 기록하며 뢰브 감독의 눈에 들었다. 공격의 첫 번째 옵션은 베르너다. 부지런히 활동하며 침투를 반복적으로 시도할 것이다. 전술적 선택에 따라 고메즈 혹은 페테르센과 투톱을 이루면 자신의 존재감을 더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 지난 3월 소집에도 탈락한 괴체는 결국 대표팀 합류에 실패했다. 


# 번외

지난 3월 독일은 스페인, 브라질과 차례로 평가전을 치렀다. 브라질 전을 친선 느낌이 강했지만 먼저 진행한 스페인 전은 양 팀 모두 실전처럼 진지하게 임했다. 1-1 스코어처럼 경기 내용 역시 대등했지만, 공수 모든 상황에서 반 발씩 빨랐던 팀, 공간이 제한된 상황에서도 패스를 공간이 아닌 사람에게 맞춰준 팀, 경기 내내 표정이 좋았던 팀 모두 스페인이었다.

나는 이번 월드컵에서 두 팀이 다시 만나길 바란다. 언젠가부터 독일과 스페인은 상대의 장점을 정확히 파악하여 자신들의 축구에 이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스페인 로페테기 감독은 필드 안에 시스템과 전술적 동선을 구축하고, 코케 같은 미드필더를 중용했다. 독일 역시 이전부터 기계적인 조직을 넘어 선수들이 공과의 관계에서 자유롭게 플레이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 

두달 전 양팀이 치른 경기의 결과를 판정으로 가른다면 스페인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경기 휘슬이 울리고 스페인 선수들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느낌을 받았지만, 동시에 토니 크로스의 단호한 눈빛도 기억에 남는다.

최정상급 팀 사이에도 디테일의 차이는 존재한다. 그것을 단순히 경기 당일 선수의 컨디션으로 국한시킨다면 서른명 규모의 독일 전력분석팀은 일을 비합리적으로 하는 집단으로 평가 받을지 모른다. 하지만 독일 전력분석팀은 지난 해 12월, 본선 진출 32개 국이 확정된 순간 각 팀의 역사와 인문학부터 분석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들의 전력 분석은 이미 오래전부터 좁은 '피치'를 벗어났다.

독일 대표팀의 공식 응원 문구가 기억난다.

'The best never 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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