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장 늦게 퇴근하는 선수였다".. 고양원더스 출신 김지성, 도전과 퇴장

이경원 기자 2018. 5. 15.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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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마감한 고양 원더스 야수 출신 첫 프로 선수 김지성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의 야수 중 최초로 프로 무대에 진출했던 전 KIA 타이거즈의 내야수 김지성(33)이 타격하는 모습. 김지성은 지난달 말 웨이버 공시 이후 소속팀을 찾지 못해 올 시즌 더 출장할 수 없게 됐다. 뉴시스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의 야수 출신 첫 프로야구 선수인 전 KIA 타이거즈 김지성(33)이 방출 뒤 소속 구단을 찾지 못해 시즌을 마무리했다. 그는 달걀 배송과 백화점 택배 일을 하면서도 프로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선수다. 김지성은 14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회를 주신 김기태 감독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야구선수였던 김지성은 200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이름이 불리지 않자 생계 전선으로 나섰다. 그는 “동생도 야구선수였는데, 어려운 형편 때문에 회비를 내지 못해 울던 모습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김지성은 출하된 달걀의 닭똥을 세척한 뒤 운송하는 ‘계란집’ 일을 2년간, 서울 압구정 현대백화점에서 고객 구매품을 배달하는 일을 1년간 했다. 팬들 틈에 ‘쿠팡맨’으로 알려진 것은 잘못이다.

한양대 시절 2차례 타격상을 수상한 그에게 야구의 미련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식당 TV에는 그의 동기생들이 자주 나왔다. 김지성은 “전준우 모창민 나지완이 TV 중계화면에 나오면, ‘나도 지명을 받았다면 잘 했을 텐데’ 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공익근무요원으로 병역을 마친 그는 2011년 고양 원더스의 트라이아웃을 통과했다. 김성근 감독 특유의 강훈련을 견디며 1번 타자로 활약했다.

김지성은 “다시 택배 일을 해야 하겠느냐고 스스로 물으며 연습했다”고 말했다. 김성근 감독은 김지성을 등번호인 ‘7번’이라 부르며 “고민하는 때가 발전하는 때”라고 독려했다. 어느날 경기를 마치고 돌아오는 그에게 후배들이 “형, 축하해요, LG 트윈스에서 오래요”라고 말했다. 김지성은 처음에 믿지 않았다. 그는 “모두가 같은 처지이다 보니, 좋은 활약을 한 선수들에게 그런 식으로 장난을 치곤 했다”고 했다.

하지만 사실이었다. 김기태 당시 LG 감독이 김지성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고, 김지성은 2012년 육성선수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투수 이희성에 이어 2번째 고양 원더스 선수의 프로 진출이었다. 야수로서, 그리고 프로의 지명을 받지 못했던 순수 재야 선수로서는 최초 사례였다. 1군 콜업 첫날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2타점 적시타를 쳐 수훈선수가 됐다. 김지성은 아직도 이 타석을 잊지 못한다.

김지성은 프로의 벽을 완전히 넘지 못했다. 2016시즌 뒤 LG에서 방출 통보를 받았다. 결혼식 한 달 전이었다. 그는 “‘프로란 이런 것이로구나’ 싶었다”고 했다. 그는 다행히 KIA 타이거즈에서 다시 육성선수가 될 수 있었다. 이번에도 LG에서 KIA로 옮긴 김 감독이 손을 내밀었다.

그는 야구를 위해 뭐든지 했다. 김지성의 이름은 원래 김영관이었다. 방출 선수와 결혼한 그의 아내가 “이름의 ‘영(營)’에 ‘화(火)’가 2개나 있어 앞이 막힌다”며 개명을 권했다. 이후엔 홈런도 나왔다. 지난해 6월 29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는 팀 1경기 최다안타 신기록(29안타) 타이기록을 만드는 2루타를 쳤다. 김선빈 대신 들어간 타석이었다. 김지성은 “정작 타석에선 기록이 달린 순간인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어떤 선수라 돌이키느냐 물었다. 그는 “다른 건 없고, 야구장에 제일 먼저 나가 제일 늦게 퇴근하는 선수였다”고 답했다. 실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알아서 한 일이다. 구장 문이 닫힐 때까지 개인 연습을 하는 KIA 선수는 그와 용병 로저 버나디나였다. 타격과 수비에서 많은 조언을 해준 내야수 선배는 이범호다.

그는 올 시즌 타석에 들어서지 못했다. 지난달 28일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대수비로 출장한 것이 마지막 기록이다. 구단 관계자가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안다”며 어렵게 웨이버 공시를 통보했다. 나머지 구단들이 그를 찾지 않아 그의 시즌은 5월에 끝났다.

김지성은 김 감독에게 ‘감사합니다’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김 감독은 “현실을 직시하고, 다음 계획을 잘 세우자”고 답했다 한다. 김지성은 2012년부터 7시즌간 81경기에 출장해 타율 0.176, 3홈런, 9타점의 기록을 남겼다. 김지성은 “독립구단과 육성선수, 1군을 전부 경험해본 이가 많겠느냐”며 지도자의 길을 고려하고 있다. 야구를 잘 하자며 함께 이름을 바꾼 그의 아내가 “고생했다”고 말해줬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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