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열의 하프타임] 이제 기적을 바랄 수 밖에 없는 기성용과 스완지

조회수 2018. 5. 9. 13:4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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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가장 비싸고 중요한 경기
기성용 선수에게는 누구보다 중요했던 경기
남든지 떠나든지 기적이 이루어지길 바랄 뿐

한숨이 나왔습니다. 뒷목이 뻐근했습니다. 많이 긴장했었나 봅니다. 옆자리에 일본기자가 앉아서 이 경기는 ‘한일전 느낌이다’ , ‘요시다가 있는 사우스햄튼이 잔류하길 응원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까 더 긴장이 되었는지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몸이 쑤시더라구요. 제게도 이 경기가 무척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여느 팬들이나 선수들처럼요.

이번 시즌 가장 값비싸고 중요했던 경기

미디어 라운지에 들어서자 이 경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스완지시티에 그렇게 많은 기자가 온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맨시티, 맨유, 리버풀 등 강팀들과의 경기에도 그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기자들의 대화 주제도 ‘100밀리언 파운드가 넘는 경기다’, ‘이번 시즌 가장 비싼 경기다’, ‘이긴 팀은 잔류가 확정적이고 지면 경우의 수를 기다려야 한다’ 는 등 이번 경기의 중요성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경기전 스완지시티 미디어라운지 풍경

스완지 스태프들의 표정들도 여느 때와는 달랐습니다. 안부인사를 하면서 웃는데도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미디어 웨일즈의 앤드류 기자는 “지금 스태프들 뿐만 아니라 스완지 팬들이나 웨일즈 언론까지 모두 이 경기때문에 긴장하고 있어. 이 경기는 스완지에게 정말 중요한 경기일 뿐만 아니라 사우스햄튼에게도 중요한 경기야. 100밀리언 파운드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경기니까.” 라며 스완지시티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신경이 집중된 경기라고 합니다. 물론 사우스햄튼도 마찬가지겠죠.

그러면서 "기성용에게는 더 중요한 경기일 것이다. 내 생각에 기성용은 팀을 떠날 것이기 때문에 팬들을 위해서라도 잔류를 시키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프리미어리그에는 머무를 것이다. 다음 시즌에 그가 스완지를 방문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며 기성용 선수가 간절히 승리를 바랄 것이며 다음 시즌에는 그를 상대팀으로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잔류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전하는 사우스햄튼 팬들
집 밖으로 나오지 말고 경기를 준비하라

아니나 다를까, 스태프들 뿐만 아니라 양 팀 팬들의 승리에 대한 바람은 간절했습니다. 아니 간절함을 넘어 처절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들도 이 경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자신들을 위해서도 스완지를 위해서도… 누가 뭐래도 선수들이 더 간절하겠죠. 이 경기의 승패에 따라 자신들이 뛸 무대가 달라질 수도 있으니까요. 카르바랄 감독은 경기 전날 훈련을 마친 후에 선수들에게 ‘집 밖으로 나오지 말고 내일 경기를 준비하라’는 주문을 했다고 합니다. 그 정도였습니다. 승리에 대한 스완지시티의 간절함은…

제가 떠나든지 스완지에 머무르든지 팀이 프리미어리그에 잔류해야죠. 그래서인지 이번 경기가 팀에도 제게도 정말 중요해요. 꼭 승리해야 합니다.”

기성용 선수도 스완지시티가 잔류를 위해서는 꼭 승리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자신의 미래를 아직 모릅니다. 만약 머무르게 되더라도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싶을 것이고, 팀을 떠나게 된다면 5년 동안 함께 했던 팀과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누구보다 누구보다 더 승리가 간절했을 것입니다.

축구는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그런데요. 그렇게 바람대로, 마음대로 되지가 않았습니다. 스완지시티는 아쉽게도 1대0으로 사우스햄튼에게 패했습니다. 기성용 선수는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습니다. 패배에 대한 미안함과 아쉬움 때문이었습니다. 그 모습이 안쓰러웠습니다. 한편으로는 ‘월드컵에서는 저런 모습을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라는 이기적인 생각이 들기도 했구요. 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요?  스완지 팬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제게는 우리나라 대표팀이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성용 선수가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믹스트존에서도 스완지시티 선수들은 인터뷰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럴 기분이 아니었겠죠. 미디어 담당자들의 표정도 굳어 있었습니다. 충분히 이해가 되었습니다. 저와 같은 생각이었는지 그렇게 많았던 기자들이 믹스트 존에는 거의 없었습니다. 사우스햄튼을 취재하기 위한 기자들 외에는…

기성용 선수와 함께 경기장을 나오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하프타임: “스완지 참 많이 왔네요. 이제 자주 안와도 되겠네요.”

기성용 선수: “많이 오셨죠. 그동안 고생하셨어요. 이번 시즌도 끝이네요. 다음 시즌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요.”

하프타임: “아직 포기하기는 이르잖아요. 허더스필드가 남은 경기에서 모두 패배하고, 스완지시티가 마지막 스토크시티 전에서 승리하면 되니까요.”

기성용 선수: “허더스필드가 어디랑 경기하죠?”

하프타임: “첼시랑 아스널이요. 승리에 대한 동기부여도 있고 강팀들이라 불가능한 일도 아니에요. 첼시는 챔피언스리그를 위해서, 아스널은 벵거 감독이 유종의 미를 거두게 하기 위해서 승리하려고 하겠죠.”

그래요? 기적을 바래야죠. 우리 힘으로 되는 일이 아니니까요.”


경기 후에 팬들에게 사인해 주는 기성용 선수

그렇죠. 아직 끝난게 아닙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니까요. 마지막 날에 기적이 만들어 질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힘없이 돌아가면서도 다음 경기에서 이기고, 허더스필드가 남은 경기에서 패한다면 잔류할 수 있다는 희망을 이야기하기는 팬들의 간절한 바람처럼…

오늘 경기를 보면서 ‘여기에 온 팬들은 축구로 인해 희로애락을 경험하는구나. 이들에게는 축구가 그냥 스포츠가 아닌 인생의 한 부분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성용 선수가 말하는 기적이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남든지 떠나든지 마음 편하게 다음 시즌을 맞이할 수 있도록 그리고 부담없이 월드컵을 치룰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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