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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준의 超야구수다] KIA 타이거즈의 부진을 바라보는 단상

조회수 2018. 5. 4. 11: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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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시즌이 시작하기 전 각 팀의 시즌 준비 진행 상황과 향후 전망에 대한 글을 썼다. 이제 시즌이 개막하고 한 달이 조금 더 지났고 그 글들을 꺼내 다시 읽어 본다.

상승세와 하락세의 방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 보았던 문제들을 잘 준비하고 해결해 4월 한 달 상위권에 자리 잡으며 승승장구한 팀들도 있고 반면 그렇지 못하고 예상했던 문제점이 그대로 나타나며 힘들어했던 팀들도 있다.

시즌 시작부터 지금까지 꽤 가까운 거리에서 리그의 향방을 지켜볼 수 있었기에, 내게는 각 팀의 이런저런 움직임들과 그 결과에 대한 나만의 감상이 있다. 하여 시즌 전 예상이 맞아서 가벼운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일 때도 있지만 결과에 대해서는 며칠 동안 무거운 마음으로 그 이유를 생각하기도 한다.

그 중에서 2018시즌 예상을 뒤엎고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을 당혹스럽게 만든 팀은 다름 아닌 전년도 우승팀 KIA 타이거즈다. 4월이 끝났을 때 KIA의 성적은 13승 15패 승율 0.464, 5할을 넘지 못했다. 팀 순위도 2018시즌 상대전적 전패, 5연패를 기록하고 있는 5위 한화 이글스에 이어 6위였다.(5/3일 현재 14승 17패로 7위, 순위가 한단계 더 하락했다.) 

우리들의 무거운 마음, 깊은 생각이 시작된다. KIA의 부진은 어디서부터일까?

4월이 시작되고 얼마되지 않아서 먼저 팀의 정신적 지주였던 이범호가 몸에 맞는 볼로 팀에서 이탈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얼마후 안치홍까지 같은 이유로 빠지게 됐다. 시즌 초반 공수에서 보여주었던 이범호와 안치홍의 활약을 떠올려 볼 때 둘의 이탈은 팀 부진의 이유로 충분하다. 시즌 전 준비한 내야수운영 플랜B가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주전 둘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최원준, 정성훈, 서동욱, 홍재호가 최선을 다했으나 KIA 내야진은 짜임새가 없고 어수선했다. 4월 마지막 경기 KT전에서 3루수로 출전한 서동욱이 3회말 1사후 KT 심우준의 펑범한 타구에 송구 실책을 범하고, 그 후 선발 임기영이 이닝을 막지 못해 결국 KT 박경수에게 2점 홈런을 허용, 선취점을 내준 그 순간이 모든 것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2017시즌 20승 듀오 헥터와 양현종의 예상 밖의 다른 모습과 결과에는 팀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헥터의 4월 성적은 의문 그 자체다. 지난 두 시즌의 성적과 비교해 보면 많은 차이가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3,4월 성적~16~17시즌 7승1패 방어율2.90/18시즌 2승2패 방어율4.58)

무엇보다 피안타율(16~17시즌 0.274/18시즌 0.321)이 문제다. 맞아도 너무 많이 맞는다. 물론 상황에 따라 기어 체인지를 하는 헥터의 능구렁이 투구패턴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런데 이번 시즌에는 위기에서 급하게 바꾼 기어가 제대로 듣지 않고 있다. 위기가 그대로 실점으로 이어지는 확률이 높다.

팀 에이스가 등판하는 경기에 쉽게 선취점을  내주거나 잘맞은 타구에 상대주자가 너무 많이 나가거나 하면, 설사 그 경기에서 이긴다 해도 팀의 불안감은 증폭되고 초조함은 배로 커진다. 더 나아가서는 잡아야 할 경기에 대한 승수 계산이 어려워진다.

실제 5월 첫 주까지 헥터와 양현종 두 에이스의 선발 경기 각 7경기씩 총 14경기 중 팀 성적은 7승 7패 승률 0.500에 그쳤다. 2017시즌 선발등판한 61경기에서 44승을 올리며 7할대 이상을 기록했던 두 선수였기에 부족함은 더욱 크게 보였고 승률 5할(5/3일 현재 14승 17패 0.452)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팀의 부진은 어쩌면 당연한 듯 보인다. 

# 공격력은 역시 믿을게 못된다는  야구의 속설은...

그런데 사실 KIA 타이거즈는 2017시즌 중반까지 압도적으로 독주할 때도 두 명의 에이스를 제외하면 투수력을 내세울 수 있는 팀이라고 할 수 없었다. 곧 적은 실점보다는 많은 득점으로 이기는 팀이었다.

이범호, 안치홍의 부상과 이탈 전까지 2017시즌 막강했던 타순의 면면은 모두 그대로 유지됐다. 시즌 전 시대의 주류에 따라 강한 2번 타자 버나디나의 계획도 있었다. 그러나 1번 타자 이명기의 부진(타율 0.252 출루율 0.314) 그리고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할 가까이 떨어진 4번 타자 최형우의 장타율(17시즌 0.760/18시즌 0.546)은 출루하고 진루시키고 불러들이는 타순의 흐름이 제대로 이어지지 못했다.

2018시즌 현재까지 KIA가 팀 타율 1위(0.296)지만 팀 게임 평균 득점 5.61로 전체 3위(1위 SK 6.39점)에 머물며 지난해와 같은 위압감은 느낄 수 없게 됐다. 이러한 팀 타선의 답답함은 시즌 초반 조금은 넉넉한 리드 상황에서 어떻게든 흐름을 타야 할 불펜진의 부담감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경기 흐름을 무시할 수 없는 불펜은 임창용, 김세현의 힘으로 시즌 초반 위기를 넘어서는가 했으나 두 명의 힘만으로는 결국 버텨내지 못했다.

그리고 4월 13일 롯데전 8회 2사후 등판한 김세현이 3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했고 9회초 5실점을 하며 무너졌다. 블론 세이브를 기록하며 패전투수가 된 김세현은 이날 이후 등판마다 쫓기는 흐름이 만들어졌고 3주가 다 지나가는 지금도 그 나쁜 흐름을 털어내지 못했다.

결국 KIA 불펜진은 지난 시즌처럼 신뢰를 잃고 말았다. KIA의 경기 후반 흐름은 심하게 흔들렸고 벤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한채 결단내리지 못하고 있다. 반전의 계기가 분명히 있었지만 계속 놓치고 있다.

이겨야 한다는 중압감. 조바심으로 몸이 경직되고 시야가 좁아진다.

시즌 시작 전 모든 면에서 좋다고 평가받았던 디펜딩 챔피언 KIA 타이거즈. 지금은 좋지 않은 것이 더 많지만 아직 4월 한 달이 지났을 뿐이다. 남은 시즌에서 KIA의 반등을 의심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분명히 어떤 계기로 인해 흐름을 타고 상위권으로 올라설 것이다.

그럼에도 노파심이 드는 것은 KIA 김기태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이  이겨야 한다. 빨리 상위권에 올라가야 한다. 는 중압감에 조바심을 내고 서두른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 이면에는 두산과 SK가 최상의 팀 상태를 유지하며 선두권을 형성, 선전하고 있는 것에 대한 상대적 허탈감도 있을 것이다. 앞뒤 계산을 해보니 겨우 4월 한 달이 끝났음에 불구하고 그들과의 거리가 너무 멀어만 보일수 있다. 

모두가 조바심에 몸은 경직되었고 경기를 보고 읽는 시야는 좁아졌다. 그 대표적인 경기가 새로운 시작의 의미를 가졌던 5월의 첫 주 롯데와의 주중 3연전이었다. 중압감에 눌리고 조바심에 쫓긴 KIA 타선의 득점권 공격 내용은 참혹했다. 

득점 기회 타석에서 두 번째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는다. 반드시 쳐야 할 공 하나를 놓치면 실패할 확률은 높아진다. 생각만 깊은 KIA타자들의 배트는 상대의 실투에 가볍게 반응하지 못했다. 모처럼 타선이 터진 두 번째 경기, 롯데 투수 박시영이 많이 흔들린 경기 초반에도 1점 뽑아내기가 어려웠다.  악순환은 이어진다.

위기에서 벗어나는 방법? 밀린 집안일을 하는 것처럼...

지금 KIA에게 필요한 것은 생각이 아니라 하나를 시작하는 행동이다. 팀이 안 좋은 흐름에 빠지게 되면 누구든 생각이 깊어진다. 이미 지나간 일을 떨쳐내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아직 닥치지 않은 앞 일을 머릿 속 계산만으로 결과를 낸다. 안 좋은 결과를 먼저 생각하니 당연히 행동은 경직된다. 결과가 좋을 수가 없다. 

집안일을 하다 보면 배우게 되는 것이 있다. 처음 집안일을 하겠다고 집안 곳곳을 바라보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멍하니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된다. 세탁, 설거지, 청소, 옷정리, 쓰레기 분리수거 등 할 일이 태산같이 쌓여있어서다. 그러다 몸을 움직여 그중에 하나를 시작한다. 하나를 마무리하고 다음 하나를 또 시작한다. 그러다 보면 날이 지기 전 쌓여있던 집안일이 기적처럼 모두 끝이 난다. 

아직 누구도 디펜딩 챔피언 KIA의 반등을 의심하지 않는다. 부진에서 살아나고 있는 헥터의 구위처럼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움직임도 느낄수 있다. 그러나 김기태 감독의 푸념처럼 야구는 쉽지 않다. 스스로를 믿고 먼저 움직이지 않으면 더 이상 만회의 기회가 없는 마지막 외통수를 받게 될 수도 있다. 팀도 그리고 부진에 빠진 개개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더이상 생각 속에 빠져있지 말고 지금 할 수 있는 하나의 행동을 빨리 시작해라. 그것이 위기의 흐름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지난 시즌 KIA의 대부분 팀 주축선수들이 자신들의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주변 호사가들의 말처럼 2018시즌 팀과 개인이 부진한 이유가 돼서는 안 된다. 늘 개인의 한계를 극복, 넘어서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프로로서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시즌 전 멋진 경기를 하고 싶다는 김기태 감독의 소망처럼 아직 만회할 기회가 충분히 있을 때 하나의 행동을 빨리 시작하고 결과를 떠나 멋진 팀 디펜딩 챔피언 KIA 타이거즈의 자존심을 반드시 회복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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