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김정준의 超야구수다] 모두가 존중해야 하는 야구 규칙의 권위

조회수 2018. 4. 27. 11:30 수정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처음 시작할 때부터 완벽해야 하며 거기서 더 나아져야 하는 직업이 있다. 바로 야구 심판이라는 직업이다." 심판들 세계의 잠언 같은 이야기이지만 요즘 들어 새삼 수긍이 되는 말이다.

그라운드 안, 몇 초 후 자신의 판정으로 세상이 발칵 뒤집어질지도 모르는데 아무렇지도 않은 듯 각자의 위치에 서 있는 4명의 심판이 있다.

그들은 양 팀 선수들과는 다른 그들만의 옷을 입고 있으며 어느 쪽과도 섞이지 못한다. 세상 어디에도 그들의 편은 없다. 그들만이 서로의 편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야구의 오랜 역사와 함께 걸어 온 야구 규칙의 권위 

하지만 그들은 명문화된 야구 규칙(BASEBALL RULES) 속에서 경기를 재정하고 판정하며 진행하는 엄청난 권력을 부여받고 그 자리에 서 있다. 그들도 피가 통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분명 누군가에게는 위로를 받아야겠지만 사실 야구 규칙에 따라 그 집행관이 내린 해석과 판정은 그리 위로받을 것이 아니다.

흔히 말하는 심판의 권위라는 표현도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야구에 있어 심판의 권위는 처음부터 없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야구에서 심판의 역할은 야구 규칙이 가지고 있는 권위를 위임받아 상황에 맞게 바르게 해석하고 시행하는 것이 전부이다. 심판은 주어진 역할이지 사람이 아니었다.

만약 심판의 권위에 대해 강력하게 주장하고 싶은 사람(혹시 심판들 자신들이 그런 생각이라면 더더욱)이 있다면 우선 심판의 권위와 야구 규칙의 권위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명문화된 야구의 규칙은 야구라는 스포츠의 시작부터 함께 성장해왔다. 야구의 역사가 100년을 훌쩍 넘었으니 야구의 규칙 또한 그만큼의 시간을 걸어온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은 세계 어느 곳에서든 야구장 안의 모든 사람과 또 그들의 플레이를 규정하는 권위를 야구 규칙에 부여했다.

심판이 그라운드 안 모든 상황을 점검한 후 플레이 볼을 외치기 전에는 경기가 시작되지 않는다. 투수들은 정해진 위치에서 규칙이 규정하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공을 던져야 하고 타자들은 타석이라는 공간 안에서 규정된 도구로 타격을 해야 한다. 투수가 공을 던지기 전 포수를 제외한 나머지 여덟 명의 선수들은 그라운드 안에 있어야 하며 공격에서 한번 정한 타격의 순서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등등.

이렇듯 야구의 규칙은 경기의 종료까지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상황에 대해 광범위하고 위엄있게 경기를 지배하고 있다. 그리고 그 정해진 규칙에 따라 판정을 수행하는 역할이 바로 심판인 것이다. 

야구 규칙이 부여한 심판의 권위 그리고 그들의 의무와 책임

"야구의 완전성은 심판에게서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심판에게는 경기 참가자들의 공정성을 보장하는 규칙에 따라 경기가 진행될 수 있도록 신뢰를 보낸다. 심판은 명문화된 의무를 수행하는 도중에 수시로 기록된 규칙을 해석하고 명확하게 판정을 내려야 한다. 규정이란 우리의 위대한 경기에서 발생하는 모든 상황을 다루도록 정할 수 없는 형편이라 심판의 분별 있고 공정한 판정을 요구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글은 심판들의 야구 규칙 교육을 위한 지침서에 실린 첫 머리말이다. 야구 규칙은 심판에게 경기에 관한 재정과 판정의 권리를 위임하고 분별 있는 공정함을 요구한다.

또 분별 있는 공정함을 지켜내기 위해 지금보다 더 나아지기 위한 노력, 곧 스스로 자신의 판정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갖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는 책임과 의무를 주었다.

사실 어느 한 방향으로 더 쏠릴 수밖에 없는 우리들의 눈에는 그들의 노력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좀 더 가까운 현장에서 리그와 심판들이 심판직의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해 온 여러 과정을 충분히 지켜본 결과, 달라지고 있고 이는 분명한 사실이다. 

심판의 판정, 처음부터 완벽해야 하고 거기서 더 나아져야 한다?

최근 시대의 흐름에 따라 야구의 규칙이 바뀌면서 세이프와 아웃의 판정은 비디오 판독 제도의 도입으로 인해 많은 부분 개선되고 흥분은 가라앉았다.

하지만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에 대해서는 아직도 매일 밤 야구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때로는 특정 심판이 도마에 올라 며칠 동안 비판을 받기도 한다.

나 또한 한때는 어느 한 편에 서서 심판들의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에 대해 아쉬움을 가졌던 적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이제는 어느 한 편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원론적으로 스트라이크 존에 대해 몇 가지 얘기해 보려고 한다.

먼저 규칙에서 규정한 스트라이크 존은 홈플레이트를 통과하는 타자의 무릎 아랫부분부터 어깨 윗부분과 바지의 윗부분의 중간지점까지이다.

그리고 원칙적으로 홈플레이트를 통과하는 지점의 공간을 보고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정하는 것이지만 포수가 포구하는 마지막 위치도 어느 정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듯 야구 규칙에는 스트라이크 존에 대해 꽤 자세하게 규정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트라이크 존으로 인해 왜 그렇게 문제가 발생하게 될까,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먼저 심판들은 각자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자신만의 경향을 가지고 있다. 기본을 무시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특정 코스든 전체 존이든 그들만의 넓고 좁은 경향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야구 규칙은 모든 것의 위에 올라서서 엄격하게 그들만의 스트라이크 존에 대해서 신뢰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심판이 판정을 위해 투구를 바라보는 시각과 그 밖의 시각은 조금 차이가 있다. 투수들은 자신들이 투구판을 밟는 위치와 팔의 각도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또 타자들은 타석의 위치와 앞다리나 몸통이 흘러가는 움직임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는 것을 잘 모른다. 그리고 경기를 지켜보는 우리는 스트라이크 존을 비춰주는 TV 중계 카메라 위치의 틀어진 각도를 대개 잊어버리고 본다

그렇다고 심판들의 모든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이 정확하다는 것은 아니다. 심판들이 순간 스트라이크를 놓치는 등 잘못된 판정을 내리게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또 경험이 부족하다면 공정성에 가장 치명적일 수 있는 판정의 일관성을 잃어버릴 때도 있다. 무엇보다 그들의 실수임에 불구하고 판정의 결과는 스트라이크와 볼, 아웃과 세이프라는 하나의 기록으로 남게 된다. 그리고 야구 경기는 이 하나의 사실이 경기 결과를 좌지우지할 수도 있다.

게다가 최근 국내 리그는 심각한 타고투저 현상 등을 이유로 기존의 스트라이크 존을 조금 급하게 흔들었다. 판정하는 심판도 플레이를 하는 선수도 많이 힘들어했다. 오랜 시간 학습이 필요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신들을 판정을 압박하는 수많은 요소로 인해 심판들은 새로운 스트라이크 존으로 변화할 수 없었고 그에 따라 공정함에 기본인 일관성을 오래 유지할 수 없었다. 문제의 소지를 스스로 만든 셈이 됐다. 

결국 처음부터 완벽하지 못했고 거기서 더 나아지지 못했기 때문에 심판들의 판정에 대한 신뢰는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야구 규칙의 변화에 더없이 신중해야 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줬다.

그러나 원론적으로 야구가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어느 한쪽으로 심하게 기울지 않고 일관되게 유지되어 온 투수와 타자의 관계를 보면 심판들이 모두를 놀라게 할 만큼 스트라이크를 볼로, 볼을 스트라이크로 판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는 그 긴 시간 동안 심판들의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이 꽤 높은 확률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쿨하게 인정한다해도 크게 무리가 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야구를 사랑하는 모두가 존중해야 하는 야구 규칙의 권위 그리고 심판

규칙의 사전적 의미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지키기로 작정한 법칙 또는 제정된 질서다. 야구 규칙은 공정한 경쟁을 위한 질서 유지를 위해 백 년이 넘는 시간을 지나 만들어졌다. 그리고 지금도 그 질서 유지에 대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야구 규칙 9조 심판원의 항목 마지막 페이지 ‘심판원에 대한 일반지시’를 읽어보면 심판을 경기장 안의 유일한 공식 대표자로 인정한다. 야구 경기의 질서를 관장하는 공식 대표자로서 예의를 지키고 불편부당하고 엄격하게 처신하여 모든 사람들로부터 존경받아야 한다는 지침도 있다. 이것은 때로는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은 심판들이 잊지 않고 노력해야 할 그들만의 몫인듯 하다.

하지만 공정함의 질서 유지를 위해서 야구 규칙을 집행하는 대표자로서 심판은 모든 사람들에게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야구를 하고 또 야구를 즐길 수 있는 것에는 야구 규칙의 권위를 신뢰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밑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 선배들이 그렇게 했듯이 야구라는 위대한 경기가 주는 행복을 우리 후배들에게도 전해주기 위해서는 야구 규칙의 권위 곧 심판의 권위를 존중하고 지켜내야만 한다. 리그 주체와 심판은 물론이겠지만 우리 스스로가 지켜내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지 않으면 야구는 앞으로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  

한없이 무너져 내린 심판 직에 대한 신뢰 회복은 심판, 그들만의 노력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왜 그렇게 해야 하냐고 묻는다면 우리가 야구를 정말로 사랑하기 때문이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