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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열의 하프타임] 손흥민은 쉽사리 벤치에 앉지 못했다

조회수 2018. 4. 23. 17: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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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를 쓰고 퇴근한 이유?
경기력에 대한 불만, 팬들의 비판 그리고 무너진 기대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감정들
고개를 떨구지 말고 당당하게..

퇴근하는 길에 모자를 눌러 쓰고 나왔습니다. 우리는 왜 모자를 쓸까요? 악세서리처럼 패션의 한 부분으로, 때로는 씻지 못했을 때 그냥 편하게 쓰는 경우도 있구요. 한편으로는 유명인들이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싶을 때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맨유와의 FA컵 준결승에서 패한 후에 믹스트존을 지나가는 손흥민 선수의 모습. 평소와 달리 모자를 눌러 쓴 모습이 낯설었다.

손흥민 선수는 가끔 모자를 쓰기도 하지만 최근에 그가 모자를 쓴 모습은 정말 오랜만에 봤습니다. 물론 특별한 의미는 없을 수도 있지만, 저는 그 날 따라 경기 후 샤워를 마치고 모자를 쓰고 나온 손흥민 선수의 모습이 자꾸 신경 쓰였습니다. ‘왜 모자를 눌러 썼을까? 얼굴도 안 좋아보이는데 속 상한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그런가?’ 그래도 당당했으면…’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경기력에 대한 실망과 부정적인 반응

자신의 경기력에 대 한 불만이 있었을 것입니다. 경기를 하다 보면 스스로 알테니까요. 팬들의 불만이나 비난도 있을 것이라는 것 역시. 아니나 다를까요? SNS에는 지난 맨시티와 브라이튼 경기 후 때와는 판이하게 다른 의견이었습니다.

여느 때와는 달리 경기 후에 SNS에 올라 온 부정적인 댓글들의 일부

“에릭센, 케인, 쏜, 뎀벨레의 공격라인 모두 못해.”

“쏜은 오늘 최악인데 이렇게 오래 뛰게 하다니”

“쏜은 오늘 최악이네. 평소답지 않게 오늘 위치가 다 틀렸어.”

팬들은 SNS에 손흥민 선수의 경기력에 대한 불만들을 표출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라멜라와의 교체시간이 너무 늦었다는 이야기도… 팬들은 그런 부정적인 글들을 올릴 수가 있습니다. 잘할 때는 칭찬의 글을 올리는 것처럼요. 그런데요. 팬들의 비판때문에 너무 낙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난 번까지는 손흥민 선수를 칭찬하는 글로 SNS가 도배가 됐으니까요.


여느 때와 다른 모습, 바로 결승진출에 대한 간절함

후반 41분 라멜라와 교체되어 그라운드 밖으로 나온 뒤 여느 때와는 다른 모습이 보였습니다. 벤치로 들어와서 동료들과 인사를 한 후에 잠시 앉았다가  계속 선 상태로 경기를 지켜보는 모습이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무엇이 그를 자리에 앉지도 못할 만큼 힘들게 만들었을까요?

그는 경기 전에 FA와 인터뷰를 통해서 “준결승 무대가 기대가 된다.”고 했습니다. 기대가 된 이유는 바로 이 경기에서 승리하고 결승까지 가서 우승트로피를 들고 싶어서였겠죠. 승부에 대한 열정과 욕심이 많은 선수인데 얼마나 우승트로피를 들고 싶었을까요? 챔피언스리그 16강 유벤투스와의 2차전에서 패한 후에  “챔피언스리그에서 탈락되었다는 것이 슬펐다. 선수들한테 미안하고 팬들에게 미안하다.”며 눈물까지 보인 적이 있습니다. 계속해서 더 큰 무대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자신이 최고의 플레이를 하고도 경기에 졌을때도 동료들과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그런 선수입니다. 결승에 가고 우승까지 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자신이 평소보다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으니 안타까움이나 미안함은 더 컸을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그라운드 밖에서 앉지도 못하고 경기를 지켜보는 그의 뒷모습에서 간절함이 느껴졌습니다. 

손흥민 선수의 인터뷰 내용을 다룬 FA컵 준결승 프로그램

자신의 경기력에 대한 실망감, 팬들과 동료들을 향한 미안함 그리고 이루지 못한 기대 등에 대한 감정들을 다른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 듯 하네요. 그가 모자를 눌러 쓴 이유가 아닐까요? 이해가 됩니다. 보이고 싶지 않은 그 감정들을…그런데요. 그렇다고 해서 고개를 숙이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선수로 인정 받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

경기를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손흥민 선수 뿐만 아니라 팀이 전체적으로 좋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그는 전반전에 저돌적인 돌파와 크로스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BBC해설가 중에 하나인 제나스는 “손흥민의 크로스가 정말 좋았다.”며 케인에게 한 크로스에 대한 칭찬도 했습니다. 물론 “최고였던 손흥민이 이 날은 제대로 된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며 그의 경기력이 전반적으로 부진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요. BBC해설가들이 한 말의 의미를 생각해 보면 ‘손흥민 선수가 이 날의 경기를 제외한 대부분의 경기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는 의미라는 생각이 듭니다. 바로 직전 경기인 브라이튼과의 경기 후에는 BBC와 스카이스포츠는  “손흥민이 놀라운 스킬 이전에 눈부신 볼키핑을 보여줬다.”며 극찬하기도 했으니까요.

전반전에 패스를 달라며 손을 들고 있는 손흥민 선수. 이 순간에 좋은 드리블과 크로스를 선보였다.

이번 시즌 그의 경기력을 지켜 본 전문가들이 그런 생각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는 선수’라는… 아니 전문가들 뿐만 아니라 그의 경기를 TV로 시청했던 팬들도 그런 생각일 것입니다. 그가 뛴 대부분의 경기 후 기사에는 ‘나쁜 뉴스들이 많은 요즘에 기쁨을 주는 선수’, ‘국위선양하는 선수’, ‘살맛나게 하는 선수’ 등 그의 경기를 통해 행복해 하며 그를 응원하는 댓글들을 많이 볼 수 있었으니까요.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수 많은 그의 경기를 지켜 본 저 역시도 그런 생각입니다. 다른 것을 떠나서 그라운드 안에서 그는 좋은 선수라는…

지난 2월 로치데일과의 경기 후에 믹스트존에서 런던 풋볼어워즈에 후보로 올랐다는 것을 인증하는 인증샷 모습


다시 당당하고 자신있게...

속상했을 것입니다. 미안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 감정들을 보이고 싶지 않았을 것입니다.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자신의 책임이라는 생각으로 고개를 떨구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당당하게 고개를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이 얼마나 노력하는 선수인지, 팀에 도움이 되고 싶은지, 팬들에게 잘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은지 스스로가 알고 있을테니까요. 그리고 이제까지 팀을 위해, 팬을 위해 그리고 자신을 위해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었으니까요.

살다보면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습니다. ‘흐린 날도 날이 새면 해가 뜨지 않더냐’는 어느 노래의 가사처럼 내일은 해가 뜰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이 말이 하고 싶습니다.

“쏜!!! 고개 들고 자신있게 뛰어 넌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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