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우의 메이저? 메이저!] 저스틴 벌랜더, 놀란 라이언의 길을 쫓다

조회수 2018. 4. 20. 17:4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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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틴 벌랜더, 놀란 라이언의 길을 쫓다

지난 번 글은 제2의 베이브 루스로 주목 받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를 통해 본 루스의 재조명이었다. 이번은 또 다른 메이저 리그의 전설 놀란 라이언을 저스틴 벌랜더를 통해 바라봤다. 마치 루스의 홈런 기록이 깨어졌어도 지금도 홈런 타자의 상징인 것처럼 아마 최근 라이언보다 더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등장해도 역시 상징은 라이언이다.

놀란 라이언

1947년생 라이언은 1966년 약관의 나이 19살에 뉴욕 메츠에서 데뷔했다. 당시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스윙맨으로 역할을 했고 1972년 캘리포니아 에인절스(현재 LA 에인절스)로 이적한 이후 선발로 정착을 했다. 데뷔 시절부터 라이언은 최고의 강속구를 뿌리는 투수로 눈길을 모았다. 당시 메츠의 에이스였고 강속구의 상징 탐 시버를 능가하는 속구로 기대를 모았지만 형편없는 컨트롤로 에인절스로 트레이드가 된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메츠에서 5년간 105경기에 등판해 510이닝을 던졌는데 삼진은 493개를 뽑아냈지만 볼넷을 무려 344개로 9이닝당 볼넷 허용이 6.1개에 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창단한 지 10년을 갓 넘긴 에인절스는 라이언의 빠른 볼을 매력적으로 판단했고 엄청난 볼넷에도 불구하고 그를 맞아서 꾸준히 선발로 기용을 하고 성공을 했다. 어쨌든 선발로 정착한 첫해부터 맹활약했고 지금도 깨어지고 있지 않은 9이닝당 피안타가 불과 5.3개로 46년간 기록이 건재하다. 8년간 에인절스 선수로 20승 이상을 두 번 기록하는 등 138승을 안겨준 것이다. 그리고 무려 4번의 노히트 경기를 선사했다. 또한 트레이드 마크인 탈삼진왕을 8년 사이 7번을 차지한다. 에인절스 시절 잊을 수 없는 추억은 바로 야구 선수 최초의 구속 측정이었다. 현재의 스피드 건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라 당시 미 해군에서 사용하는 장비를 활용해 구속을 측정한 것이다. 그리고 100.8마일(162.2km)라는 엄청난 구속을 실제로 보여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사나이라는 칭호를 공식화했다.

그리고 79년 첫 FA 자격을 얻었을 때 고향인 텍사스 주의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계약을 맺고 이적을 했다. 9년을 휴스턴에서 보내며 106승을 더 보탰다. 나이를 먹었지만 여전히 빠른 볼의 위력과 테이블에서 뚝 떨어지는 듯한 커브의 위력은 여전해 5번째 노히트 경기를 기록하며 샌디 코팩스의 4번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리고 1983년 4월27일 몬트리올 엑스포스의 브래드 밀스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월터 존슨의 통산 탈삼진 기록을 3509개로 갈아 치웠다.

1989년 또 다른 텍사스 팀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을 한다. 바로 이적한 해 라이언은 훗날 명예의 전당 동문이 된 통산 도루왕 릭키 헨더슨을 삼진 처리하며 전무후무한 5000 탈삼진 고지에 오르게 된다. 그리고 90년 6번째 노히트 경기, 91년에는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상대로 그에게 마지막인 7번째 노히트 경기를 기록하게 된다.

라이언의 마지막 경기는 1993년 9월 22일 시애틀 매리너스의 당시 홈구장 킹돔에서 경기 중에 전격적으로 발표된다. 1회 만루 홈런을 허용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온 라이언은 바로 은퇴를 발표했다. 당시 미국에 있었던 필자는 다른 야구 경기를 보고 있었는데 긴급 속보로 라이언이 은퇴했다는 뉴스와 함께 바로 킹돔으로 화면이 넘어갔다. 경기는 중단되어 있었고 라이언은 그라운드에 나와 모자를 벗고 기립 박수를 보내는 팬들에게 답례를 하는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마지막 공이 손을 떠나는 순간 팔꿈치에서 인대가 찢어지는 것을 느꼈고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은퇴를 선언한 것이다. 그가 던졌던 마지막 공은 구속은 98마일(158km)이었다. 그는 진정한 파워 투수였다. 빅리그에서 무려 27년을 뛰었고 은퇴하던 당시의 나이는 46살이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불같은 강속구를 뿌렸다.

통산 324승 평균 자책점 3.19 그리고 탈삼진은 5714개로 2위인 랜디 존슨과 839개의 차이를 보인다.

저스틴 벌랜더

아직 갈 길이 멀고도 멀지만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에이스인 저스틴 벌랜더를 감히 라이언에 비교한 이유는 간단하다. 나이를 먹어도 줄지않는 빠른 볼의 위력이 그것이다. 22살의 나이에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서 데뷔할 때부터 벌랜더 역시 100마일을 웃도는 빠른 볼로 관심을 끌었다. 그리고 14년을 메이저 리그에서 뛰면서 어느덧 35살의 나이가 됐지만 아직 그의 빠른 볼은 리그 최정상의 위력을 자랑한다. 지난 시즌에도 100마일의 속구는 여전했고 과거에는 측정 불가였던 공의 회전도 30대 선발 투수로는 유일하게 리그 상위 탑10에 들어갈 정도로 그 위력이 줄지 않고 있다.

올해 이미 2승을 보태 통산 승수도 190승으로 올 시즌 소속팀 휴스턴의 전력을 감안하면 200승 돌파가 유력하다. 올해 최고 구속은 97마일이지만 늘 경기 초반보다는 후반, 그리고 시즌 초반보다 후반기에 더 구속과 구위를 끌어 올리는 선수이기에 시즌이 흐를수록 구속은 더 올라갈 것이다. 올해 등판한 4경기에서 그의 포심 상대 피안타율은 .184에 그치며 2015년 .233, ‘16년 230, ’17년 205로 점점 더 낮추고 있다. 통산 탈삼진은 2450개로 라이언의 통산 기록에는 역부족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금강벌괴’라는 별명이 무색치 않은 위력이 살아있다.

곧 45세가 되는 과거의 강속구 투수 바톨로 콜론은 진즉에 투심 투수로 전향했다. 최고 구속 기준으로 마지막으로 95마일을 찍은 시점은 3년전인 2015년으로 42살이었던 시점이다. 과연 벌랜더는 몇 살까지 100마일을 던질 수 있을까? 콜론은 현재 벌랜더와 같은 나이인 35세 당시 최고 구속은 97마일이었다. 일단 벌랜더는 더 오래 버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비슷한 나이 때 콜론보다 더 빠르고 2015년을 제외하면 30번 이상의 선발 등판을 꾸준히 하고 있다.

벌랜더가 라이언의 통산 탈삼진을 넘기는 시대의 변화상 거의 불가능하고 통산 승수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하지만 다시는 보기 어려울 것으로 간주됐던 40대의 강속구 투수에 가장 근접한 현역 선수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그를 통해 다시 한번 라이언의 향수를 느끼고 싶은 것은 비단 필자의 바램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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