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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준의 超야구수다] 삼성 리드오프 박해민의 부진 탈출을 바라며

조회수 2018. 4. 19. 10:4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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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주중 삼성 테이블 세터 역할인 박해민 선수의 타격 부진을 방송에서 다룬 적이 있다. 삼성이 지난 시즌과 비교 선발 투수진 및 불펜진이 안정되었음에 불구하고 팀이 어려운 이유는 바로 공격, 그중에서도 테이블 세터진의 부진이 크다. 그런 의미에서 팀 공격 선봉에 나서주어야 하는 박해민의 부진은 삼성 김한수 감독에게는 굉장히 아픈 손가락이다.

박해민의 부진, 늘 그랬듯 숨겨 있는 무엇인가를 찾아가기 위해서 먼저 관련 데이터를 찾아봤다. 아직 4월이 채 지나간 것은 아니지만 2018시즌의 상태는 조금 심상치 않다. 사실 매 시즌 개막 후 첫째 달,  4월 성적은 그렇게 좋지 못했다. 그러나 결과를 떠나 타석에 들어선 그의 자신 없는 표정이나 투수들의 스피드를 이기지 못 하는 스윙에서 현 상태가 보기보다 심각한 상태임을 모두가 알 수 있었다.

상대 팀이 타자 박해민을 수비하면서 가장 위협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바로 빠른 발이다. 게다가 좌타자. 하지만 (상대팀 입장에서) 다행스럽게도 박해민의 출루율은 그다지 높지 않다. 박해민을 루상에 출루시키지 않으려는 상대 팀의 전략과 노력이 어느 정도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문제는 수비 측이 1루 주자를 묶기 위해 1, 2루간의 공간을 비워야 하는 주자 1루 상황(주자 1루, 13루)이다. 특히 박해민의 경우 1루 방향으로 대는 푸쉬 번트가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라서 1루수와 2루수 위치 설정에 있어 굉장한 어려움이 있다.

또 우측선상 공간을 많이 비워놓을 때 1, 2루간 안타만으로도 그의 빠른 발에 두 개의 베이스를 허용할 수 있어 외야수의 위치 선정도 골치가 아팠다. 결국 전체적으로 우측으로 조금씩 움직이지 않을 수 없고 결국 외야 위치에 좌-우중간 사이 모두가 벌어진다. 박해민에게 우중간으로 3루타를 맞은 기억이 꽤 있다. 

2016시즌은 박해민의 커리어하이 시즌이었다. 안타 169개를 기록하며 유일하게 시즌 타율 3할을 기록한 시즌이기도 하다. 그해 박해민이 주자 1루, 또는 1,3루 상황에서 기록한 안타는 모두 44개였다, 전체 169안타에 26%를 차지한다. 타율 0.373였고 시즌 타율보다 7푼 3리나 높았다. 주자 1루 또는 주자 1,3루는 박해민이 타석에 들어설 때 상대 팀이 가장 맞닥뜨리고 싶지 않은 장면이었다.

그런데 지난 시즌부터 같은 주자 상황에서 박해민의 확률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고 2018시즌 타석수는 적으나 19번의 기회에서 4번의 안타 밖에는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상대 팀이 가장 수비하기 어렵다는 것은 타자 입장으로 바꾸어 말하면 큰 기회가 된다는 얘기다.

타자는 주어진 기회를 충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특히 팬스 밖으로 타구를 보낼 수 있는 확률은 떨어지지만 다리가 빠르고 번트가 능한 박해민에게는 떨어진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는 안타의 숫자를 보다 쉽게 얻을 수 있다.  꽤 매력적인 기회가 아닐수 없다.

기회를 살리는 방법? 단순하다. 당겨치면 된다. 그런데 말이 쉽지 실제 비어있는 1,2루 간으로 당겨치는 기술은 쉽지 않다. NC 김경문 감독이 비슷한 유형의 베테랑 타자 이종욱을 2번 타순에 활용하기 위해서 1,2루간 사이 빈 공간으로 당겨치는 기술을 습득할 것을 바랐던 적이 있다. 그러나 이종욱이 오히려 혼란에 빠져 꽤 오랜기간 힘들어 하는 것을 지켜보았던 기억도 있다.

타자의 타격은 투수가 던지는 공에 대한 반응 동작이다. 그리고 주자 1루 상황에 맞는 상대의 기본적이고 일반적인 볼 배합은 대체적으로 바깥쪽에서 승부가 이루어지는 경향이 높다. 우선 뛰는 1루 주자를 견제하기 쉽다. 그리고  만약 안타를 맞더라도 타자가 코스대로 밀어쳐 좌측방향으로 맞게 되면 수비 측은  대개 주자 1, 2루을 맞게 되고 따라서 가장 수비하기 어려운 주자 1, 3루 상황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좌타자가 상대 배터리가 집요하게 공략해 오는 바깥쪽 코스의 공들을 1, 2루간으로 당겨치는 것은 꽤 수준 높은 기술이 있어야 한다. 때로는 정상적인 스트라이드를 바꾸어 홈플레이트 방향으로 좀 더 파고들기도 해야 하고 투구의 궤도와 치려고 하는 방향을 계산해 자신의 공을 치는 포인트를 바꾸어 좀 더 앞(투수방향 쪽으로)에서 치기도 해야 한다. 타자의 타격 센스가 요구되지만 그렇다고 센스와 요령만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앞에서 말했듯이 당겨치는 각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공을 치는 포인트가 정상적인 포인트보다 앞(투수방향)으로 간다. 그리고 공을 때리는 임팩트 순간 배트의 헤드가 그립보다 위로 가는 이미지를 가져야 한다. 이에 대한 근거는 공을 치는 타이밍과 배트의 각도로 인해 땅볼은 당겨지고 플라이는 밀려진다는 말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배트의 각도와 스윙 타이밍을 의도적으로 제어하기 위해서는 먼저 배트와 스윙을 이끄는 몸통과 하반신의 활용이 우선 안정감이 있지 않으면 안 된다. 뛰어난 배트 컨트롤은 결국 양 손의 연장선에 있는 배트를 투구에 맞춰 조정하는 것이지만 팔이 붙어있는 몸통과 땅을 밟고 있는 두 다리가 흔들려서는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

지난 주까지 2018시즌 박해민의 타격 동작을 들여다보면 공을 때리는 임팩트 순간 배트의 헤드가 그립보다 심각하게 떨어져 있었다. 스윙의 시작부터 배트 헤드의 궤도는 몸통에서 멀리 벗어나 크게 돌아 나온다. 당연하게도 빠른 투구 속도를 스윙이 따라가지 못한다. 애초부터 1, 2루간으로 강하게 당겨치는 것은 무리였다. 혹여 타구가 당겨지더라도 공의 윗부분을 때려 크고 느린 바운드이거나 1루 선상을 기준 파울존으로 가게 된다.

상대편이었던 박해민 본인과 자신의 타격과 관련된 깊은 대화를 나눌 기회는 없었다. 그러나 보이는 것처럼 자신의 빠른 발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 공을 맞추는 과정에만 집중하고 의식했다면 부진과 관련된 해결의 모든 실마리는 의외로 쉽게 풀릴 수도 있을 것 같다.

먼저 강하게 때려라. 홈런 타자들이 바깥쪽 코스 공을 당겨서 펜스 밖으로 넘기는 이미지를 갖고 스윙을 하기도 하는데 바로 이런 이미지를 하고 스윙을 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KIA 외국인 선수 버나디나가 지난 시즌 초반 퇴출의 위기를 넘기고 새롭게 태어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공을 맞추는 것에 집중했던 의식에서 강하게 휘두르고 때리는 것으로 바꾼 것이 변화의 가장 큰 핵심이었다.

‘좌타자가 1, 2루간으로 노려서 안타를 칠 수 있다면 충분히 타율 3할은 칠 수 있다’는 프로 야구계의 속설이 있다. 타자 박해민이 출발점은 여기서부터라고 생각한다. 강하게 당겨치기 위해서는 공을 맞추는 것에 급급한 스윙으로는 힘들다. 주자 박해민이 되려면 먼저 타자 박해민이 공을 강하게 휘두르고 때릴 수 있어야 한다.

덧 붙이기 -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일요일, 박해민은 2018시즌 마수걸이 첫 홈런을 때려냈다. 번트 안타를 포함해 3안타를 기록했다. 홈런도 홈런이었지만 두 번째 타석 좌전안타는 완벽하게 공을 때려낸 스윙이었다. 주중의 모습 하고는 많이 달랐고 좋아졌다. 타석에 들어서기 전 뭔가 강하게 의식하는 동작도 보였다. 이 글이 괜한 우려, 그냥 한 번 읽고 지나가는 글로 끝나기를 바란다. 삼성이 살아나려면 득점이 좀 더 필요하고 또 보다 많은 득점을 올리려면 타자와 주자로서 박해민의 활약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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