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is Story >"병서는 단순한 전투교범 아닌 외교적 시대상 보여주는 귀중한 사료"

박성훈 기자 입력 2018. 4. 1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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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서는 단순한 전투 교범이 아닙니다. 과거의 국내 정세와 주변국과의 외교적 역학관계까지 기존의 역사서가 말해주지 않는 시대상을 보여주는 귀중한 사료입니다."

최형국 한국전통무예연구소장은 '병서, 조선을 말하다'(인물과 사상사)란 책 발간을 준비 중이다.

그의 여덟 번째 저서인 이 책은 조선의 건국 당시부터 해방 이후까지 편찬된 병서를 소개하며, 전술의 흐름을 토대로 당대 국내 상황과 국제적 상관관계를 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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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서, 조선을 말하다’ 발간 준비

“병서는 단순한 전투 교범이 아닙니다. 과거의 국내 정세와 주변국과의 외교적 역학관계까지 기존의 역사서가 말해주지 않는 시대상을 보여주는 귀중한 사료입니다.”

최형국 한국전통무예연구소장은 ‘병서, 조선을 말하다’(인물과 사상사)란 책 발간을 준비 중이다. 그의 여덟 번째 저서인 이 책은 조선의 건국 당시부터 해방 이후까지 편찬된 병서를 소개하며, 전술의 흐름을 토대로 당대 국내 상황과 국제적 상관관계를 풀어내고 있다.

책에는 조선 시대에 출간된 여러 병서가 소개됐다. 조선의 건국 공신인 정도전(1342∼1398)은 국방 강화를 위해 ‘진법’이란 병서를 지었다. 옛 고구려 영토 수복을 주창하며 요동 정벌계획을 세웠던 정도전의 공격 지향적 성향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다 문종 대에 이르러서는 여진족의 국토 침입이 빈번해지자 국경에서 벌어지는 국지전과 대규모 전투에 대비하기 위한 전술을 담은 ‘오위진법’이 편찬됐다. 최 소장은 “조선 7대 왕인 세조는 병사들에게 국방 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훈화교육서인 ‘병장설’을 펴냈다”며 “조카인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를 찬탈해 왕권의 정통성이 약했던 시대 상황 속에서 군의 반란을 미리 차단하고자 했던 세조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임병양란(壬丙兩亂)을 겪고 난 조선의 전술은 일대 변혁을 맞는다. 최 소장은 “임진왜란 이후로 일본이 가장 강력한 적국으로 등장하면서부터는 단병접전에 대항할 수 있는 기술을 담은 병서가 출간됐다”며 “중국이 명에서 청으로 왕조가 교체될 당시에는 청의 우수한 기병대에 맞서기 위한 기병 전술이 책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18세기에 들어서는 수도 방위론이 힘을 얻으면서 이와 관련된 병서가 주류를 이뤘다. 과거 국왕이 수도를 버리고 강화도나 의주로 피란을 갔던 것과 대조를 이룬다. 최 소장은 “과거에는 외침이 생기면 임금이 다른 지역으로 피신하는 일이 잦았는데, 숙종에서 영조 집권 시기에는 국부가 집중된 한양을 지키자는 여론이 강하게 제기돼 수도를 방비하는 병서가 나왔다”며 “순조 때에는 극심한 세도정치가 극에 달해 국방력이 약해지자 백성 스스로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내용의 책이 나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대한제국 당시 발간된 병서 ‘보병조전’에는 소대·중대·대대 등 신식 군대의 편재와 군사훈련 내용이 담겨있는데, 이는 일제강점기 독립군의 전술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그는 “우리나라가 생존하려면 어떤 전술을 선택해야 하고, 국민은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지 정해야 할 때인데, 옛 병서를 토대로 교훈을 얻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성훈 기자 psh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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