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GOAL 단독인터뷰] 이영표, 이승우를 말하다 (4)

이성모 2018. 4. 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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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만난 이영표. 사진=골닷컴 이성모 기자)

[골닷컴,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이성모 기자 = “과거에 제가 썼던 글은 이승우에 대한 비판이 아닌 언론과 팬들에게 보내는 당부의 글이었습니다. 이승우는 잘하고 있고, 지금은 그를 비판하는 대신 우리가 격려하고 응원해줄 때입니다.”

바르셀로나 유소년팀 시절부터 한국 축구팬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던 이승우. 언젠가부터 팬들에게서 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때마다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가 이영표 위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겼던 글과 그에 대한 그의 반응이었다.

이영표 위원을 직접 만나서, 이영표 위원 본인에게 당시의 일에 대해 물었다. 그는 일부 팬들이 기억하거나 혹은 예상하는 것과는 전혀 달리 그 일에 대해 이승우를 부정적으로 생각한 일이 없으며 오히려 지금의 이승우에게 ‘잘하고 있다’는 말과 지금은 우리가 그를 응원해줄 때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다음은 이영표 위원과 나눈 인터뷰 중 이승우에 대한 그의 생각이다.

골닷컴 : 앞서 손흥민 선수에 대해 남기셨던 팬들이 말하는 ‘예언’에 대해 여쭤봤습니다. 위원님의 손흥민 선수에 대한 발언 외에 또 한가지 팬들 사이에서 자주 회자되는 일화 중 하나가 이승우 선수에게 남기셨던 글과, 그에 대한 이승우 선수의 반응인데요.

그 때를 돌아보면 어떠신가요? 일부 팬들의 의견처럼 어쩌면 이승우 선수의 반응에 대해 부정적으로 느끼셨을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이영표 : 아니요.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우선 제가 그 글을 썼던 이유는, 사실 그 글은 이승우에게 썼던 글이 아니었어요. 이승우를 비판하는 글도 아니고. 언론과 팬들에게 ‘어린 선수 망치지 말라고’ 쓴 글이었어요. 바로 지금 같은 상황을 걱정했기 때문에 그렇게 말했던 거죠.

선수들은 항상 언론과 팬들에 의해서 너무 높은 평가를 받거나 너무 낮은 평가를 받아요. 조금 잘하면 엄청나게 잘한다고 하고 조금 못하면 선수도 아니라고 말하죠. 그게 언론과 여론의 특성입니다. 그런데 어린 나이부터 너무 높은 평가를 받게 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그게 바로 어린 선수들을 자신도 모르게 죽이는 길이거든요.

모든 선수들은 성장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고난과 시련의 과정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런데 선수가 어린 나이부터 너무 높은 평가를 받게 되면 미래에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그 환경을 이겨내는 인내심의 결핍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 집니다. 상실감과 박탈감에 견디질 못해요. 그게 바로 어린 선수들을 너무 높게 평가하면 안 되는 이유에요.

제가 그 글을 썼던 건 재능 있는 한 선수를 지나치게 높게 평가하고 있는 언론과 팬들에게 보내는 경고였고 지금의 상황을 우려해서 썼던 글이지 이승우를 비판하려고 쓴 글이 아니었어요. 물론 이승우 선수가 그렇게 받아들였던 것 같지만.(웃음)

골닷컴 : 네 조금 그런 면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영표 : 많은 팬들이 이승우 선수를 비판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저는 이승우에게 ‘지금 잘하고 있다’라고 격려의 말을 하고 싶습니다. 현재 이승우는 벤치에 앉거나, 어떨 때는 벤치에 못 앉기도 하는데 지금 이승우에게 이 상황은 최선입니다. 우리가 딱 요구해야 될 위치에 정확하게 와 있는 거에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승우가 지금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봤으면 좋겠습니다.

언론이 만들어 놓은, 팬들이 만들어 놓은 잘못된 기준을 가지고 이승우의 지금 모습에 적용해버리니까 이 선수가 실력이 떨어졌다고 생각하거나 못한다고 생각을 하는 거에요. 그게 아니에요. 이승우는 실제로 지금 조금씩 조금씩 계속 발전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승우 선수를 과거에 엄청나게 극찬했던 것도 잘못된 판단이고 지금 비판하는 것도 잘못된 판단입니다.

이승우는 지금 잘하고 있어요. 지금은 그를 비판하는 대신 우리가 응원해줄 때입니다.

골닷컴 : 네. 이승우 선수가 요즘 결장이 길어지면서 걱정하는 팬들이 많은데 큰 힘이 될 말씀인 것 같습니다.

이영표 : 저는 이승우 선수가 나쁜 선수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심성도 착하고 순수한 선수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어린 선수라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죠. 참 저한테 정확히 뭐라고 했다고요?(웃음)

골닷컴 : 한 인터뷰에서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 “좋은 조언이라고 생각하지만 직접 오셔서, 만나서 이야길 하셨다면 더 와 닿았을 것 같다” 그 발언을 한 것이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었습니다.

이영표 : 저는 그런 말도 순수하니까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가지만 더 이야기하자면, 선수는 여론을 즐기면 안 돼요. 언론이나 팬들의 칭찬이 크면 클수록 똑같은 양의 비난과 비판이 뒤에 숨어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여론은 팬들이 즐기는 거지 선수가 즐기는 것이 아닙니다. 선수가 여론을 팬들과 같이 즐기는 순간 그 선수는 위험해져요. 무엇보다 칭찬을 즐기는 순간부터 비난이라는 올무에 스스로 빠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골닷컴 : 이승우 선수에 대해서 질문을 마치기 전에 조금 현실적인 질문을 드리자면 베로나에서 못 뛰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뛸 수 있는 팀을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 그런 우려도 있습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영표 : 현실적인 의견입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 해주고 싶은 말은 빅리그 라는 네임벨류에 얽매이지 말고 어떤 리그가 아니라 어떤 팀에서 뛰느냐가 중요하다 그런 이야기는 해주고 싶어요.

예를 들어서 스위스의 바젤, 네덜란드 PSV, 아약스, 페예노르트, 우크라이나 샤흐타르, 벨기에의 브루게 안더레흐트, 겡크, 스코틀랜드의 셀틱 이나 레인져스 같은 팀들은 정말 좋은 팀들입니다. 외형적인 것을 생각하지 말고 실속있는 좋은 팀이면서 여유가 있어서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팀으로 가면 좋겠습니다.

골닷컴 : 많은 팬들이 지적하는 이승우 선수의 피지컬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승우 선수의 아버지는 저와의 인터뷰에서 ‘피지컬이 문제가 아니다’라는 의견을 밝히신 바 있습니다.

이영표 : 이승우 선수에게 피지컬이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피지컬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면 힘으로 제압하려고 하지 말고 요령을 터득하면 되니까요.

제가 토트넘에서 뛸 때의 경험인데, 상대 선수보다 앞서 있었는데 뒤에서 손이 들어오더니 저를 밀고 자기가 앞서 나가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 때 깨달았어요. 아 내가 힘으로 상대하면 안 되겠구나. 그래서 그 후로 저는 토트넘에서 몸싸움을 안 했습니다. 몸싸움을 최소화하고 이길수 있는 몸싸움만 했습니다. 그게 제가 왜소한 피지컬로 토트넘에서 3년동안 모든 공식 대회를 통틀어서 100경기를 넘게 뛸 수 있었던 이유였어요.

아구에로도 피지컬이 좋아서가 아니라 요령을 잘 알기 때문에 좋은 경기를 합니다. 이승우 선수는 힘에 의한 몸싸움이 아니라 요령으로 하는 몸싸움이 다르다는 걸 알고 기술적인 몸싸움을 하는 방법을 알 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공을 잘 다루는 기술만이 기술이 아니고 몸싸움을 잘하는 것도 기술이고 축구 센스죠.

골닷컴 : 마지막으로 이승우 선수에게 할 말이 있다면요?

이영표 : 급하게 마음을 먹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미 또래 선수들보다는 많이 앞서 있어요. 더 앞서 있는 선수들을 보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충분히 그 나이에 비해 잘 하고 있고 칭찬을 받을 만한 실력을 가졌어요. 조금 더 인내심을 갖고 자신의 축구에만 집중했으면 좋겠습니다.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 골닷컴 이성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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