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한광성 함께 뛰나? 아시안게임 '축구 단일팀' 확률 급상승

김현기 2018. 4. 3.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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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포르투갈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에서 코리아 단일팀이 아일랜드와 비겨 8강행에 성큼 다가선 뒤 함께 환호하고 있다.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손흥민(26·토트넘)과 북한 축구의 신성 한광성(20·칼리아리)이 한반도기 아래 함께 뛸 수 있을까.

2018 자카르타-팔렘방 하계아시안게임 남·북 공동입장이 추진되는 가운데 단일팀 여부도 화두로 등장할 전망이다. 특히 양측에서 모두 인기가 높은 축구의 단일팀 구성이 8월 개막까지 4달간 시선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맹활약하며 ‘월드 클래스’로 거듭난 손흥민과 넘치는 재능으로 한국 축구 기대주가 된 이승우(20·베로나)가 북한의 향후 10년을 책임질 공격수 한광성, 최성혁(20·페루지아)와 함께 금메달을 향해 뛰는 그림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남북평화협력기원 남측예술단을 인솔하고 있는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김일국 북한 체육상을 만나 면담한 뒤 아시안게임 때 남·북 선수단 공동입장에 뜻을 모았다. 도 장관은 이날 “4월27일 남·북 정상회담이 끝난 뒤 실무 논의를 하고 서면 합의 등 구체적으로 단계를 밟으면 좋겠다”면서 “자카르타에서도 함께 할 것인가에 대한 후속 논의를 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날 언급된 공동입장은 큰 문제가 없는 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00 시드니 하계올림픽부터 지난 2월 평창 올림픽까지 10여 차례 넘게 경험했고 깃발과 단복, 유니폼만 맞추면 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평창 패럴림픽에서 북측 주장처럼 한반도기에 독도를 포함하는 문제로 의견이 엇갈릴 수 있으나 큰 걸림돌은 아니다.

문제는 단일팀 결성이다. 북한은 역도와 체조, 다이빙 등 일부 종목에서 올림픽 및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하는 등 세계적 실력을 갖고 있으나 나머지 종목에선 한국과 실력 차가 큰 게 현실이다. 특히 한 팀으로 어우러져 뛰는 구기 종목의 경쟁력이 떨어진다. 야구는 북한에서 거의 하지 않는다. 이런 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애정을 갖고 있는 축구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의 여자 아이스하키처럼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단일팀 ‘코리아’를 상징할 수 있는 대표적 종목으로 꼽힌다. 남·녀 모두 남과 북이 힘을 합치면 금메달까지 다가설 수 있다는 점, 지난 1991년 포르투갈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현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한반도기 아래 싸워 8강까지 갔던 달콤한 기억도 플러스 요인이다. 실제로 4년 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남과 북은 남자 축구 결승에서 만나 한국이 금메달을 땄다. 여자 축구에선 준결승에서 북한이 한국을 이겨 우승까지 내달렸고 한국은 동메달을 획득했다.

그런 차원에서 만수대의사당 면담 때 김일국 체육상 바로 옆에 한은경 북한축구협회 부회장이 앉았다는 것이 의미심장하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여자축구 행정가 한 부회장은 북한축구협회의 실세로도 잘 알려져 있다. 불과 수일 전인 지난달 29~31일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총회 참석을 위해 부산을 방문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등 남측 축구 행정가들과 만나기도 했다. 한 부회장이 북한 체육계 전체에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이기도 하지만 국내 축구계에선 그가 김일국 체육상 바로 옆에 앉아 면담에 참여한 것을 흥미롭게 보고 있다.

하계아시안게임에서 남자 축구의 경우, 23세 이하 선수를 중심으로 24세 이상 선수 3명이 와일드카드에 포함된다. 단일팀이 이뤄지면 손흥민과 황희찬, 이승우, 백승호 등 한국의 창의력 넘치는 공격진에 최근 유럽 각국 러브콜을 받고 있는 북한 한광성이 가세, 전력 업그레이드를 이룰 수 있다. 김학범 한국 U-23 대표팀 감독은 이른 시일 내에 이승우의 몸상태를 보기 위해 이탈리아로 출국할 예정인데 오는 8일 베로나-칼리아리 맞대결을 통해 한광성까지 한꺼번에 관찰할 수 있다. 여자 축구 역시 마찬가지다. 승향심, 김윤미 등 북한의 지난해 12월 동아시안컵 우승 멤버에 지소연, 이민아, 김정미 등 남측 간판 선수들이 힘을 합치면 아시안게임 제패 확률이 높아진다.

난관도 있다. 남자부는 아시안게임이 병역 문제를 해결하는 양대 루트 중 하나여서 북한 선수들이 올 경우 엔트리 진입이 가능한 남측 선수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조직력도 해결해야 한다. 평창 올림픽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대회를 불과 2주 남겨 두고 구성이 확정돼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학범호’는 우승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조직력 배양을 위해 상당 시간의 합숙 훈련이 필요하다. 여자부는 지난해 4월 평양 원정에서의 몸싸움 등 남·북 여자 선수들이 매년 대결하면서 라이벌 의식이 강해진 것을 화합으로 유도하는 게 숙제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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