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모의 Respect] 딱 '100일'만 대한민국 대표팀을 지지해보자

조회수 2018. 3. 31. 10:0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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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월드컵까지 D-80, 조별 리그까지 약 100일. 눈앞으로 다가온 월드컵.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적어도, 우리 선수들이 당당하게 싸워볼 수 있도록.
감독과 선수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위해, 딱 100일만 대표팀을 지지해보자.
북아일랜드전을 갖기 전 포즈를 취한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단. 

이번 대표팀의 북아일랜드, 폴란드 원정 평가전을 현장에서 취재하면서 만난 대한민국 대표팀의 한 레전드가 남긴 코멘트다.

누구보다도 대한민국 대표팀을 위해 많은 경기에 나섰고, 지금도 대한민국 축구를 위해 일하고 있는 이 레전드의 한마디가 대표팀을 취재하는 내내 몇번이고 다시 떠올랐다. 비단 기자로 일하고 있는 나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는 그런 한마디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이번 칼럼에서 나는 내가 직접 북아일랜드, 폴란드 평가전 현장을 동행하면서 느낀 바를 토대로 우리 대한민국의 축구팬 여러분께 한가지 제안 혹은 부탁을 해보고자 한다. 

비단 신태용 감독이나 현재의 선수단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과 '한 팀'인 우리 모두를 위해서. 러시아 월드컵까지, 딱 100일만 대표팀을 지지해보자는 것이다.

폴란드 전이 끝난 후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신태용 감독. 그는 폴란드 전을 앞두고 열렸던 기자회견에서 작심한 듯 대표팀 선수들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1. 특정 선수들에게 쏟아지는 비판과 신태용 감독의 호소

이번 북아일랜드, 폴란드 원정 평가전 기간 중에 있었던 모든 장면들 중에 나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한 장면은 경기 중에 나온 우리 선수들의 골장면이 아니라 신태용 감독이 직접 기자회견 중에 작심한 듯 대표팀 선수들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이었다.

이 장면은 신태용 감독이 폴란드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 자리에 있던 내가 그에게 건넨 질문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나왔는데 이 때 나의 질문과 신태용 감독의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 지난 북아일랜드전 이후로 다시 한 번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한편 이영표 위원을 포함해 몇몇 축구인들은 이제 월드컵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이제는 비판 보다는 지지의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경기를 하다보면 잘할 수도 있고 못 할 때도 있고 우리가 칭찬을 받을 때도 비판을 받을 때도 있지만, 미디어에서 특정 선수에 대해 말하는 것이나 어느 특정 선수를 지목해서 선수들의 사기를 다운시키는 부분에 있어서는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그 선수들도 사기를 북돋아줘서 월드컵까지 가야 하는데 이 선수들의 사기를 꺽어서 월드컵에는 60% 80%밖에 가져가지 하지 못하지 않을까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이제는 3개월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누구도 실수를 하고 싶은 선수는 없기 때문에, 언론도 팬도 선수들을 감싸주고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주면 감사하겠다고 생각합니다."

신태용 감독은 이 코멘트에서 특정 선수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이미 그가 어떤 선수를 염두에 두고 그런 발언을 했는지 알고 있다. 그 선수에 대한 논의 혹은 비판이 이번 두 차례 평가전을 전후해서도 언론을 통해 또 팬들의 의견을 통해 수없이 오고 간 것이 사실이다.

신태용 감독의 호소 덕분일까? 

두 차례의 평가전이 끝난 후(신태용 감독은 한국 귀국 직후 한국 취재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다시 한번 위와 같은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언론 기사 및 대한민국 레전드 선수들의 발언을 통해 특정 선수의 비방보다는 지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나는 그것이 대단히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북아일랜드 전이 시작되기 전에 모두 모여 결의를 다지고 있는 대표팀 선수들. 

2. '3경기 연속 0골'에도 파도타기 응원을 보내주던 폴란드 홈팬들

이번 두 차례 평가전을 취재하는 동안 또 한가지 대단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평가전'임에도 불구하고, 또 최근 그들의 대표팀이 3경기 연속 0득점(우루과이, 멕시코, 나이지리아)에 그치며 극심한 부진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경기 내내 파도타기 응원까지 벌이며 적극적으로 자국 대표팀을 응원하는 폴란드 팬들의 모습이었다.

레반도프스키라는 세계 최정상의 공격수를 보유하고도, 월드컵을 3개월 남긴 시점에 3경기 연속 무득점을 기록했다는 것은 폴란드 팬들에게 대단히 우려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내가 훈련장에서 만난 폴란드 현지 기자는 "한국 전에서 폴란드가 또 무득점에 그칠 경우 폭동이 날지도 모른다"는 '경고'를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팬들은 홈구장에 5만 명 이상이 한데모여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파도타기 응원을 비롯해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것 같은 열성적인 응원을 보내줬다. 비단 이 경기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이 경기 취재 도중 만난 SBS 배성재 캐스터에 의하면 폴란드 팬들은 직전 경기였던 나이지리아 전에서도 마찬가지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한다.  

폴란드와 대한민국의 상황은 다르다고 말할 수도 있다. 사실이다. 

폴란드가 월드컵에 나갈 때까지의 과정과 대한민국의 그것이 다르다고 할 수도 있다. 그 역시 사실이다. 

그러나, 폴란드와 대한민국 모두 자기 나름의 이유로 최근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것은 똑같다.

그리고 두 나라 모두 월드컵을 3개월 앞두고 있다는 상황 역시 같다. 

그렇다면, 우리 역시 폴란드의 팬들처럼, 굳이 파도타기와 열광적인 응원이 아니더라도 적어도 우리의 대표팀에 지지의 목소리를 보내줄 순 없을까? 

북아일랜드전 응원을 위해 벨파스트 윈저파크 경기장을 찾은 대한민국 팬들 

3. '우리'를 위해서 딱 100일만 대표팀을 지지해보자.

대한민국은 축구계에서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는 나라가 아니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마찬가지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우리의 선수들과 우리의 감독 역시 몇몇 특정 개인을 제외하고는 세계 최정상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와중에도 아주 많은 우여곡절 끝에 월드컵 진출에 성공했고 이제 그 본선 무대를 불과 80여일 앞두고 있다. 

그리고 내가 북아일랜드와 폴란드 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바, 현재 우리 대한민국 대표팀이 갖고 있는 자원을 극대화하여 가장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감내하고 피로와 싸우며 공동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제는 대표팀 일부 선수들에 대한 맹목적인 비난 보다는 건설적인 비판을, 비판 보다는 지지와 응원을 보내보자.

적어도 우리의 선수들이 우리 스스로의 팬들로부터 나오는 비난에 의해 위축되어 제대로 뛰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나가서 독일, 멕시코, 스웨덴과 싸울 수 있도록. 

그래서 우리 역시 그들의 그런 모습을 보며 후회없이 싸웠다고 말할 수 있도록.

이제는, 딱 100일만 대표팀을 지지해보자.

그래서 이미 러시아라는 최종 목적지를 향해 출항한 우리 대표팀이 이제와서 배를 돌렸다가 목적지에 도착하지도 못하고 침몰하거나 중간에 흔들려서 난파되는 일이 없도록.

단지 신태용 감독이나, 대표팀 선수단 개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과 '한 팀'이자 대한민국 축구를 사랑하는 우리 모두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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