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륭의 원사이드컷] 나쁘지 않았지만 스웨덴은 더 강하다.

조회수 2018. 3. 25. 12: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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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매치 평가전 북아일랜드 v 대한민국 매치 리뷰


"북아일랜드는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운영을 했다. 스웨덴도 그런 식이다." - 신태용

한국 대표팀에게 북아일랜드는 가상의 스웨덴이었다. 신체 조건이 우수하고 깊은 수비에 능하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팀은 6분 만에 권창훈의 골로 앞섰지만 후반전 폴 스미스에게 실점하며 1-2 역전패로 경기를 마쳤다. 비록 패했지만 피파랭킹 24위의 북아일랜드 보다 공을 오래 관리했고, 경기를 더 많이 주도했다. 긍정적인 요소가 많았지만 북아일랜드와 달리 한국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스웨덴과의 결과가 한국의 16강 여부를 결정지을 가능성이 크다. 멕시코는 역사적으로 조별리그 생존법을 누구보다 잘 아는 트릭키한 팀이고, 독일은 현재 세계최강이다. 한국은 본선에서 스웨덴, 멕시코, 독일을 상대로 매경기 다른 컨셉의 경기를 시도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스웨덴을 상대로 팀 밸런스를 가장 공격적으로 설정하여, 능동적인 컨셉의 경기 운영을 시도할 확률이 높다. 

그래서인지 북아일랜드 전에서 한국은 수비를 높은 곳에서 시작했고, 수비에 리스크가 있음에도 전체적인 라인을 끌어올렸다. 슈팅수 13 대 4, 코너킥 9 대 4의 기록처럼 적극적으로 북아일랜드를 공략했지만 추가 골까지는 부족했다. 물론 2018년 첫 번째 A매치, 이동 거리, 원정 경기 등 다양한 외적 요소는 고려되어야 한다. 하지만 손흥민의 폭발력, 이재성의 번뜩임, 김신욱의 문전 영향력, 황희찬의 에너지 같은 공격 유닛들의 개인적인 장점이 조금 더 표현되어야 한다. 

신체적으로 스웨덴은 한국보다 크고 힘이 세지만, 한국은 스웨덴보다 빠르고 폭발력이 있다. 한국은 북아일랜드를 가상의 스웨덴으로 설정하여 경기를 치렀다. 하지만 스웨덴은 북아일랜드보다 미드필드와 공격진 능력이 훨씬 우수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 미드필드 조합 & 침투

대표팀은 4-3-3 으로 경기를 시작했지만 곧 익숙한 4-4-2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진행했다. 왼쪽 측면과 최전방을 오가던 손흥민에게 어느 정도 자유도가 주어진 듯 했으나 최전방에 김신욱, 좌우에 이재성,권창훈이 위치하며 공격시 기본적인 포지셔닝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었다. 

미드필드에서 기성용과 조합을 맞춘 박주호는 훌륭했다. 공수 모든 상황에서 파트너인 기성용과 항상 10미터 거리를 유지하며 균형을 맞췄고, 68분 동안 활약하며 90.7%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다. 

"뒤돌아볼 겨를도, 생각할 겨를도 없다."

 박주호가 이번 대표팀 발탁 이후에 했던 인터뷰가 어제 그의 플레이에 담겨있었다. 풀백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기초 빌드업 상황에서 좋은 타이밍과 위치에서 볼을 받았고, 중원에서 기성용과 거리를 적절하게 유지하며 균형을 만들었다. 권창훈의 골을 도운 것은 국가대표 복귀전에 따라온 보너스였다. 

기성용 + 박주호 중앙 미드필드 조합은 준수한 모습을 보여줬다.

기성용 역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박주호와 같은 시간을 뛰면서 한국에서 가장 높은 92%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다. 빌드업 과정에서 기성용의 볼터치는 늘 간결했다. 특히 측면에서 온 공을 미리 봐둔 동료에게 원터치로  연결할 때, 북아일랜드 압박 타이밍 설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전반전 중반 한국의 점유율이 65%에 육박했을 땐, 기성용이 2선까지 전진하여 몇 차례 키 패스를 시도했다. 중앙선 넘어에서 기성용이 공을 받은 직후 전방을 향해 고개를 들면, 반드시 한 명은 과감한 침투를 시도 해야 한다. 기성용을 비롯한 미드필더들이 전방을 향해 고개를 드는 순간, 공격 유닛의 침투를 위한 스프린트가 시작되면 상대의 뒷 공간을 한번에 파고들 수 있다.  간결한 전환 패스는 기성용의 가장 뛰어난 무기 중 하나다. 중원에서 우수한 상황인식에 의한 패스 능력을 갖춘 미드필더, 전방에서 영리하고 폭발력 있게 침투를 할수 있는 윙어까지. 권창훈의 골 장면이 증명하듯이 한국은 두 옵션을 모두 갖고 있다.

북아일랜드 전 처럼 월드컵에서 스웨덴을 상대로 주도하는 컨셉의 경기를 시도한다면, 윙어를 포함한 공격수들은 적극적으로 침투를 시도해야 한다. 공격수가 침투를 해야 상대 수비를 전후로 흔들 수 있다. 수비의 균형이 좌우가 아닌 전후로 흔들리면 수비수 개인의 밸런스는 물론, 수비 라인 컨트롤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추가로 적극적인 뒷공간 침투는 상대 수비의 전진을 제어하는 효과도 있다. 대표팀이 본선에서 공격적인 컨셉으로 플레이를 하려면 빠르고 영리한 침투가 중요한 무기가 될 것이다.

"헤드업"을 통한 상황인식에서 나온 기성용의 원터치 전환 패스
미드필더들이 전방을 향해 고개를 들면, 전방 유닛의 침투가 시작되어야 한다. 

75분을 뛴 손흥민은 나쁘지 않았다. 가장 인상적인 건 일대일 상황에서 손흥민을 상대하는 수비수가 좀처럼 덤벼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대일 상황에서 수비수가 자신감을 갖고 있으면 도전적인 수비 자세를 취한다. 중심이 뒤에 몰려 있지 않고, 공격수의 볼 터치가 조금만 길어도 나아가 태클을 시도한다. 하지만 덤벼들지 않는다는 건 그만큼 견제와 부담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선에서 몇 차례 좌우 빠른 패스 전환을 진행하면, 측면에서 공간이 확보된 상태로 손흥민이 상대 풀백과 일대일로 맞서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한국이 지공 상황에서 꾸준히 시도하고 발전시켜야 할 부분이다. 손흥민과 상대 풀백의 일대일이 많이 나올수록 좋다. 


북아일랜드의 세트 피스 골

# 세트 피스

드로인, 코너킥, 프리킥.

경기가 잠시 멈춰졌다가 재개될 때 종종 골 또는 골에 가까운 상황이 발생한다. 짧은 순간이지만 경기의 리듬이 일시적으로 끊겨 집중력이 순간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공의 흐름만 보면서 움직여도 되는 공격자와, 공의 흐름과 접근하는 상대 공격수의 움직임까지 체크해야 하는 수비자가 느끼는 난이도의 차이와도 연관성이 있다. 

세트 피스에서 공격에게 필요한 핵심 요소는 킥 또는 패스의 질, 움직임의 타이밍, 그리고 연기력이다. 이 중 연기력은 어제 북아일랜드의 첫 번째 골 장면과 연관되어 있다. 준비된 세트 피스에서 공을 받기로 한 선수는 받지 않은 척 했고, 오히려 공을 받지 않는 선수들이 마치 받는것 처럼 사전 움직임을 진행했다.  무엇보다 북아일랜드는 한국의 벽을 완벽하게 이용했다. 프리킥 상황에서 벽은 골키퍼와의 약속이다. 직접 슈팅이 시도될 경우, 키퍼가 사전에 지정한 위치를 벽에 포함된 선수들이 벗어나거나 피하면 곧바로 실점으로 연결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북아일랜드처럼 벽의 양쪽 끝에 상대 선수가 위치한다면 자신의 가슴 전면에 밀착해두던가, 세트 피스가 시작될 때 먼저 바깥 가장자리 코스를 차지해야 한다. 북아일랜드는 전반 19분 완벽한 세트피스로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프리킥에 의한 세트 피스 골은 실점한 팀에게 늘 추가적인 데미지를 남긴다. 잘 짜여진 상대의 세트 피스에 의해 실점하면 그저 쓴웃음만 나오게 된다.

# 두번째 실점

신태용 감독은 수요일 열릴 폴란드 전에서 북아일랜드 전의 코어 선수들을 다시 선발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 60분 대에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 (기성용,박주호)를 모두 교체 (이창민,정우영) 했고, 손흥민,권창훈 대신 황희찬, 염기훈이 투입됐다.  하지만 평가전 성격답게 많은 교체가 이어지다보니 경기의 리듬은 좀처럼 잘 이어지지 않았다. 

종료 5분전 내준 두번째 실점은 아쉽다. 전방에 위치한 코너 워싱턴에게 롱볼이 투입됐는데 그 순간 워싱턴이 위치 선정과 낙하 지점 포착 능력에서 장현수를 앞섰다. 프로필상 코너 워싱턴의 키는 178cm 로 장현수보다 10cm 작다. 어쩌면 그 차이 때문에 장현수가 공중볼 경합을 다소 수월하게 생각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후 상황은 폴 스미스의 개인 능력으로 마무리 됐다. 한국은 후반전 여러 찬스가 있었지만 추가 득점에 실패했고, 북아일랜드는 하나 넘어간 것을 성공시켰다. 본선에서 만날 스웨덴은 측면 루트를 우선 시 하지만 상황에 따라 베리, 토이보넨을 향한 다이렉트 플레이를 시도할 수 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것처럼 스웨덴은 모든 부분에서 북아일랜드보다 무게감이 있다.

이제 월드컵까지 5경기 남았다. 북아일랜드를 상대로 긍정적인 부분은 팀 밸런스를 전방에 두고 수비 라인을 전진시켜 공격적인 플레이를 시도했다는 점이다. 상대에 의한 경기가 아닌 우리에 의한 경기를 했다. 세트 피스 대처와 공중볼 수비 시 경합과 커버에 대한 부분을 다시 한번 잘 기억해야 한다. 이어지는 폴란드 전은 아마 오늘과 다른 컨셉의 경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수요일에는 선수들의 몸 상태도 더 나아질것이고 동기부여도 더 클 것이다. 이제 슬슬 경기 결과도 고려해야 할 단계다.

정말 월드컵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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