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한 이슈人]류현진의 클래스를 엿볼 수 있었던 시범경기 운영법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입력 2018. 3. 23. 17: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 2.2이닝 4실점, 다음 등판에서 더 못 던진 3이닝 5실점. 아무리 시범경기 성적이 정규시즌에 반영될리 없다고는 하지만 평균자책점 14.29는 고작 2경기 도합 5.2이닝이라고 해도 불안감을 남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류현진(LA다저스)은 개막까지 고작 일주일만 남은 ‘실전감각’이 중요한 때가 찾아오자 거짓말 같이 5이닝 1실점 호투를 선보였다. 그렇다고 100%를 다 보여준 것도 아니다.

새삼 이런 류현진의 모습을 보며 괜히 6년 계약의 마지막해일 정도로 메이저리그가 익숙해진 선수라는 점과 한국 야구 역사에 남을 천재적인 클래스의 선수라는 점을 실감할 수 있었다.

ⓒAFPBBNews = News1

류현진은 23일(이하 한국시각) 오전 11시 5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캐멀백 랜치에서 열린 2018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LA에인절스전에서 5이닝 1실점(피홈런) 5피안타 1볼넷 6탈삼진을 기록한 후 6회 페드루 바예즈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팀은 4-3으로 승리해 류현진은 시범경기 2승째를 거뒀다.

시범경기 3번째 등판이었던 류현진은 전날까지 5.2이닝 9실점 평균자책점 14.29에서 8.44까지 내려갔다.

이날 류현진은 1회 삼자범퇴, 2,3회 위기에서 삼진으로 탈출, 4회 기습 솔로홈런 허용, 5회 삼진없이 삼자범퇴로 크게 군더더기 없는 성공적인 시범경기를 마쳤다.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지난 두 번의 등판에서 류현진은 올 시즌 새롭게 장착하려는 회전수를 높인 커브와 우타자 상대로 유용할 투심 패스트볼을 실전에 써보는데 집중했다.

그러다보니 강점인 체인지업이 기존에 던지던 패스트볼, 슬라이더 등은 많이 활용하지 않았고 덜 연마된 공은 타자들에게 맞아 나갔다.

류현진은 지난 2경기에서는 최대한 실험에 초점을 맞췄다. 어차피 류현진은 다저스로부터 선발 로테이션 진입을 보장받은 상황이었기에 시범경기 성적이 중요치 않았기에 가능한 실험이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고작 메이저리그 공식 개막까지 일주일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지막 등판이 남아있다고 해도 이제부터는 실전감각을 끌어올리고 코칭스태프에 ‘실전에 들어가면 잘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줄 필요가 있었다. 행여 코칭스태프가 남은 FA투수를 눈독들이거나 마이너리그 캠프에서 잘 던지는 선수들을 생각하지 않게 말이다.

ⓒAFPBBNews = News1

류현진은 이 타이밍을 정확히 알았고 이날 경기는 실험보다는 실전에 좀 더 비중을 두고 나선 듯 했다.

실제로 류현진은 그동안 크게 신경 쓰지 않던 패스트볼 제구와 구속에도 많은 역점을 뒀고 커브도 기존 커브와 회전수를 높인 커브를 확실히 분리해 이전 2경기와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보여준 것은 아니다. 자신의 필살기와 다름없는 체인지업은 여전히 숨겼고 구속을 완전히 끌어올린 것도 아니었다. 여전히 실험해야할 것을 포기할 순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류현진은 시범경기 시작 전 총 4경기에 등판한다면 첫 2경기는 실험, 나머지 2경기부터는 실전감각을 끌어올리는 식으로 정했을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이렇게 시즌을 준비하며 신인급 타자가 시범경기 초반에는 잘하다가 마지막에 다가올수록 못하는 것도 처음엔 투수들이 실험을 하다 마지막엔 실전처럼 던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계획대로 실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메이저리그 레벨에서 생각한대로 경기 운영을 하고 시범경기 전체를 끌고 가는 것은 확고한 입지와 코칭스태프의 신뢰, 본인에 대한 믿음 없이 불가능하다.

생각한대로 시범경기를 끌고 가는 운영, 실험할 때는 실험하고 실전감각이 필요할 때는 보여주는 능력까지, 그러고 보면 류현진은 6년 계약의 마지막해일 정도로 ‘메이저리거’라는 수식어가 당연하게 여겨질 정도로 클래스가 올라온 선수임을 새삼 깨닫는 시범경기 운영법이다.

ⓒAFPBBNews = News1

-스한 이슈人 : 바로 이 사람이 이슈메이커. 잘하거나 혹은 못하거나, 때로는 너무 튀어서 주인공이 될 만한 인물을 집중 조명합니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 한국미디어네트워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