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선수 연봉차별에, 김연경 탄식 "여자배구 인기 좋은데.."

김영국,박진철 입력 2018. 3. 19.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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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①] 여자배구 샐러리캡 논란.. 구단 관계자 "샐러리캡 올리면 구단 해체? 구단에 대한 모독"

[오마이뉴스 글:김영국, 사진:박진철]

여자 프로배구의 샐러리캡 '차별 대우' 논란이 뜨거운 쟁점이 되면서 배구계가 고민에 빠졌다.

논란은 지난 5일 남녀 프로배구 13개 구단의 단장들로 구성된 한국배구연맹(아래 KOVO) 이사회가 '샐러리캡'(각 팀이 선수들에게 지불할 수 있는 연봉 총액의 상한선)을 두고 남자부와 여자부를 놓고 다르게 도입하면서 촉발됐다. 이에 따르면 남자부는 향후 3년간 매년 1억 원씩 연봉 상한선을 인상키로 한 반면, 여자부는 '1억 인상 후 2년간 동결' 조치를 취했다. 또한 여자 선수에게만 '1인 연봉 최고액이 샐러리캡 총액의 25%를 초과할 수 없다'는 규정(25%룰)을 도입했다.

사실 '남자부만 인상-여자부 동결' 방식은 이전에도 있었다. 문제는 전보다 여자배구 인기가 상승하고 V리그 흥행에 큰 기여를 한 시점에서 '더 악화된' 형태로 다시 도입됐다는 점이다. 여자배구 샐러리캡 '2년 동결'은 지난 2005년 V리그 출범 이후 한 번도 없었던 조치이다. 이런 방식이 계속되면, 남녀 연봉 격차는 앞으로 한없이 커질 수밖에 없다.

또한 연봉의 분산 효과는 크지 않고 부작용 우려가 큰 '25%룰'을 여자 선수에게만 도입했다는 점도 차별론에 기름을 부었다(이 점에 관해서는 다음 기사에서 상세하게 설명할 예정이다).

이 같은 결정들이 알려지자 많은 배구팬들의 불만과 반발이 순식간에 확산됐다. 지난 11일에는 김연경 선수가 자신의 SNS를 통해 프로 구단과 KOVO를 향해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하면서 논란이 더욱 커졌다. 그는 17일에도 한 매체와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발언이 성 차별 문제에 관한 게 아니라, 한국 여자배구 발전을 바라는 충언이었음을 강조했다. 또한 해당 인터뷰에서 김연경은 "매년 여자배구의 인기 및 경쟁력은 좋아지고 있다. 이 상황에서 여자배구 샐러리캡 동결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으론 KOVO 결정에 찬성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유료 관중 수익에서 남녀 프로배구가 차이가 나고, 여자 프로 구단들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현실론이 핵심 이유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여자배구 샐러리캡을 매년 1억 원씩 인상하면 일부 구단은 해체할 지도 모른다'며 KOVO 결정을 옹호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해체 위험 구단으로 현재 '샐러리캡 소진율'(샐러리캡 한도 내에서 실제 선수들에게 지급한 연봉 총액의 비율)이 70%대인 구단을 주로 지목하곤 한다.

"샐러리캡 인상하면 배구단 해체?... 우리 구단에 대한 모독"

과연 실제로도 그럴까. 샐러리캡 소진율이 70%대이고 배구단 투자에 인색하다고 알려진 2개 여자 프로배구단의 운영 실무 핵심 관계자와 지난 15일 장시간 전화 통화를 했다. 통화에서 구단의 현 사정과 입장에 대해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두 구단은 '샐러리캡 인상시 해체 가능성'에 관해 거론된 일각의 주장에 대해 단호하게 일축했다. A구단 관계자는 "지나친 오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샐러리캡 동결 결정은 1억 원 인상이 부담이 돼서가 아니라 여러 측면을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B구단 관계자는 "우리 구단에 대한 모독"이라며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동네 구멍 가게도 아닌데 샐러리캡 1~2억 원 인상했다고 팀을 해체할 지도 모른다는 말을 함부로 하느냐"며 강력 부인했다. 그는 "샐러리캡을 16억 원까지 대폭 올려도 좋으니 제발 우리도 좋은 선수를 영입할 수 있도록 공정하고 투명한 틀을 만들자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두 구단은 샐러리캡 소진율이 70%대밖에 안 되는 이유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소속팀 선수 면면을 볼 때, 아직 프로 연차가 적거나 특급 고액 연봉 선수가 없다 보니 전체적으로 소진율을 채울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한 구단은 특급 선수 영입에 실패하면서 샐러리캡 공백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100% 소진율을 채우기 싫어서가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뜻이다.

두 구단 관계자는 여자 배구단에 대규모 투자가 진행 중인 사실도 밝혔다. A구단은 현재 전용 체육관과 숙소를 겸한 클럽하우스 신축을 추진 중이다. 이미 부지 매입은 끝났고, 조만간 착공에 들어가 내년 상반기 안에는 선수들이 신축된 클럽하우스로 이주할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6개 여자 프로배구단 중 시설이 가장 좋은 클럽하우스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클럽하우스를 건립했던 구단들의 경우를 보면, 건축 비용이 수백억 원대에 달한다.

B구단 관계자도 "최근 숙소 시설을 많이 개선했고, 구단 버스도 2억 원이 넘는 버스로 교체하기로 계약을 마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런 구단이 샐러리캡 1~2억 원 인상 때문에 배구단 해체를 운운할 리 만무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특히 B구단 관계자는 프로배구단 운영의 이유와 목적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사회 공헌 활동 차원에서 프로 구단을 운영한다는 건 옛말"이라며 "기업 이미지 제고와 광고 효과에 더 큰 방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팀 선수들이 팬들에게 감동을 주는 경기력을 많이 선보이면 그 자체가 모기업 이미지 제고에 큰 효과를 발휘한다"며 "그런 광고 효과가 구단 운영비보다 크다면 설사 관중 수익이 제로(0)라고 해도 구단 운영비 40~50억 원은 전혀 아깝지 않다"고 단언했다. 이어 "그건 헛돈 쓰는 게 아니라 수익 창출을 위한 광고비나 투자 행위이기 때문"라고 덧붙였다. 물론 프로배구단 운영에 대해 "사회 공헌 활동 측면이 크다"고 말하는 구단들도 있다.

'저비용 고효율' 프로배구... 광고 효과 프로야구 못지않다

프로 구단이라면, 원칙적으로 유료 관중 수를 늘리고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구단 운영 수익을 창출하는 데 전력을 쏟아야 한다. 또한 무형의 가치인 광고·홍보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다만, 유료 관중 수익을 급격하게 끌어올리기 어려운 현 상황에서는 모기업 입장에서는 당장 기대할 수 있는 광고·홍보 효과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광고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TV 중계와 온라인 및 언론 기사에 소속팀 모기업의 명칭과 브랜드 노출 빈도가 가장 중요하다. 그중에서도 TV 시청률과 중계 횟수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케이블TV 시청률 1%는 전 국민 중에 대략 40만 명 정도가 경기를 시청했다는 뜻이다. 관중 수가 아무리 많아도 4000~5000명 수준인 것과 비교가 안 되는 수치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 프로배구는 남자배구든 여자배구든, 국내 최고 인기 종목인 프로야구 못지않은 '매력적인 콘텐츠'다. TV 시청률에서 '경기당 평균 시청률'이 프로야구와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물론 동시 경기수 등을 감안한 전체 시청률과 온라인 노출 규모 등을 따지면 프로야구가 크게 앞선다. 그러나 모기업 입장에서는 자신의 팀 시청률과 중계 횟수만이 광고 효과로 잡히기 때문에 경기당 평균 시청률이 더 중요할 수 있다.

프로야구의 지난 시즌 정규리그 경기당 평균 시청률은 0.88%였다. 프로배구는 올 시즌 정규리그 경기당 평균 시청률이 남자배구는 0.87%, 여자배구는 0.78%로 최종 집계됐다. 프로야구, 남자배구, 여자배구가 거의 비슷하다는 걸 알 수 있다.

KOVO 집계에 따르면, 올 시즌 프로배구는 남녀 모두 지난 시즌보다 시청률이 상승했다. 또한 케이블TV '대박' 기준인 1%을 넘긴 경기 수도 급증했다. 5~6라운드가 평창올림픽 기간과 겹치면서 시청률에 큰 타격을 입었음에도, 남녀 모두 전체 평균 시청률이 상승한 점이 고무적이다. 1~4라운드 때 상승 폭이 컸기 때문이다.

여자배구 인기 상승, V리그 흥행 유지 '일등공신'

특히 올 시즌의 경우 여자배구가 V리그 흥행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보다 시청률은 9.8%, 관중 수는 16.8% 급증했다. 반면 남자배구는 시청률은 15.2% 상승했지만, 관중 수는 8.7% 감소했다.

올 시즌 여자배구 평균 시청률 0.78%는 V리그 출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수치다. 지금까지 최고치는 지난 2014~2015시즌의 0.77%였다. 4라운드의 여자배구 평균 시청률은 0.9%까지 치솟았다. 이 또한 V리그 출범 이후 여자배구 한 라운드 최고 신기록이다.

여자배구가 취약 시간대인 평일 오후 5시에 경기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들이다. 실제로 평일 오후 5시 경기임에도 1%를 돌파한 경우도 발생했다. 남녀 '경기 시간대 불공평성'이 그나마 작은 주말 경기의 경우 여자배구 시청률이 남자배구보다 높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

남녀 합계 V리그 전체 관중 수는 평창올림픽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지난 시즌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남자배구가 감소했지만, 여자배구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남녀 배구 'TV 중계 효율', 국내 프로 리그 중 '최고'

광고 효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TV 중계 횟수'에서도 프로배구는 국내 프로 스포츠 중 최고 수준이다. '남녀 경기'를 모두 전 경기 생중계하는 경우는 프로배구가 유일하다. 

또한 2개의 지상파 소속 스포츠 전문 채널에서 생중계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다른 채널에서 재방송을 하고, 다음 날에도 다시 한 번 재방송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자배구는 국제대회 경기까지 모든 스포츠 전문 채널에서 수없이 재방송을 하고 있다.

경기당 높은 시청률과 TV 생중계·재방송 횟수 등을 감안하면, 구단 운영비 대비 광고 효과 측면에서 남녀 프로배구만큼 '저비용 고효율 콘텐츠'를 찾아보기 어렵다.

남자 프로배구 C구단의 핵심 관계자도 "무형의 수익 가치인 광고 효과만 따지면, 남녀 프로배구는 사실 어마어마하다"며 "국내 프로 리그 중 가장 '저비용 고효율 콘텐츠'라는 평가가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KOVO는 외부 전문 기관에 의뢰해 프로배구단 운영에 따른 광고 효과를 금액으로 환산한 조사를 매년 실시해 각 구단에 제공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남녀 모든 구단이 프로배구단 운영으로 얻는 광고 효과가 수백억 원에 달한다.

KOVO가 SMS리서치 컨설팅에 의뢰해 지난 2011~2012시즌 V리그 각 팀의 홍보 효과를 분석해 언론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남자배구 삼성화재의 홍보 효과는 507억 원, 여자배구 현대건설은 146억 원으로 각각 남녀 1위에 올랐다. 특히 여자배구 신생팀으로 V리그에 첫 출전했던 IBK기업은행도 106억 원의 홍보 효과를 거둔 것으로 조사됐다.

6년이 지난 현재 남녀 프로배구의 TV 시청률과 온라인 및 언론 노출도가 더욱 상승함에 따라, 홍보 효과도 더 커졌다. C구단 관계자는 "KOVO에서 지난해 보내온 외부 평가 자료에 따르면, 현대캐피탈이 프로배구단 운영에 따른 광고 효과가 700~800억 원으로 가장 높게 나왔다"고 밝혔다. 여자 프로배구단의 광고 효과도 200~300억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시즌 여자배구 광고 효과는 지난 시즌보다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프로배구단의 1년 운영비가 대략 남자부는 50~70억 원, 여자부는 30~50억 원 수준이다. 프로 구단의 수익은 관중 수익, 스포츠토토 지원금 등이 있다. 그리고 무형의 수익인 광고 효과가 있다. 광고 효과는 팀 성적과 마케팅 노력에 따라 구단별로 큰 차이가 난다.

그럼에도 프로배구단을 운영하는 모기업 입장에서는 설사 관중 수익이 제로(0)라고 해도, 남녀 모든 구단이 1년 운영비보다 4배~10배가 넘는 엄청난 광고·홍보 효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일반 광고를 할 경우, 그 정도의 광고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연예인 모델료와 광고 제작비, 방송사 광고료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게 소요된다. 프로배구단 운영이 적자 사업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실제로 OK저축은행은 지난 2012~2013시즌 1년 동안 프로배구단의 네이밍 스폰서로 참여했다가 운영비 대비 광고 효과가 어마어마하다는 걸 알고 곧바로 신생팀을 창단해버렸다. 구단 관계자는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V리그에 참가하면서 신입 사원들의 스펙이 달라졌다"며 "프로배구의 효과를 잘 알기에 창단 조건이 나쁘더라도 우선 참여해 모기업의 이미지를 높이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래서 더 아쉬운, 여자 프로 구단의 '격차 확대'

프로배구 선수에게 지급되는 고액 연봉도 다른 인기 프로 종목과 마찬가지로 기업의 사회 공헌 활동, 기업 이미제 제고와 광고 효과 등에 기여한 측면들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것이다. 또한 높은 연봉은 어린 유망주와 부모들이 배구 선수를 선택하도록 하는 강력한 유소년 정책이라는 순기능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남자 프로 구단들이 샐러리캡을 매년 인상하고, 25%룰도 도입하지 않은 결정을 내린 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만큼 프로배구 전체 파이를 키우기 위해 선수 투자에 노력하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반면, 여자 프로 구단들의 결정은 남자 구단들과 대비되면서 아쉬움과 반발이 더욱 컸다. 물론 여자 구단들이 남녀 선수를 차별하려는 의지를 담아 그런 결정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외부에 드러난 결과물들을 보면 '그게 차별이 아니면 뭐냐'는 생각이 들도록 자초한 측면도 있다.

사실 여자배구의 올 시즌 V리그 흥행 기여도를 반영한다면, 남녀 샐러리캡 격차를 대폭 좁혀야 맞다. 그럼에도 지금 당장 그렇게까지 하라는 요구는 드물다. 누적된 관행, 시장성, 모기업의 투자 의지 등에 따라 남녀 선수 연봉에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요소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차이를 한꺼번에 좁히면 구단 운영상 무리가 따를 수도 있다.

다만 여자 프로 구단과 KOVO가 비판받는 핵심 이유는 점진적으로라도 남녀 격차를 좁히는 노력을 해도 부족한 상황에서 거꾸로 격차를 더 키웠기 때문이다.

프로배구의 꾸준한 인기와 높은 광고 효과는 선수와 구단 프런트, 그리고 KOVO가 함께 피와 땀으로 만들어낸 성과물이다. 그 성과물이 구단이 필요할 때만 유의미하게 사용되고, 선수의 연봉을 얘기할 때는 감춰야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음 편에 여자 선수에게만 도입한 '25%룰'(1인 연봉 최고액 제한 규정)에 대한 상세 분석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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