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예의 MLB현장] 좌불안석 오타니, 감독의 격려에도 고개 들지 못하고.

조회수 2018. 3. 22. 15:55 수정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한 달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분위기가 역전되기까지는.

LA 에인절스에 입성한 오타니 쇼헤이는 애리조나 탬피에 위치한 디아블로 스타디움에 도착한 순간부터 일거수일투족이 화제였습니다. 일본 취재진만 50여 명. 미국 현지 미디어까지 포함하면 80여 명에 달해 북새통을 이뤘습니다. 그가 다니는 곳은 팬과 취재진으로 가득했고, 그의 이름은 뉴스 지면의 상당 부분을 채웠습니다.

현장에선 취재 가능 구역을 만들고, 개별 인터뷰는 사양하는 등 취재도 엄격했습니다. 경기장이 아닌 훈련장에선 근접 취재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불과 한 달 전 상황입니다.

스프링캠프 현장에선 확연히 다른 두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뭔가를 반드시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필사적인 플레이를 하는 선수, 정규리그까지 자신의 페이스를 끌어올리며 결과에 신경 쓰지 않고 점검하고 싶은 부분을 확인하고, 수정, 보완하는 선수. 초청 선수와 개막 로스터 보장 선수의 차이입니다. 두 부류는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그런데 오타니는 그 중간에 서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개막전 로스터 진입은 당연시 여기고 스프링캠프에 돌입했지만, 결과가 너무 좋지 않아 필사적으로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니혼햄 파이터즈에서 괴물로 불리며 투타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였던 오타니. 일본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에서도 그에게 관심을 갖지 않은 구단은 없었습니다. 기량에 스타성까지 갖췄으니까요.

하지만 그가 보여준 시범 경기 기록은 투타에서 모두 기대 이하였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지난달 24일 밀워키와의 첫 등판은 1 1/3이닝 2실점, 17일 콜로라도와의 두 번째 등판은 1 1/3이닝 7실점. 스프링캠프 시범경기 평균자책점은 27.00으로 치솟았습니다.

19일 텍사스전에 7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오타니는 4타수 무안타를 기록했습니다. 시범경기 타율은 0.083까지 떨어졌고, 그의 고개도 아래를 향했습니다.

네 번의 타석을 소화했던 텍사스전. 수비 실책으로 출루했던 첫 타석을 제외하곤 그는 곧바로 더그아웃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그리고 그는 더그아웃에서도 내내 방망이를 놓지 않았습니다.

방망이를 들고 스윙을 하며 타이밍 잡기에 열중했습니다.

제일 답답한 건 선수 본인일터.

걱정, 우려, 비장함.. 웃음기 사라진 모습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었습니다.

오타니는 경기가 끝난 후, 인터뷰에서 “매일 열심히 하다 보면 결과는 따라올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하기 시작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게 오타니의 현상황.

타석을 오르기 전이나, 타석을 내려온 뒤의 모습은 그야말로 좌불안석이었습니다.

경기에 지켜보고 있는 다른 동료들과 다르게 오타니는 계속 스윙을 연습했습니다.

자세 잡고, 스윙하고, 타이밍 맞춰보고… 오타니는 더그아웃에서 쉼 없이 같은 동작을 반복했습니다.

이날 경기에서 첫 타석은 2루 땅볼을 날렸지만, 수비 실책으로 출루에 성공했습니다.

때리는 순간 땅볼임을 직감했지만, 수비가 엉성한 사이 전력질주해 출루에 성공.

비록 안타가 아닌 실책으로 출루했지만, 나쁘지 않은 출발이었습니다.

하지만 오타니 다음 타석에 오른 마르테의 내야 땅볼로 포스 아웃 당하면서 오타니는 다시 더그아웃으로 들어와야 했습니다.

그때 소시아 감독은 곧바로 오타니에게 다가갔습니다. 오타니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그의 재능을 의심하지 않는 소시아 감독은 필사적으로 최선을 다하는 오타니의 플레이를 격려하며 어깨를 두드렸습니다.

그럴수록 오타니의 고개는 더 숙여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소시아 감독은 공개적으로 오타니를 두둔하기 나섰고, 그의 재능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단언했습니다. 그리고 점점 좋아지고 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개막전까지 아직 시간은 남아 있습니다. 남은 시범경기 동안 투타에서 모두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페이스를 끌어 올리겠다는 계획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음을 믿고 있다고 소시아 감독은 자신있게 말했습니다. 

현재 오타니가 할 수 있는 말은 한정적입니다. 예측도 확답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