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기로에 선 승마협회 '국정농단 진원지' 오명 벗나?

장강훈 2018. 3. 19.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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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한국체육개혁의 밑거름이 된 승마마피아 관련 자료.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진원지였던 대한승마협회가 적폐청산과 개혁의 기로에 섰다.

승마협회는 오는 24일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경기장 2층 KUSF 회의실에서 제35대 회장 보궐선거를 갖는다. 바이애슬론 회장과 지난 2007년 창춘 동계아시안게임 한국 선수단장을 역임한 배창환 창성건설 회장과 지난 2015년 당시 새누리당 예비후로로 부여·청양선거구 국회의원 후보로 등록한 이력이 있는 박남신 전 국민생활체육 승마인협회장이 양자대결을 펼친다. 지난해 12월 8일 손명원(77) 회장이 사임한지 106일만에 새 수장을 뽑은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있다.

이번 회장선거 결과에 따라 승마협회의 개혁이 가능할지 여부가 판가름 난다. 대한체육회 한 관계자는 “승마협회 문제는 체육계 전체의 자존심이 걸린 사안이다. 개혁의지가 있는 새 회장이 들어와 새 바람을 불러 일으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체육회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국정농단 사태의 진원지’로 낙인찍힌 승마협회가 어떤 수장을 뽑아 적폐 청산과 신뢰회복 절차를 밟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정농단 사태에 깊숙히 개입했던 인물이 여전히 협회 내 인사권에 관여하고 있다는 얘기가 도는 만큼 회장 선거 결과에 따라 대의원 구성이 거부될 가능성도 있다. 선거인단의 냉정한 판단이 필요한 대목이다.

경주마 창세가 6일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진행된 ‘제31회 스포츠서울배 대상 경마’에서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승마협회가 파행 운영된 결정적 계기는 한화가 유지하던 회장사 지위가 삼성으로 넘어가면서부터다. 당시 협회를 좌지우지하던 박원오 전 전무가 최순실, 정유라 모녀와 깊은 관계를 맺으면서 2015년 3월 박상진 당시 삼성전자 사장이 승마협회장을 맡았다. 이 과정에 박 전 전무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이용해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게 “삼성이 승마협회를 맡아 정유라를 지원하라”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농단 사태가 세상에 알려진 뒤 삼성이 승마협회에서 발을 뺀 뒤 지난해 4월 17일 손 전 회장을 새 회장으로 추대했다. 하지만 손 전 회장 역시 국정농단 세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인식이 박혀 집행부 구성에 난항을 겪다 8개월 만인 12월 사퇴했다. 당시 승마인들은 “승마협회장직은 돈으로 봉사하는 자리다. 손 회장은 자신이 선거를 치르며 낸 공탁금도 모두 되찾아갔고, 단돈 10원도 협회에 내지 않았다. 오히려 바닥난 협회 재정을 축내는 행태를 보여 사퇴 압박을 받았다. 일하기 싫은 인물이 왜 협회장이 됐는지 모르겠다”며 분개했다. 내부적으로 손 전 회장이 협회장으로 추대된 것에 박원오 전 전무의 영향력이 행사됐다는 게 정설로 제기됐다.

이때문에 이번 회장 선거 역시 박 전 전무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실질적인 개혁을 이룰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원오 전 전무는 지난 2008년 승마협회 공금을 부당하게 사용해 징역 2년 선고를 받고 승마계에서 퇴출됐지만, 최근까지도 여전히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정농단 사태로 약화되기는 했지만 박원오의 그림자가 완전히 걷힌 것은 아니다. 승마라는 종목 특성상 권력지향적이며 보수적일 수밖에 없어 박원오가 구축해놓은 인적 네트워크의 결속력이 상당히 막강한 모양”이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승마는 대한체육회 가맹단체(65개) 중 대회당 선수에 드는 비용이 가장 많은 종목이다. 선수와 말이 함께 출전하기 때문에 일반 종목과 차이가 크다. 승마협회장을 “돈으로 봉사하는 직위”로 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승마인들은 “승마에 애정이 많은, 자금을 충분히 내놓을 수 있는 기업이나 기업인이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들은 “박원오가 누리던 아성을 박살내고 잘못가고 있는 권력의 시계추를 되돌려 놓는 길은 명확한 사태 파악과 굳건한 개혁의지를 지닌 새 회장이 새 판을 짜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출사표를 던진 창성그룹 배창환 회장이 눈길을 끄는 이유다. 배 회장은 1968년부터 국가대표 승마 선수로 활약한 승마인이다. 지난 2010년에는 아시아 바이애슬론연맹 초대회장으로 선출됐고 2015년 5월에는 국내 첫 5성급 승마장을 오픈하는 등 승마에 대한 애정이 높기로 유명하다. 배 회장은 19일 스포츠서울과 전화통화에서 “승마인의 한 사람으로서 협회가 (국정농단)사건에 휘말려서 제대로 되는게 없었다. 힘들겠지만 내가 나서지 않으면 해결이 안될 것 같아 어렵게 결정했다. 협회 정상화를 위해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지만 한 번 해보려고 한다. 사무국을 튼튼히 세우고 임원을 잘 뽑아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밝혔다.

함께 출사표를 던진 박남신 전 국민생활체육 승마인연합회장은 박원오 전 전무의 세가 활기를 띄던 2008년 설립한 승마TV 대표이사로 재직하는 등 협회와 긴밀한 관계를 맺었던 인물로 알려졌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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