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다운] 잠실 '불문율' 배운 류중일의 놀라움

LG 류중일 감독. 사진제공｜LG 트윈스

지난해 말 사령탑에 오른 LG 류중일 감독은 18일 잠실에서 처음으로 공식전 홈경기를 치렀다. 그리고 이날 ‘잠실 한 지붕 두 가족’ LG와 두산의 신사협정에 대해 처음 설명을 들었다.

류 감독은 17일 두산과 시범경기를 통해 올해 잠실 첫 공식전을 이미 치렀다. 그러나 17일 경기는 두산 홈경기였다. 류 감독은 삼성시절과 똑 같이 3루 덕아웃에서 경기를 지휘했다. LG 클럽하우스가 덕아웃 바로 옆 3루쪽에 있어 이동 동선도 짧았다.

그러나 18일은 LG 홈경기였다. 바로 LG와 두산의 ‘신사협정’ 혹은 ‘불문율;이 존재하는 경기다.

LG는 잠실구장 3루쪽에 클럽하우스가 있다. 홈경기가 열리면 선수들은 짐을 싸서 1루 덕아웃으로 이동한다. 두산은 1루쪽에 클럽하우스가 있다. 홈경기 때 LG선수들보다 이동 동선이 훨씬 짧다.

문제는 두 팀의 잠실 맞대결이 LG홈으로 치러질 때다. 경기가 끝나면 양 팀 선수들은 각각 1·3루 덕아웃에서 정 반대에 있는 클럽하우스로 가방을 들고 돌아가야 한다. 승부욕에 불타며 치열한 경기를 치른 직후 승패가 엇갈린 상태에서 서로 좁은 복도에서 마주쳐야 하는 불편함이 존재 할 수밖에 없다.

일요일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LG. 사진제공｜LG 트윈스

그 해결책으로 자연스럽게 불문율이 만들어졌는데 승리한 팀이 그라운드를 가로 질러 클럽하우스로 돌아가고 패한 팀은 덕아웃 뒤쪽 복도를 이용한다.

류 감독은 경기 전, “진짜가? 이런 ‘룰’이 있었나. 대단하다. 그렇게 오랜 시간 잠실에서 경기를 했지만 전혀 몰랐다. 큰일 날 뻔 했다. 선수들과 달리 나만 다른 길로 갈 뻔 했다”고 웃었다. 이어 “LG와 두산이 잠실에서 맞붙으니까 응원전도 치열하고 열기가 대단하다. 예전부터 느꼈지만 LG는 응원곡도 좋고 팬들의 열정도 대단하시다. 좋은 경기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류 감독은 이날 경기에서 LG가 4-1로 승리하자 관중석을 향해 감사 인사를 한 뒤 가벼운 발걸음으로 그라운드를 유유히 가로질러 클럽하우스로 돌아갔다.

잠실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