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예의 MLB현장] 류현진, 3이닝 5실점을 어떻게 봐야 할까.

조회수 2018. 3. 18. 14:5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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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예요?”
“네? 별일 안 일어났는데…(웃음)”

3이닝 5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온 류현진에게 현지 기자가 건넨 첫 물음이었습니다. 하지만 류현진은 의연하게 답했습니다. 

한국 시각으로 18일,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캐멀백랜치에서 열린 ‘2018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시범경기에서 LA 다저스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3이닝 동안 7피안타 2볼넷 2탈삼진 5실점을 기록했습니다. 투구 수는 62개였고,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93마일. 실점이나 피안타를 보면 좋지 못한 결과입니다.

5실점에도 류현진이 비관하지 않았던 건 그의 체크 포인트가 만족스러웠기 때문입니다.

류현진은 시범경기를 앞두고 결과(투구 기록)보단 점검해야 할 부분에 중점을 두겠다고 생각을 밝혔습니다. 그가 말한 체크 포인트는 투심, 커브, 그리고 제구 등 투구 내용을 살피겠단 의미입니다. 테스트해야 할 구종을 모두 사용하고, 스핀을 높인 커브의 제구도 점검하고자 했습니다.

지난 12일 콜로라도 등판에서 무너진 밸런스와 흔들린 제구 때문에 애를 먹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를 바로잡으려 노력했고, 나아진 결과를 얻었습니다.

물론 3이닝 2볼넷 7피안타 2볼넷 5실점이라는 기록이기에, 만족할 만한 투구를 했다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가 점검하고자 했던 부분이 지난 경기에 비해 괜찮아졌음을 확인했습니다.

류현진은 “가장 싫어하는 볼넷도 두 개나 나왔고, 실점도 있었지만,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제구가 지난번 등판보다 좋아졌다. 투구 수 늘린 것에 만족하고 점검하고 있는 구종이 괜찮아지고 있는 것 같다”라며 대체로 만족한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라운드 볼이 많이 나왔다는 건 좋은 징조다"라고 말하며, 의도한대로 땅볼 유도가 많았음을 좋게 평가했습니다. 

류현진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로버츠 감독도, 배터리를 이뤘던 그랜달도 류현진의 피칭을 나쁘지 않게 평가했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기록보다 내용이 좋았다. 병살 수비가 이뤄지지 않은 탓에 투구 수가 늘어났고, 주심의 스트라이크 존도 좁았다. 류현진은 잘 던졌다고 생각한다”

로버츠 감독은 이날 류현진의 투구에 대해 위같이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공을 받았던 그랜달 역시 “좋은 투구를 선보였다. 가끔 공이 몰리긴 했지만 대체로 잘했다”라고 좋은 평가를 했습니다.

스프링 캠프에서 그들이 평가하는 기준은 점수, 결과가 아니었습니다. 의도했던 대로, 계획했던 대로 잘 진행이 되고 있는가였습니다.

전날 캔자스시티 로열스에 선발 등판한 리치 힐은 1/3이닝 7피안타 1피홈런 1탈삼진 6실점을 기록했고,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마이너리그 경기에 등판한 마에다 켄타는 4 1/3이닝 6피안타 7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습니다. 알렉스 우드는 투구 폼을 교정하기 위해 프라이스 불펜 코치와 꾸준히 연습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시범경기를 통해 수정해야 할 부분, 보완해야 할 부분을 연구하고 연습하고 있을 뿐,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있습니다.

몸 상태 걱정을 떨쳐 버린 류현진은 구종 추가와 업그레이드에 초점을 맞춰 시범경기를 치르고 있습니다. 지난해 같은 시점에서 류현진의 관건은 ‘구속’이었습니다. 수술 이후, 구속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죠.

반면 올해 류현진은 구속에 큰 신경을 쓰고 있지 않습니다. 구속보단 구종 추가와 이에 따른 제구에 초점을 맞춰 투구하고 있습니다. 건강하니 구속은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패스트볼 최고 구속 93마일을 찍고 있습니다. 지난 등판에서도 이번 등판에서도. 

정규 시즌 중에 류현진은 “점수를 주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 안타를 맞더라도 실점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라는 말을 강조했습니다. 시범 경기를 치르는 지금, 류현진은 실점에 신경 쓰지 않는 모습입니다. 만약 류현진이 구종 추가 없이 기존의 레파토리를 이어가면서 구속도 나오지 않고, 제구도 되지 않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하지만 지금은 새로운 구종을 익히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3이닝 5실점이라는 기록은 무의미 할 수 있습니다.

류현진이 말한 것처럼 지난 경기보다 제구가 나아졌습니다. 그리고 주자가 나가있을 때 제구는 더 괜찮았습니다.

로버츠 감독 역시 이점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패스트볼 구속도 괜찮았고, 체인지업과 커터, 슬라이더 모두 계속 좋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3회 마운드에 올라 병살로 이닝을 마무리한 게 만족스럽다. 지난 몇 년간의 스프링캠프보다 확실히 좋은 상태다”

검지 끝마디 부분을 접어 눌러 잡는 게 아니라 손톱 끝부분으로 찍어 잡는 류현진 표 커브 그립. 너클 커브와는 차이가 있다.

류현진은 왜 두 개의 커브를 같이 사용하나?

“초구 같은 경우엔 기존에 내가 던지던 방식으로 던졌다. 2스트라이크 이후엔 변화된 커브를 던지고 싶어서 던졌는데, 제구가 안돼서 안타로 연결됐다. (스핀을 늘리기 위해 연습 중인 커브) 제구를 가다듬어야 할 것 같다.”

요즘 류현진이 가장 신경 쓰는 구종이 바로 ‘커브 볼’입니다. 스핀 수를 높여 타자들을 괴롭히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류현진은 화이트삭스전을 마치고 이 같은 말을 했습니다. “예전에 던지던 커브와 새롭게 연습 중인 스핀을 높이는 커브를 앞으로도 같이 사용할 예정이다”

다른 버전 같은 구종을 던지면서 볼 카운트를 유리하게 잡아 놓고, 타자를 더 괴롭히겠다는 의중입니다. 이제 두 번 남은 시범 경기 등판. 류현진은 “결과적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던지면서 감이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며, 남은 시범 경기를 통해 투심과 커브볼을 가다듬어 안정적인 투구를 선보일 것을 다짐했습니다.

제구가 확실히 잡히지 않은 회전 수 높은 커브를 계속 시도하고 있는 건 더 좋아질 거란 믿음과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남은 두 시범 경기에서 이 커브만 제대로 가다듬는다면 류현진의 2018 시즌은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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