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더러 49일 만에 만나는 정현, 발바닥 이상무

박소영 2018. 3. 16.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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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BNP파리바 테니스 8강전
호주오픈선 발바닥 부상으로 석패
이번엔 체력 안배, 경기력 상승세
올 출전 6개 대회 중 5개 8강 올라
페더러 "복귀 빠르네, 재대결 흥분"
정현(왼쪽)이 로저 페더러(오른쪽)와 BNP 파리바오픈 테니스 8강전에서 격돌한다. 호주오픈 4강전에 이어 두 번째 대결이다. 호주오픈 당시 발바닥 부상으로 기권했던 정현은 ’이번에는 100% 실력을 발휘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EPA·USA투데이=연합뉴스]
‘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22·한국체대·세계 26위)과 ‘황제’ 로저 페더러(37·스위스·1위)가 또 만났다. 지난 1월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 4강전 이후 49일 만의 재대결이다.

정현은 15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언 웰스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BNP 파리바오픈 남자단식 16강전에서 파블로 쿠에바스(32·우루과이·34위)를 세트스코어 2-0(6-1, 6-3)으로 완파했다. 정현은 올해 출전한 6개 대회 중 5개 대회에서 8강에 진출했다. ASB 클래식 8강을 시작으로, 호주오픈 4강, 델레이비치오픈 8강, 멕시코오픈 8강, 그리고 이번 대회 8강까지, 5개 대회 연속이다.

정현의 8강전 상대는 이번 대회 톱 시드를 받은 페더러다. 페더러는 16강전에서 제러미 샤르디(31·프랑스·100위)를 2-0(7-5, 6-4)으로 이겼다. 8강전은 16일 오전 11시(한국시각)에 열릴 예정이다. 단, 전 경기인 여자 단식 8강전 비너스 윌리엄스(미국)-카를라 수아레스 나바로(스페인)의 경기가 길어질 경우, 시작은 늦춰질 수 있다.

지난 시즌까지 정현은 페더러를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대부분 대회 초반 탈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8강 진출 횟수가 늘어남에 따라 페더러 같은 최상위 랭커와 마주칠 일이 늘었다. 정현이 페더러를 만나는 건 올 시즌 벌써 두 번째다. 첫 대결은 1월 26일 호주오픈 4강전이었다. 기대와 관심이 집중됐지만, 발바닥 부상 탓에 2세트 도중 기권했다. 당시 정현은 “페더러와 대결은 영광이다. 하지만 안 좋은 몸 상태로 계속 뛰어 팬들에게 제대로 된 경기를 보여주지 못하는 게 더 안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페더러가 지난 1월 호주오픈 4강전에서 기권승한 직후 정현(오른쪽)의 손을 잡아주고 있다. [중앙포토]
그로부터 49일 만의 재대결. 상황은 많이 다르다. 무엇보다 정현의 상태가 호주오픈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다. 정현은 호주오픈 당시 128강부터 8강까지 5경기 동안 16세트를 소화했다. 그 중간에 복식 64강전과 32강전 두 경기에도 출전해 4세트를 뛰었다. 페더러를 만나기까지 7경기에서 20세트를 뛴 셈이다. 세 세트를 따야 이기는 메이저 대회에서 이렇게 많은 경기를 치른 건 처음이다. 체력이 바닥났다. 정현도 “5세트 경기를 이렇게 많이 한 적이 없어서 발바닥 부상이 생겼다. 하지만 이런 경험을 한 번 해봤기 때문에 체력과 발바닥이 한계를 뛰어넘었다”고 했다.

더구나 정현은 세계 랭킹이 26위로 올라간 덕분에 23번 시드를 받았고, 128강전을 부전승으로 통과했다. 64강전에서 두산 라요비치(28·세르비아·91위)를 맞아 서브 난조로 다소 고전했지만, 2-1로 역전승했다. 분위기를 탄 정현은 32강전에서 토마시 베르디흐(33·체코·15위)를 1시간22분 만에 2-0으로 꺾었다. 이전까지 2패를 안겼던 베르디흐를 처음 이기면서 자신감마저 높아졌다. 16강전에선 1시간18분 만에 쿠에바스를 완파해 체력까지 아꼈다. 8강까지 총 3경기에서 7세트를 뛰었다. 호주오픈 때보다 13세트를 덜 뛴 것이다.

페더러 맞대결 앞둔 정현
여러 상황이 좋다고 해도 정현에게 페더러는 분명 버거운 상대다. 그런 점 때문에 오히려 마음을 비우고 뛰겠다는 각오다. 정현은 “페더러와는 이미 경기를 한 번 해봤다. 페더러는 알다시피 위대한 선수다. 나는 100%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30대 중반의 페더러는 체력을 아끼는 노하우를 가진 베테랑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128강전을 부전승으로 통과했고, 64강전부터 16강전까지 3경기에서 한 세트도 내주지 않았다. 페더러는 16강전에서 이긴 뒤 “정현이 이렇게 빨리 코트에 돌아와서 놀랐다. 호주오픈 당시 그의 발바닥 부상은 심각했는데 지금은 괜찮아 보인다”며 만만치 않은 한 판이 될 것을 시사했다. 페더러는 또 “정현이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와 비슷하다고들 하는데, 서브 등 기술적인 면에서는 매우 다르다. 다만 정현이 오픈 스탠스로 포핸드 스트로크 공격을 하고, 코트를 넓게 사용하는 등 풋워크에선 조코비치와 정말 흡사하다”며 “정현의 16강전 경기는 대단했다. 그와 다시 대결하는 것이 흥분된다”고 말했다.

정현은 호주오픈 4강 진출 등으로 이번 BNP 파리바오픈 직전까지 상금으로만 77만8546달러(약 8억3000만원)를 벌었다. 이번 대회는 총상금이 797만2535달러(약 85억원)로, 메이저 대회(호주오픈·프랑스오픈·윔블던·US오픈)를 빼고는 가장 상금이 많은 대회다. 정현은 8강 진출로 상금 16만7195달러(약 1억8000만원)를 확보해, 시즌 상금 10억원을 돌파했다. 페더러마저 꺾고 4강에 진출하면 상금 32만7965달러(3억5000만원)를 확보한다. 그보다 더 값진 건 ‘황제를 꺾은 신예’라는 영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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