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134명 속 홍일점.. "몸싸움? 문제없어요"

성진혁 기자 입력 2018. 3. 9.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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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패럴림픽의 날]
패럴림픽 유일한 여성 하키선수, 노르웨이의 레나 슈뢰더
감독 "그녀는 남자들과 동등한 자격 지닌 팀의 일원일 뿐"

레나 슈뢰더(25)는 평창패럴림픽 아이스하키에 출전하는 노르웨이 대표 선수다. 포지션은 공격수. 이번 대회에는 8개국에서 135명의 선수가 출전하는데, 134명이 남자고 단 한 명이 여성이다. 바로 슈뢰더다.

평창패럴림픽에서 아이스하키는 '남녀 혼성 종목'으로 치러진다. 여자 패럴림픽 아이스하키는 아직 팀을 별도로 꾸릴 수 있을 만큼 저변이 넓지 못하기 때문이다. 평창패럴림픽 참가국은 선수를 17명까지 구성할 수 있는데, 여성을 포함하면 엔트리를 18명까지 늘릴 수 있다. 노르웨이는 슈뢰더를 포함해 18명의 선수단을 구성했다. 슈뢰더에 앞서 패럴림픽에서 이 종목에 출전했던 여성은 1994 릴레함메르 대회 때의 브릿 외젠(노르웨이·당시 골키퍼)이 유일했다.

슈뢰더가 지난해 1월 노르웨이 바이토스톨른 설원에서 동료 선수들과 훈련하던 중 셀카를 찍은 모습. 슈뢰더는 평창패럴림픽에 참가한 8개국 135명의 아이스하키 선수 중 유일한 여성이다. 슈뢰더는 이번 대회의 목표를 묻자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슈뢰더 인스타그램

장애인 아이스하키도 격렬하기 짝이 없는 종목이다. 보디 체크(몸 충돌)가 허용되며, 주먹질도 수시로 일어난다. 이런 종목에서 남자들과 한 팀에 속했다는 건 실력이 그만큼 출중하다는 의미다. 노르웨이 에스펜 헥데 감독은 "슈뢰더는 실력 있고, 믿음직한 선수다. (남자들과) 동등한 자격을 지닌 팀의 일원일 뿐"이라고 단언했다.

척수 장애를 안고 태어난 슈뢰더는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에서 남쪽으로 약 65㎞ 떨어진 모스에서 살았다. 15세 때였던 2008년 하반신 지체장애인들을 위한 썰매 하키에 입문했다. 이전까지 장애인 스포츠는 좌식 스키 정도만 경험했던 터라 동네에 하키팀이 생긴다고 하자 관심이 생겼다. 게임 전술이 다양하고, 속도감과 박진감이 넘쳐 흥미로웠다고 한다.

균형 감각이 좋았던 슈뢰더는 썰매에 앉아 움직이는 법을 빠르게 배워나갔다. 스틱 두 개로 얼음을 찍어 달리면서 스틱 끝 부분의 블레이드로 퍽을 다루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점점 기량을 발전시켜 나갔다. 슈뢰더는 지역 클럽팀에서 남자들과 섞여 운동했고, 2011년 10월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결성된 유럽 여성 파라(장애인) 아이스하키팀에도 합류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유럽에 여성 선수층이 얇아 창단 멤버는 슈뢰더를 포함해 8명뿐이었다. 그때 초대 사령탑을 맡았던 인물이 이번에 슈뢰더를 발탁한 에스펜 헥데였다. 선수들은 네덜란드와 노르웨이 등에 캠프를 차려 함께 훈련했고, 여성 파라 아이스하키가 활성화된 미국·캐나다 등으로 가서 원정 경기를 했다. 훈련 비용 등은 크라우드 펀딩(온라인 대중 모금) 방식으로 충당하기도 했다.

슈뢰더는 2014년 노르웨이 국가대표팀에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뽑혀 스웨덴을 상대로 데뷔전을 치렀다. 국가대표가 되는 목표를 이루자 패럴림픽에 나가고 싶다는 열망이 커졌다. 작년에 강릉에서 열렸던 세계선수권엔 나오지 못했다. 노르웨이는 당시 3~4위전에서 한국에 2대3으로 져 4위를 했다.

이번 평창패럴림픽에 한국·미국·캐나다·이탈리아·일본·스웨덴은 17명의 선수로 나선다. 체코는 15명이고 노르웨이만 슈뢰더를 포함해 18명으로 이뤄졌다. 오슬로대학교에서 의학을 전공하는 슈뢰더는 연인이자 대표팀 동료인 모르텐 바에르네스(37)와 평창의 빙판에 설 희망에 부풀어 있다. 슈뢰더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 목표다. 내 역할을 다할 수 있다면 만족스럽고 행복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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