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설인터뷰] '베트남 신드롬' 박항서 ② "30분 비과학 훈련으로 '저력' 만들었다"

한준 기자 2018. 3. 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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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인천공항, 글 한준 기자, 영상 정찬 기자] “사실 한국에서는 왜 저런 훈련을 하지? 구식 축구 아니야? 소리를 들을 비과학적인 훈련도 했습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끈 베트남의 2018년 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은 요행이나 우연이 아니다. 축구 경기의 결과에는 운도 따라야 하지만, 그 운은 준비되지 않은 이에게 찾아오지 않는다.

3월 5일 베트남으로 향하는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스포티비뉴스와 따로 만난 박 감독은 3개월 만에 베트남 축구를 바꾼 전술적 디테일, 훈련 뒷 이야기를 공개했다. 현대 축구의 화두인 스리백과 반대발 윙어부터, 세 번의 연장전을 돌파할 수 있었던 체력까지. 박 감독이 베트남 신드롬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다음은 박 감독과 인터뷰 전문.

-베트남의 문화를 존중하지만, 교정할 것은 교정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구제척으로 어떤 부분을 교정했나요?어떤 문화나 그렇듯, 베트남의 문화도 한국과 비슷한 면도 있습니다. 축구가 아닌 문화적인 면에 대해서 존중한다고 한 것입니다. 축구장 안에 들어갔을 때는, 한 가지 예를 들어서, 베트남 선수들은 위험 지역에서도 원투패스를 많이 시도합니다. 짧게 패스하는 부분이 많은데, 이를 예술적인 축구라고도 표현합니다. 저는 이런 플레이를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해야 할 지역이 있고,하지 말아야 할 지역이 있습니다. 그런 부분에 대해 제가 계속적인 요구를 했습니다. 보기엔 좋을 수 있지만, 그러다가 상대에 실점할 수 있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을 3개월 동안 많이 바꿨다고 생각합니다.

▲ 박항서 감독 ⓒ한희재 기자

-그래서인지 슈팅도 더 적극적으로 나왔던 것 같습니다. 특히 꽝하이를 활용한 시원시원한 공겨이 잘 된 것 같습니다. 꽝하이는 사실 자기 소속팀에서는 왼쪽 측면에 섭니다. 4-3-3의 왼쪽인데, 우린 3-4-1-2에서 우측으로 세웠습니다. 꽝하이는 측면을 돌파하는 선수가 아닙니다. 우리는 측면 윙백들이 많이 공격 가담을 하는데, 꽝하이는 왼발을 잘 쓰는 선수이기 때문에 우측에 포진시켰습니다. 꽝하이가 몇 골 득점한 장면 있었는데, 안쪽으로 치고 들어가면서 왼발로 감아서 넣었죠. 저는 우리 포메이션과 우리 베트남 선수의 장점을 생각했습니다. 우리 팀의 스리톱에서 측면 선수들은 측면 돌파보다 중앙으로 들어오는 공격형 미드필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술적으로 그런 부분을 활용했습니다. 꽝하이는 측면 돌파보다 중앙으로 이동하는 선수이고, 그런 특기가 나왔고, 그 이치를 적극적으로 보완한 겁니다.

-스리백과 반대발 윙어. 현대 축구 유행인데, 유럽 축구도 보고 참고하는 편인가요?그 부분은 2002년도에 이미 히딩크 감독님께서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안정환 선수를 예를 들어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저도 그 이후에도 (유럽축구도) 많이 봤고, 지도자니까 (지도자 라이선스) 코스를 하면서 (전술) 활용도에 대해서는 알고 있기도 하고요. 안정환 선수가 뛴 2002년의 예를 들면, 그때 우리가 4-3-3을 쓰기도 했는데, 안정환 선수를 중앙이 아닌 측면에 쓸 땐, 안정환 선수도 측면 돌파하는 수가 아니니까. 안쪽으로 원투를 주고 받는 선수이니 오른발잡이니 왼쪽에 세우는 게 유리하지 않겠냐고 말하신 적이 있습니다.

지도자 교육을 받으면서 EPL이나 현대 축구도 많이 보면서, 현대 축구 흐름도 파악해 왔습니다. 저도 감독을 하면서 전술적 노하우는 충분히 갖추고 있습니다. 우리가 꽝하이를 측면에 세운 경기도 있습니다. 이라크전엔 도리어 왼쪽에 세웠습니다. 오른쪽에 콩푸엉을 세웠기 때문에, 꽝하이를 왼쪽에 세웠습니다. 꽝하이가 보는 눈이 빠르고 패스가 정확하기 때문에, 그때는 주 득점원이 아니라 콩푸엉을 활용하기 위한 패턴으로 거기 세웠습니다. 어느 경기에 이 선수가 어떻게 자기가 가진 능력 극대화시키기 위해 포지션 변화를 주기도 합니다.

-이런 전술 변화가 단기간에 가능했던 것은, 베트남 선수들이 기술적으로는 이미 좋았기 때문인가요?우리 베트남 선수들은 12월 1일에 시작해서 한 달 정도 훈련하고 갔습니다. 아프가니스탄과 대표팀 경기에서도 스리백은 쓰지 않았습니다. 한 달 만에 흡수할 수 있었다는 것은, 저와 스태프도 노력했지만 선수들이 정말로 흡수하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선수들이 정말 영리합니다. 어느 때보다도 영리합니다. 베트남에선 호앙아인 잘라이 팀 외에 스리백을 쓰는 팀이 없습니다. 한 달 사이에, 완벽하지 않지만, 선수들이 감독이 요구하는 부분, 개인에 요구하는 부분, 팀 전체로 요구하는 부분을, 그렇게 빠르게 적응하고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베트남 선수들의 영리함, 전술적 이해도가 정말로 놀랍습니다.

▲ 박항서 감독 ⓒ한희재 기자

-기술 좋은 베트남 선수들이 전술적으로도 좋아졌지만, 체력적으로도 놀라웠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연장전을 연이어 돌파한 뒷심은 어떻게 만들었나요?몇 가지가 있습니다. 체력 훈련에 대한 부분은, 상체 근력 훈련을, 밤 시간에 3-40분씩 했고, 영양도 고단백식으로 바꿨습니다. 제가 분석해보니 75분께 베트남 팀이 계속 실점이 많았습니다. 코칭 스태프와 이야기했습니다. 우리가 1시간 반 훈련을 하는데 물 먹고 쉬는 시간 등을 빼면 75분이 주 훈련 시간이고, 그게 실점과 비슷하게 연관이 됩니다.

피지컬 코치에게 과학적으로 분석해서 적용하고 검증할 수 있겠냐고 했는데, 그러기엔 시간이 촉박하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비과학적이라도, 1시간 30분의 정규 훈련 뒤에 내가 추가적으로 훈련을 시키겠다. 많게는 30분, 짧게는 15분, 상황에 따라, 제가 따로 비과학적인 훈련을 시켰습니다. 선수들은 훈련이 다 끝난 줄 알았죠. 제가 볼 없이도 하고, 볼을 가진 훈련도 넣어서 더 시켰습니다. 한국에서 보면 무슨 저런 훈련을 하지? 옛날 구식 축구를 하지? 이런 (생각이 들) 훈련 을 한 적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 30분을 늘린 게, 과학으로 증명된 건 없지만, 연장전을 세 번 치를 수 있는 힘이 된 게 있습니다. 훈련은 단순합니다. 그냥 휘슬 들고 인터벌 훈련을 볼 없이 돌리기도 했습니다. 한 시간 반, 훈련 끝나고 나서 선수들은 다시 체력 훈련이 시작되는 거죠. 선수들은 쿨링다운이라고 생각했을텐데. 과학적으로 증명된 건 아니지만, 이 훈련이 정신적으로 세 번의 연장전을 극복할 힘이 됐을겁니다. 아마 육체도 새로운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배명호 피지컬 코치에게 넌 내가 비과학적인 훈련을 해서 실망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세 번의 연장에 도움이 됐으니 가끔은 비과학적인 방법이 팀 정신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농담 반 진담 반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준우승으로 기대도 높아졌고, 스타가 된 선수도 있습니다. 어쩌며 이제 선수들과 밀고 당기기를 더 잘 해야 할 시점인 것 같습니다. 쉬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지금부터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3개월 만에 제가 베트남 국민들로부터 너무나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우승은 못했지만 준우승을 차지해서 국민들의 기대도 높습니다. 이제 저도, 선수들도 두 배 이상 노력해야 하고 더 집중해야 합니다. 제 자신이 잘 알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다시 초심의 자세로 돌아가서 지도자로서 중국 대회 가기 전보다 두 배 이상 노력해야 합니다. 베트남 국민들의 사랑에 보답할 수 있게 노력하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 박항서 감독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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