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모의 Respect] 유럽 전술 전문가가 본 EPL '빅6'의 전술 및 이슈

조회수 2018. 2. 27.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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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 분석 사이트 '조널 마킹'의 운영자이자 '더믹서'의 저자 마이클 콕스와의 만남.
유럽에서 널리 인정받는 전술 전문가인 그가 말하는 이번 시즌 EPL '빅6'의 전술 및 이슈 트렌드
최근 런던에서 만난 '조널마킹' 운영자이자 '더믹서' 저자 마이클 콕스. 사진=이성모

'조널 마킹'(Zonal Marking). 

축구 전술에 관심이 많은 팬들이라면 누구라도 한번쯤은 들어봤을법한 유럽 축구 전술 전문 분석 웹사이트다. 지난 2010년 개설된 이 웹사이트는 그 후로 유럽이 축구 매니아들로부터 많은 호평을 받아왔다. 그리고 그 운영자인 마이클 콕스는 이후 가디언, ESPN에 정기적으로 분석 칼럼을 기고하고 EPL 클럽들 역시 그의 의견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소개하면서 빠른 시간 내에 유럽에서 자신의 이름을 알린 전문가가 됐다. 

나는 최근 콕스가 프리미어리그 25년 역사를 전술적인 관점에서 돌아보며 쓴 책 '더 믹서'를 공동번역한 인연으로 그와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었다.

이 책에서는 지난 2016/17 시즌까지의 분석을 담고 있기에, 책에는 없는 이번 시즌 '빅6' 클럽들에 대한 의견과 그가 지금까지 지켜본 박지성, 손흥민, 기성용 등 코리안 리거들에 대한 의견을 다음 스포츠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유럽에서 널리 인정받는 젊은 축구 전문가의 의견을 보며 여러분도 이번 시즌 '빅6'의 이슈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는 장이 되길 바란다.

이하는 콕스와의 인터뷰 중 '1부'로 이번 시즌 EPL '빅6'에 대한 나와 그의 인터뷰, 혹은 대담이다.

1. 2017/18시즌 EPL 최대의 전술적 이슈에 대하여

이성모 : 만나서 반갑다. 우선 한국의 축구팬들에게 자신의 소개를 부탁한다. 

마이클 콕스(이하 콕스) : 만나서 반갑다. 나는 대학에서는 정치학을 공부했고 축구에 대해서는 독습을 했다. 그러다가 처음에 '조널마킹'을 만든 것은 2010년 월드컵 무렵이었다. 당시에 축구 전술에 대해 다루는 웹사이트가 거의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래서 전술에 포커스를 두고 리서치를 해서 전술 자료들을 올리기 시작했고 그 시기부터 유럽에서 '조널마킹'이 점차 알려지기 시작해 이후 ESPN, 가디언 등에 기고를 하기 시작했다.

이성모 : 유럽에 20년, 30년 경력의 기자들이 많은 것을 감안하면 경력이 아주 길지 않은 편인데도 불구하고 유럽 클럽들 및 미디어 또 팬들에게 널리 알려진 편이다. 첫 책이 최근에 발간되기도 했다. 그렇게 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정치학을 공부한 것도 그에 영향이 있다고 생각는가? 혹은 축구에 대한 자신만의 접근방식을 가진 이유가 있는지

콕스 : 정치학을 공부한 것과는 큰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나는 크리켓을 엄청 좋아하는 데 크리켓이라는 종목 자체가 분석에 있어서 축구보다 훨씬 앞서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나는 크리켓을 분석할 때 쓰는 접근방식이나 개념을 축구에 접목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이성모 : 조널마킹 운영 및 '더믹서' 저술 외에 기자로서도 활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콕스 : 아스널, 첼시 등의 경기 현장에 가서 전술에 포커스를 둔 칼럼을 ESPN에 기고하는 중이다. 

이성모 : 이제 본격적으로 이번 시즌의 EPL '빅6'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본인의 책은 지난 시즌 '콘테의 3백'에서 끝난다. 그렇다면,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의 메인 컨셉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나?

콕스 : 지난 시즌에 비해 더 복잡하다고 생각한다. 전술적으로 딱 두드러지는 하나의 특징이 있는 컨셉은 아닌 것 같다는 말이다. 그래도 만약 이번 시즌까지 책을 썼다면 역시 과르디올라 감독과 맨시티에 대해 썼을 것이다. 맨시티의 두 공격형 미드필더 다비드 실바와 케빈 데 브라이너, 페르난지뉴의 롤 등이 주요 분석대상이 됐을 것이다. 알다시피 이번 시즌은 맨시티에 대한 이야기가 EPL의 주류를 이루고 있지 않나.

이성모 : 맨시티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보자면, 지난 시즌 과르디올라는 잉글랜드 무대에서 실패하는 것처럼 보였다. 심지어 그가 '바르사에서 성공한 것은 메시 때문이다'라는 말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시즌 화려하게 진가를 인정받고 있다. 그가 현재 유럽에서 전술적으로 가장 뛰어난 감독이라고 생각하는가?

콕스 : 그렇다고 생각한다. 감독으로서의 철학, 전술의 활용 측면에서 볼 때 단연 그렇다고 생각한다. 재미있는 것은 과르디올라 감독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철학은 지난 시즌 초반에 활용했던 것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지난 시즌 맨시티는 초반에 이번 시즌과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가 이후 그 위에 야야 투레를 기용하기도 하는 등 다소간 '강한 축구'를 더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러나 모두가 지켜봤듯 시즌 중반부터 후반까지 맨시티는 크게 성공적이지 못했다. 그 후 과르디올라 감독은 다시 시즌 초반에 활용했던 전술을 쓰기 시작했고 그 후로 점점 전술적인 체계가 잡혔다고 생각한다.

이성모 : 이번 시즌 맨시티가 압도적인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이유는?

콕스 : 우선 두가지 정도 중요한 요소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로 다비드 실바, 케빈 데 브라이너 두 명의 플레이메이커를 아주 잘 활용했다는 점이다. 프리미어리그 역사를 돌아보면, 그런 수준의 두 플레이메이커가 한 팀에서 동시에 활약한 일은 별로 없었다. 그러나 과르디올라 감독은 그것을 해내고 있다. 그것도 정상급 두 선수를 공존시키면서. 그 두 선수가 함께 공격을 이끈다는 것만으로도 팀에 대단한 위력이 된다고 생각한다.

또 한가지 중요했던 것은 이번 시즌 영입해온 측면 수비수들의 활약이다. 측면 수비수들, 특히 카일 워커가 측면에서 속도와 깊이를 더해주면서 과르디올라 감독이 추구하려던 축구가 더 잘 구현됐다.

물론, 지난 시즌보다 더 뛰어난 골키퍼(에데르손)을 영입한 것도 도움이 됐다. 브라보는 지난 시즌 맨시티에서 불안한 모습을 계속 노출했다.

거기에 또 한가지가 있다면, 점점 맨시티 선수들이 과르디올라 감독이 하고자 하는 축구를 체득하고 있다는 점, 그 정도가 있을 것 같다.

이성모 : 맨시티에 대해 좀 더 묻자면, 개인적으로 파비안 델프를 성공적으로 측면 수비수로 활용할 수 있었던 점이 놀랍다고 생각한다.

콕스 : 과르디올라 감독의 전술상 수비수들은 대단히 전진해서 플레이한다. 그래서 과르디올라 감독의 팀에선 포지션상으로 측면 수비수로 분류가 되더라도 실제 경기에선 미드필더와 크게 다르지 않은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또 나는 과르디올라 감독이 선수들의 전술적인 지도에 있어서 대단히 뛰어난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델프를 측면 수비수로 잘 쓰는 것도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해가 된다. 또 현재 맨시티는 측면 수비수들이 중앙으로 들어와 수비형 미드필더처럼 뛰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면에서도 델프가 적응하기 크게 어렵지 않은 환경을 만들어줬다고 생각한다.

이성모 : 개인적으로 스털링이 과르디올라 감독 아래서 정말 발전한 선수라고 생각하는데. 

콕스 :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특히 그 부분에 대해서도 나는 과르디올라 감독이 가장 잘 하는 것이 바로 선수들에게 적재적소의 포지션에 들어가도록 지도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번 시즌 스털링의 골을 보면 대부분의 골이 골대의 양포스트 사이에서 기록한 골이다.

다르게 말하면, 스털링이 아르옌 로번처럼 측면에서 치고 들어오다가 시도하는 슈팅으로 원더골을 만든 경우는 별로 없었다는 것이다. 델프, 스털링의 예에서 보듯 과르디올라 감독의 전술적인 가장 큰 특징은 선수들의 위치를 활용하여 능력을 이끌어내는 것이고 그게 잘 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성모 : 현재 맨시티를 보면서 바르셀로나를 떠올릴 때가 있는지?

콕스 : 어느 정도 그렇다.특히 전방의 세 선수가 공격을 전개하는 모습이라던지, 소유권을 유지하는 모습에서라던지.

작년 11월이었나 맨시티가 맨유를 상대로 이긴 경기에서 과르디올라 감독은 스털링을 마치 바르셀로나 시절의 메시처럼 활용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엔 그 경기가 가장 바르셀로나와 유사한 맨시티의 경기 운용이었다.

다만 현재 맨시티와 과거 바르셀로나의 가장 큰 차이점은 데 브라이너다. 과거 바르사의 미드필드에는 데 브라이너처럼 파워를 겸비한, 또 어떤 면에서는 직선적인 미드필더는 없었다.

2. 리버풀 혹은 '로빈후드('의적풀')'설에 대하여

이성모 : 이제 리버풀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자. 한국에서는 팬들이 리버풀을, 영국식으로 표현하자면 '로빈후드'라고 부르곤 한다(팬들이 사용하는 '의적풀'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영어표현이었다)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한 모습. 몇몇 팬들은 그래서 강팀에게 승점을 따서 약팀에게 나눠준다는 식의 농담도 하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에도 맨시티의 무패우승을 저지하더니, 다음 경기에서 스완지에 졌고.

콕스 : 하하하. 그건 정말 처음 듣는 말인데 그럴 듯 하다. 나중에 그 표현 써먹어야겠다.(웃음)

이성모 : 본인의 책에서도 어느 정도 그런 면에 대한 설명이 나오기도 하지만, 다시 한번 물어보자. 도대체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콕스 : 참 묘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한 부분이다.

사실 리버풀은 과거 베니테즈 감독이 지도하던 시절에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최근의 리버풀은 그 때와는 다른 이유로 같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클롭 감독의 리버풀은 강한 압박이 특징인데 그들의 장점을 발휘하려면 상대팀이 적극적으로 나와줘야 한다. 그래야 그들의 장기인 강한 압박을 위주로 하는 축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리버풀을 상대로 잠그는 축구를 하는 상대팀(주로 약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롱볼에 의존해 축구를 하다보면 리버풀 입장에서 자신들의 장기를 발휘할 수가 없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할까?

베니테즈 감독 시절의 리버풀은 다른 이슈를 갖고 있었다. 당시 리버풀은 선수 개개인의 능력을 중시하기 보다는 강한 규율로 철저한 팀플레이를 했다.

그에 더해 한가지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면 분명히 심리적인 이유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리버풀은 사실 아주 과거부터 빅게임에 강한 팀으로 늘 불려왔다. 안필드 특유의 강한 분위기라던지 그런 면들이 모두 리버풀이 그런 존재가 되는 데 도움이 됐다.

프리미어리그 시대(1992년 이후)를 돌아보면 리버풀은 아직 리그 우승이 없지만, 그 와중에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한 차례 더 결승전에 진출했다. 그것만 봐도 리버풀은 리그보다 중요한 경기에서 힘을 발휘하는 팀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이성모 : 그렇다면 어느 정도는 그런 모습이 리버풀의 DNA안에 있다 그렇게 표현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가?

콕스 : 그렇다. 그렇게 말해도 무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성모 : 개인적으로는 최근에 스완지가 리버풀을 이긴 후에 카르바할 감독이 한 말이 아주 절묘하다고 생각한다. "리버풀은 페라리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멈춰세웠다(달릴 수 없게 했다)" 이런 말인데. 당신의 책을 번역하고 또 이런 모습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리버풀은 공격 축구로 그들을 이길 수 있다고 믿는 팀들에게 오히려 강하고, 또 상대팀이 그렇게 나와주길 바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콕스 : 바로 그거다. 현재의 리버풀은 그런 상대에게 강하다.

이성모 : 반대로 리버풀을 두려워하는 팀에겐 오히려 약하다. 문을 걸어잠그고 나오질 않으니까. 소위 요즘 말하는 '버스를 세우는' 팀들에게 말이다.

콕스 : 맞다. 리버풀은 최근 웨스트 브롬에게 지지 않았나. 아주 정확하진 않지만, 넓은 의미에서 웨스트 브롬전 패배가 비슷한 경우였다.

이성모 : 리버풀에 대해 또 한가지 묻자면, 과연 리버풀이 클롭 감독의 지도 아래 염원하는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콕스 :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클롭 감독은 마인츠에서도, 도르트문트에서도 오랜 시간을 지냈다. 그는 한 팀에서 장기간 머물면서 장기적으로 팀을 이끄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다. 리버풀도 그렇게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당장 이번 시즌은 과르디올라 감독의 맨시티가 있기에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성모 : 리버풀에 대한 마지막 질문이다. 클롭의 부임 이후 리버풀이 과거보다 발전했다고 생각하는지? 콕스 : 분명히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가 처음 왔을 때부터 훨씬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3. 아스널과 벵거에 대하여

이성모 : 이제 아스널에 대해 생각해보자. 책의 본문 중에 본인은 벵거 감독에 대해 "상대팀에 맞춰서 전술을 세우지 않는 감독"이라고 표현했다. 나도 동의하는 바가 있다. 질문은 벵거 감독이 지금도 그렇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그가 조금 변했다고 생각하는가.

콕스 : 어느 정도는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3백을 쓰는 것은 그가 약 20년 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가 과연 얼마나 많이 달라졌는지는 의문이다. 예를 들면 과르디올라 감독은 한 경기를 준비하기 위해 상대팀의 5, 6경기를 보는 감독이다. 그러나 벵거는 기본적으로 자기 선수들에 믿음을 갖고 자기 팀에 집중하는 감독이다. 그런 방법이 20년 전에는 통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스널보다 전력이 좋은 맨시티 같은 팀도 상대팀에 맞춰서 경기를 매경기 변화를 주고 있다. 그런 면에서 나는 벵거 감독이 어느 정도 뒤처진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성모 : 벵거 감독의 기자회견에 자주 참석을 하는데 그럴 때마다 느끼는 것은 그가 종종 마치 이미 은퇴한 비평가나 분석가처럼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자기 자신의 팀에 대해서. 그런 모습이 참 의아하다고 느낄 때가 있는데.

콕스 : 그렇다. 그리고 벵거 감독은 경기에서 패한 뒤에 구체적으로 이야길 하기보다 일반론을 이야기하는 감독이다. 나 역시 아스널에 대한 분석을 할 때 그런 면을 보고 답답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이성모 : 벵거 감독이 전술적으로 뛰어난 감독이 아니라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아스널 감독이다. 분명히 뭔가 이유가 있으니 그게 가능하지 않겠는가.

콕스 : 물론이다. 벵거 감독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선수관리적인 측면이라고 생각한다. 그 능력은 축구계에서 과소평가 되고 있지만 아주 중요한 능력이다. 그가 선수들과 불화설에 휩쓸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스널을 보면 팀을 떠난 선수들도 그 후 벵거 감독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벵거는 선수들에게 큰 믿음을 걸고 그들에게 맡기는 면도 있다고 보는데 그것이 통할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아스널 감독 부임 후 10년 동안 벵거 감독은 정말 대단한 감독이었다. 그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그 후로는 점점 뒤처지고 있는 모습을 노출하고 있다.

때로는 벵거 감독이 이제는 감독이라기보다는 단장으로서의 역할에 더 어울리지 않나 그런 생각도 든다. 선수를 보는 눈이 좋고, 팀의 철학적인 면을 유지한다는 면에서 말이다. 그러나 매일 매일 팀을 지도하고 상대팀에 맞춰 전술을 짜는 것에서 그가 현재 아스널에 가장 적합한 인물인지는 의문부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성모 : 아스널의 지난 이적시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꽤 많은 일들이 있었고 오바메양과 미키타리안을 영입하긴 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이 공격수가 아니라 수비수를 영입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드는데.

콕스 : 오바메양과 미키타리안을 영입한 것은 좋은 영입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수비수를 영입했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한다.

이성모 : 최근 아스널은 스완지에 세 골을 내주며 패했고, 종종 아직 유망주인 홀딩과 과거에 이미 그들이 어느정도 포기했던 수비수인 챔버스를 동시에 리그 경기에 내보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비 영입이 없다는 것은 실책이 아닌가 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콕스 : 동의한다. 심지어 나는 무스타피 역시 수비적으로 불안한 선수라고 생각한다. 직접 골을 넣는 장면도 있지만, 너무 앞으로 나서다가 실점을 내주는 경우가 많다.

더 큰 걱정은 코시엘니 역시 예전같지 않다는 것이다. 과거 그는 민첩하게 수비지역을 넓게 커버하며 좋은 수비를 하던 선수였다. 어쩌면 그의 그런 모습을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성모 : 종합적으로 아스널에 대해 볼 때 그들이 이번 시즌 4위에 들거나, 앞으로 벵거 감독의 지도 아래 다시 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는지?

콕스 :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정말 놀라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냉정하게 말해서, 나는 현재 아스널의 리그 순위가(6위) 딱 현재 그들의 경기력 그대로라고 생각한다. 이번 시즌 그들이 5위까지 갈 수는 있어도 4위에 들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장기적으로 봐도 벵거 감독이 다시 리그 우승을 차지하려면 정말 큰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과연 그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조널마킹' 웹사이트 내에 마이클 콕스가 게재한 이번 시즌 초 맨시티 VS 첼시의 맞대결에 대한 그래픽 이미지. 

4. 첼시와 콘테

이성모 : 이제 지난 시즌 챔피언인 첼시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이번 시즌 첼시가 우승 자리를 지키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졌는데. 지난 시즌 우승과 이번 시즌 사이의 차이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나? 전술적인 이유? 혹은 챔피언스리그 진출 유무에 대한 이유?

콕스 : 정확히 그 두가지의 복합적인 이유라고 생각한다.

지난 시즌 첼시의 스리백은 한마디로 말해서 프리미어리그 약팀들이 제대로 대처할 수 없을만큼 강력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팀들이 그에 대응할 방법을 찾고 그에 맞섰다. 사실 그건 이번 시즌부터 그런 것이 아니라 지난 시즌 말미에 이미 시작된 일이다. FA컵 결승전이 좋은 예다. 상대팀인 아스널도 3-4-3를 들고 나와서 오히려 첼시에 승리를 거두지 않았나.

그런 전술적인 면, 또 그에 더해서 첼시가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면서 스쿼드의 깊이적인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나는 윌리안이 정말 좋은 선수라고 생각하지만, 현재의 첼시는 베스트 11은 뛰어나지만 교체명단에 있는 선수들이 최고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성모 : 콘테 감독은 지속적으로 첼시 이사진과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데.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과거 행적을 고려할 때 그렇게 하는 것이 결코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콕스 : 나는 콘테 감독이 여름에 첼시를 떠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마치 첼시에서 일하는 것을 즐기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첼시가 시즌 중에 그를 경질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콘테는 여전히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감독이다.

5. 맨유와 무리뉴 감독에 대하여

이성모 : 이제 맨유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최근 많은 팬들이 맨유를 보면서 '버스를 세운다'는 식으로 그들의 수비적인 축구에 대해 비판하고 있는데, 그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콕스 : 최근에 맨유가 토트넘에 패한 경기를 돌아보면, 나는 오히려 그들이 제대로 버스를 세우지 못한 것이 패인이라고 생각한다. 그 경기에서 맨유는 포그바를 마티치와 같이 중원에 세웠는데 많은 공간을 노출했고 산체스와 마시알은 제대로 수비에 가담하지 못했다.

오히려 나는 맨유에서 포그바의 최적 포지션을 찾는 것에 이슈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맨유의 포그바 활용법을 보면 약팀을 상대로는 문제가 없지만 토트넘과 같이 조직적으로 뛰어난 팀을 만나면 헛점을 보여주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산체스를 왼쪽 윙 자리에 쓰는 것도 과연 효율적일지 의문이다. 그 자리에서 산체스가 어떤 플레이를 할지는 사실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를 중앙 공격수로 활용해보면 어떨까 싶다.

수비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의무부호가 많다고 생각한다. 수비수는 많은데 최적의 수비조합은 누구인지 등등 아직 명확하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부분들이 많은 것 같다.

이성모 : 무리뉴 감독에 대해서도 좀 이야기 해보자. 한국팬들 사이에는 '무리뉴의 두번째 시즌'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무리뉴는 두번째 시즌에 반드시 우승을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맨유에서의 두번째 시즌인 이번 시즌은 리그 우승을 할 수 없는 것이 이미 확정됐고 심지어 그 전에 첼시에서도 갑자기 경질되기도 했다. 이런 점들을 볼 때, 무리뉴 감독의 감독으로서의 역량이 마치 벵거 감독이 과거에 혁신적이었다가 현재는 그렇지 않듯 점점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는데.

콕스 : 나 역시 동의한다. 책에서도 썼지만, 과거 프리미어리그를 혁신했던 감독들은 이후 다른 모두가 그 감독을 따라하고 또 대응방법을 찾아내면서 어느 순간부터 시대에 뒤처지는 모습을 보여왔다. 말하자면, 자기 자신이 만든 성공의 피해자가 된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는 무리뉴 감독에게도 그런 면이 있지 않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무리뉴 감독은 아직 여전히 수비적인 조직력을 구축한다던지 하는 면에 있어 강점을 보이는 감독이다. 다만 현재 맨유를 보면, 과연 맨유의 가장 큰 강점이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를테면 리버풀, 토트넘이 압박에 강한 축구를 하고 맨시티가 포지셔닝에 능한 전술적인 축구를 한다고 하면 맨유의 특징은 과연 무엇인가?

나는 현재 맨유에서 무리뉴 감독이 나쁘지 않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과연 그가 현재 맨유에서 과거처럼 '특별한'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성모 : 현재 잉글랜드에서 무리뉴 감독을 따라다니는 표현이 '버스를 세운다'는 것이다. 그러나 맨유의 역사를 돌아보면 맨유는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해온 팀인데 그런 면에서 맨유가 무리뉴가 잘 어울리는 조합인가하는 의문도 있다.

콕스 : 그 말에 어느 정도는 동의하지만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퍼거슨 감독의 맨유 시절을 돌아보면, 맨유가 항상 공격적인 팀인 것은 아니었다. 퍼거슨 감독의 맨유는 반드시 결과를 만들어야할 때는 수비적인 축구도 하는 팀이었다. 그런면에서는 약간 유벤투스 같은 면이 있었다고 할까. 그래서 맨유가 늘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하는 팀이었다는 말은 동의하기 어렵고 맨유 팬들 역시 결과가 따라온다면 그에 만족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성모 : 그렇다면, 현재 무리뉴 감독이 언론으로부터 너무 과한 비판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나?

콕스 : 그렇지도 않다. 지금 그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딱 적당한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한다. 무리뉴 감독은 불과 3년 전에 첼시를 이끌고 리그 우승을 차지한 감독이고 아직은 그렇게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뒤떨어지지도 않았다고 생각한다.

6. 토트넘과 포체티노 감독

이성모 : '빅6'의 마지막으로 토트넘에 대하여 이야기해보자. 포체티노 감독의 토트넘에서의 활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콕스 : 토트넘에서 대단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빅 6팀들에 비해 적은 예산으로도 팀을 잘 이끌고 있다. 어린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고 팀을 잘 조직하고 있기도 하다. 나는 이번 시즌 만약 토트넘이 4위 안에 들지 못하더라도, 토트넘이 쓴 돈을 생각해보면 빅6안에 그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성적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상의 것들은 보너스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그는 다른 빅6 감독들 중에 가장 젊으면서도 뛰어난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성모 : 지난 3년 사이 토트넘이 포체티노 감독 아래서 가장 발전한 부분은 어떤 부분이라고 생각하나?

콕스 : 그들 특유의 압박을 위주로 한 플레이가 잘 자리를 잡았고 팀 전체적으로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역시 전방에서 공격을 이끄는 네 선수의 조합이다. 에릭센의 플레이메이킹 능력, 손흥민이 좀 더 넓은 플레이를 통해 토트넘 공격에 다른 옵션을 주는 능력. 또 손흥민과 케인, 알리와 케인 등 선수들간의 조합도 대단히 뛰어나다. 그 부분이 현재 토트넘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이성모 : 포체티노 감독에게 유럽의 빅클럽들, 예를 들면 레알 마드리드 등이 구애를 보내고 있다는 소식이 계속 들리는 중이다. 포체티노 감독이 미래에 마드리드를 이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지?

콕스 : 물론이다. 나는 심지어 맨유도 만약 무리뉴 감독과 결별한다면 포체티노 감독을 노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현재 토트넘에서 보여주고 있는 역량을 생각해보면, 당장 이번 시즌 종료 후에도 빅클럽들이 그를 감독으로 앉히고자 시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뷰 칼럼 '2부'에서 콕스가 말하는 박지성, 손흥민, 기성용 등 코리안 리거들에 대한 의견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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