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두 달 전, 컬링팀 외국인 코치가 '연맹'에 부친 편지

이민정 2018. 2. 26.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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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일간스포츠]
"국가대표가 됐는데 저희를 더 힘들게 하는 분들이 많더라."

여자 컬링 대표팀 주장 김은정이 지난 25일 스웨덴과의 결승전을 치른 뒤 열린 기자 회견에서 쏟아낸 말이다. 이날 여자 컬링 대표팀은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기까지의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고 고백했다.

여자 컬링이 한국 최초로 올림픽 컬링 종목에서 메달을 땄지만, 여전히 위기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그동안 한국 컬링 대표팀은 제대로 된 훈련장도 없이 열악한 환경에서 올림픽을 준비했다.

당시 이를 보다 못한 외국인 코치들은 '대한컬링경기연맹'에 장문의 편지를 보내기까지 했다.

올림픽을 불과 두 달 앞뒀던 지난해 12월 8일, 남녀 컬링 대표팀의 코치 밥 어셀과 피터 갤런트는 '대한컬링경기연맹'에 편지를 보내 컬링 대표팀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

이들은 편지에서 "컬링 남녀 국가대표팀 외국인 코치로서 대표팀이 최선의 환경에서 2018 올림픽 메달 가능성을 최대한 끌어올리기를 바란다"며 "그러나 이번 주 훈련 조건은 올림픽을 준비하기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정도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림픽 경기장 조건에 맞는 훈련장과 규격에 맞는 스톤 장비 등을 제공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해 11월 27일 오후 강원 강릉시 교동 실내빙상경기장에서 열린 '컬링 남·여·믹스더블 국가대표팀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피터 제임스 갤런트 여자 대표팀 코치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그는 이날 행사에서 "훈련환경을 개선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연합뉴스]
하지만 외국인 코치들의 요청에도 연맹의 지원은 쉽지 않았다.

당시 대한컬링경기연맹은 파행 운영으로 대한체육회의 관리 대상에 올라있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대한컬링경기연맹은 2017년 6월부터 집행부 간 법적 다툼으로 회장의 직무가 정지되면서 올림픽 준비조차 할 수 없는 상태였다.

결국 선수들은 태릉 선수촌에서 왕복 3시간씩 버스를 타고 경기도 이천 훈련원 컬링장으로 훈련을 떠나는 등 열악한 환경에서 올림픽을 준비했다.

문제는 여자 컬링팀이 올림픽에서 좋은 결과를 보였음에도 우리나라 컬링팀에 대한 지원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여자 컬링 대표팀은 은메달을 땄지만,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는 포상금 외에 연맹에서 주는 포상금은 없다. 대한컬링경기연맹 내 포상금 규정도 없고, 예산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다른 종목 선수들이 협회 등에서 몇천만원씩 포상금을 받는 것과 대조적이다.

심지어 여자 컬링 선수들을 키워낸 의성여고는 내년부터 컬링팀 운영을 못 할 처지에 놓였다.

현재 의성여고 컬링팀은 비전공 교사가 감독을 맡는 등 제대로 된 훈련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강천석 의성여고 컬링팀 감독은 지난 21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문적인 코치가 없기 때문에 선생님이 다른 학교로 이동하면 학생들을 가르칠 분이 안 계시다"고 말했다.

이에 컬링 종목에 대한 운동환경이 개선되는 등 지원이 이어지지 않으면 잠시 떴다가 잊히는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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