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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구의 빌드업6] 포체티노는 왜 손 대신 라멜라를 뽑았나

조회수 2018. 2. 26. 09: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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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 28R 팰리스 0-1 토트넘 경기 리뷰

크리스탈 팰리스가 또 한번 강등된다면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가장 강등을 많이 당한 팀이 된다. 토트넘은 2018년 들어 유일하게 리그 패가 없고, 승점 또한 가장 많이 따낸 팀이다(경기 전 기준 4승3무). 같은 날 맨유가 홈에서 첼시를 상대한다는 점은, 이 둘을 추격하는 포체티노에게 그야말로 절호의 기회였다. 그리고 선택은 손흥민 대신 라멜라였다.


최근 폼과 체력적 요인?

두 선수의 최근 폼과 체력적 요인이 선택의 주요 기준이였다고 보기는 힘들다. 토트넘은 이 경기를 준비할 시간이 일주일이나 있었고 두 선수는 모두 체력적 무리가 없었다. 최근 폼의 경우 손흥민은 다소 하락세(8경기 무득점), 라멜라는 회복~상승세(유벤투스전 기점)라고 볼 수 있겠지만 포체티노는 폼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전술적인 핵심역할을 해줄 수 있다면 기꺼이 기다린 적이 있다. (알리 지난시즌 3045분 18골 /올시즌 2284분 5골)

그렇다면 결국 전술적인 이유과 그에 따른 선호도가 차이를 갈랐다고 봐야 한다. 이날 포체티노가 팰리스를 상대로 어떤 전술로 나섰는지 분석해 보자.


팰리스의 상황

9월, 호지슨 감독이 부임했을 때 팀은 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시즌 첫 4경기를 연속 무득점 패배로 기록한 상황이었다. 이 기록은 7경기까지 이어지다 기적적인 첼시전 승리와 함께 끊어졌고 호지슨 감독은 개인기량이 좋은 측면자원 두 명; 자하와 타운젠드를 투톱 스트라이커 형태로 활용하며 간결하고 빠른 역습축구로 재미를 봤다.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지도자 생활 42년차의 노장은 침착하게 대처했다. 하지만 나쁜 일은 한꺼번에 생기는 것인지, 부상 문제가 너무 심했다. 토트넘전 부상자는 무려 12명. 선발 명단을 꾸리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이날 데뷔전을 치른 오른쪽 풀백 비사카(20살)는 원래 미드필더 출신으로 지난시즌 말미에야 23세이하 팀에서 윙백을 봤다.

팰리스가 극단적 선수비-후역습으로 나오리라는 것을 포체티노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토트넘의 전술

토트넘은 전원이 볼 뒤에 내려앉아 수비를 하는 팰리스를 상대로 측면에서 물꼬를 트는 대신 박스 앞 중앙공간(핵심공간)에 대한 활용도 포기하지 않았다. 기본적인 형태를 보면, 측면은 풀백들의 공격가담에 상당부분 맡기고 3명의 2선 자원들은 중앙쪽에 자리 잡게 했는데,

토트넘 공격 형태 (SPOTV)
토트넘 공격 형태 (SPOTV)
토트넘 공격 형태 (SPOTV)

이러한 형태를 갖춤으로서 득점선두를 달리는 케인의 골 생산력이 다양한 형태의 찬스에서 발휘되기를 바랬을 것이다.


중앙과 측면, 손흥민

결정적으로 3명의 2선자원 전원이 측면 뿐 아니라 중앙에서도 유기적으로 연계하기를 바랬던 전술적 선택이 손흥민를 벤치에 놓았을 확률이 크다. 측면과 중앙지역에서의 공격전개는 요구되는 능력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박스 앞 중앙에서는 앞,뒤,좌,우 모든 방향에서 압박이 들어올 수 있어 신경써야 될 것이 많으므로

a. 세심한 첫 터치와

b. 첫 터치를 유리한 방향으로 잡아놓을 수 있게 하는 판단력과 시야

c. 동료들을 활용하는 능력

등이 요구되는 반면 측면에서는 조금 더 간단하다. 일단 터치라인을 등지고 서는 순간 걱정해야 할 방향은 절반으로 줄어들고 모든 선수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그렇기 때문에

1. 폭발적 스피드

2. 개인기 및 드리블 능력

3. 강력한 크로스 or 슛 능력이 필요한데,

손흥민은 환상적인 선수이지만 그만큼 장점과 단점이 뚜렷한 선수다. 1,2,3의 경우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지만 a,b,c의 경우 그렇지 않다. 바로 이 부분에서 장,단점이 확실한 손흥민보다 라멜라가 (중앙에서도) 더 좋은 플레이를 펼쳐 줄 수 있다는 기대가 선택의 갈림길이 되지 않았나 싶다. 특히나 라멜라는 코너킥을 맡길 수 있다는 점도 손흥민과 겹친다. (방향은 반대일 수 있겠지만.)


결과와 기회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포체티노의 전술은 생각만큼 잘 풀리지 못했다. 전반 77%의 압도적 점유율에도 슛은 단 2개밖에 없었고 라멜라도 기대보다는 굉장히 조용한 플레이를 펼쳤다.

라멜라 빌드업 시도 16회, 위협적 슛 연결 0회


BBC의 스티브 클라리지 해설은 ‘손흥민이 필요한 경기였다’며 (수비적인 팰리스를 상대로 포백을 보호하는) 뎀벨레와 완야마가 모두 필요했는지, 속도를 올릴 필요가 있는 시점에서 손흥민의 투입시점이 적절했는지 의문을 던졌다. 전자의 경우 팰리스의 피지컬 좋은 공격자원들; 솔로스(193cm)-벤테케-타운젠드의 한방역습을 컨트롤하기 위해 완야마를 놓으면서 뎀벨레에게는 공격빌드업까지 기대하는 선택의 문제였다고 여겨진다. 다만 후자에서는 단 14분이 주어졌다는 것을 봤을 때 개인적으로도 아쉬움이 남았다.


손흥민에게 더 맞는 팀이 있는가? 분명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이 정답인가를 본다면 절대 아니다. 모든 선택에는 위험이 따르고 축구와 팀은 항상 변한다. 팀이 손흥민을 필요로 하는 것만큼 손흥팀도 토트넘을 필요로 한다. 무엇보다 토트넘과 포체티노 감독은 올해보다 내년이 더 기대되는, ‘뜨고 있는 젊은’ 팀과 감독이다.


손흥민은 올시즌 초만 하더라도 자신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부분들에서 많은 발전을 이뤘다. 선수 본인이 여가 시간에도 자신의 비디오 자료를 놓지 않으면서 끊임없이 노력했다고 한다. 어찌 보면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고, 롱런하기 위해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랬다고, 손흥민이 전술적으로 더 유연하고 더 다양한 장점의 선수가 되기를 바란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 과정이 선수 본인에게도 재미있게 느껴졌으면 개인적으로는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근대 올림픽 창시자도 그랬지 않은가. 제일 중요한 것은 ‘노력하는 과정’이라고.


*피에르 드 쿠베르탱의 원문(1986);

올림픽에서 중요한 것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것이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업적(triumph)이 아니라 극복하는 과정(struggle)이다.


**안녕하세요 김민구입니다. 지난 유벤투스전 때부터 라멜라와 손흥민의 역할과 포체티노의 선택에 대해 생각을 했으며 본 칼럼을 기획했습니다. 이제 유럽에서도 더 인정받기 시작하는 명장의 선택 뒤에 어떤 전술적인 고민이 있었는지 조사했고, 더 이해하고 싶었기에 크리스탈 팰리스-토트넘 전의 해설 중 해당 주제에 많은 부분을 할애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제 나름대로는 라이브 경기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최대한 방해가 되지 않게 여러 번에 나눠서 멘트했다고 생각했는데 보다 경기에 깊이 몰입하고 싶으셨던 분들께는 불편하셨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더 노력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더 좋은 분석데이터를 위해 새벽마다 고생하는 ‘팀트웰브’측에도 감사하다는 말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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